[차이나리포트] "충전소마다 길게 늘어선 車행렬" 전기차 대국 중국의 고민

2021-10-21 04:00

중국 전기차 충전소. [사진=신화통신]


# 몇몇 차주가 전기차 충전기 한 대를 놓고서 몸싸움을 벌인다. 차주 한명은 충전기를 뺏기지 않으려 아예 충전케이블을 온몸으로 꼭 껴안은 채 바닥에 드러누웠다.

# 고속도로에 차들이 꽉 막힌 가운데 일부 전기차 차주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배터리가 닳을 것을 우려해 에어컨도 못 틀고 도로변에 앉아 바람을 쐬고 있다.

최근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중국 국경절 황금 연휴의 전기차 차주들의 모습이다. 한 누리꾼은 국경절 연휴 교통 체증보다 전기차 배터리가 닳아가는데 충전할 곳이 없다는 게 가장 짜증이 났다며 4대 충전기 앞에 무려 20대 차량이 줄지어 서있는데 그때 절망감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올해 국경절 연휴 중국 고속도로 휴게소 전기차 충전소 앞 풍경. (맨위부터) 전기차 충전기 앞에서 충전을 기다리는 차주들, (중간) 전기차 충전을 위해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 (아래) 충전소 앞에 빼곡히 서서 충전을 대기하는 전기차 행렬. [사진=웨이보]

 
"하루에 3회씩 충전" 전력대란 속 전기차 차주 '좌불안석'

안 그래도 충전소 인프라가 부족해 전기차 충전이 번거로운데 전력 공급난까지 겹치면서 전기차 차주들이 공황에 빠졌다고 중국 21세기경제보도는 최근 보도했다.

9월 들어 중국 전국 각 도시 지역에서 전력 제한령이 떨어지며 산업용 전기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전기 사용도 제한됐는데, 전기차 충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광둥성은 중국 ‘전기차 천국’으로 불린다. 중국 내 전기차 보유대수가 300만대가 넘는 도시 18곳 중 4곳(선전, 둥관, 광저우, 포산)이 이곳에 있다. 하지만 전력대란에 광둥성 전기차 차주들은 불편을 겪었다.

최근 한 광저우 시내 전기차 충전소가 현지 정부로부터 받은 ‘순차적 전기사용 조치 통지’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전력 피크 타임에는 충전소 운영을 제한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광저우 시내 전기차 충전소에 특정 시간에만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 것이다.

한 전기차 차주는 평소 자주 들렀던 충전소가 9월 하순부터 대낮에는 운영을 아예 중단하는 바람에 전력 사용량이 낮은 심야에만 사용해야 한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가정용 완속 충전기를 구비한 전기차 차주들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수시로 급속 충전기로 충전해야 하는 전기차 택시 기사들은 그야말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한 전기차 택시 기사는 21세기경제보도를 통해 혹시라도 전기가 끊길까 걱정이 돼 수시로 충전소에 들러 충전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평소 하루에 1회 충전하던 걸 요새는 2~3회씩 충전을 한다는 것. 이로 인해 도로변 충전소마다 전기택시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고 했다.

전기차 충전소 운영업체도 울상이다. 전력제한령으로 운영 시간이 평소의 절반으로 줄어 이윤도 그만큼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충전소 업체들은 벌써부터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장쑤성 난징의 한 택시 기사는 지난 11일 충전소 요금이 1kWh(킬로와트시)당 0.6위안에서 1위안 이상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전기차 보급→전력난 가중→충전대란" 우려 목소리도

전력대란 속 중국에선 최근 전기차를 둘러싼 논쟁까지 촉발됐다. 전기차의 대대적 보급이 전력난을 가중시켜 전력대란이 벌어지면 결국 전기가 끊겨 전기차 충전도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까지 나오는 것이다.

특히 올 들어 중국 전기차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논쟁은 더 가열됐다. 올 들어 9월까지 순수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연료전지차를 포함한 중국 전체 신에너지차(NE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9월에만 35만7000대가 팔려 월간 판매량으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신차 판매량의 20%가 신에너지차로 채워졌을 정도다. 현재 중국서 팔리는 신에너지차의 약 85%는 순수전기차다.

아직 전기차가 전체 전력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지만, 전기차 보유대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이것이 전력 공급에 가져올 압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추이둥수 중국 전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 비서장은 8월 전기차 충전은 전체 전력 소비량의 0.2%도 채 되지 않았다며 "현재 600만대 전기차가 전력공급에 압박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대로라면 향후 전기차 보유대수가 6000만대로 늘어도 전체 전력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추이 비서장의 주장에 따르면 8월 중국 전체 사회 전력소비량이 7607억kWh이다. 같은 기간 중국 전기차충전 기초시설 촉진연맹이 집계한 전국 공공 충전기 충전량은 9억8900만kWh로, 전기차 충전량이 차지한 비중은 대략 0.13%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는 양대 충전소 운영사인 중국국가전력망과 중국푸톈(普天)의 충전량 통계는 물론, 민간 가정에서의 충전 수치도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고 21세기경제보도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보유대수가 늘면 중국 전력공급에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국가전력망 산하 전기차 회사의 왕원 부총경리는 “오는 2040년 중국 전기차 보유대수가 3억대까지 늘어나면 전기차가 전체 사회 전력 사용주체가 될 것"이라며 "연간 전체 전력 소비량의 17%까지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전력공급 부담 줄이기"···효율적 충전기술 개발 노력도

이를 위해 국가전력망은 이미 전기차 충전을 위한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전기차 충전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서 전력 피크타임을 피해 탄력적으로 충전이 가능한 스마트 충전기 10만대를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국가전력망에 따르면 스마트 충전기로 80% 이상의 전기차 충전 부하를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대로 옮기는 게 가능하다. 이로써 전기차 충전 비용을 최소한으로 낮춰 전력 충전 시스템 투자 비용을 70% 감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기차에 저장된 잉여전력을 전력망과 연결해 공급하는 양방향 충전기술, 이른바 ‘V2G(Vehicle to Grid)’도 적극 활용 중이다.

V2G는 현재로선 충전만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를 방전도 가능하도록 해 쓰고 남은 전기를 전력망에 재공급할 수 있는 미래 신기술이다. 전기차를 돌아다니는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활용하는 셈이다. 전력부하가 낮은 시간에 전기차를 충전하고 전력부하가 높은 시간에 전기를 방전해 전력과부하로 인한 정전을 막고, 전력수급을 안정화할 수 있다

국가전력망은 지난해 11월 전국 14개 성(省)·시(市)의 약 40군데에서 V2G 시범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충전소 부족, 지역별 편차, 관리감독 허술··· 해결과제 '산더미'

[아주경제 DB]


전력 공급 이외에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족, 충전소의 지역별 편차, 비효율적인 운영과 허술한 관리감독 문제도 '전기차 대국' 중국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도전 과제다.  

무엇보다 충전 인프라 문제다. 중국충전연맹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국 내 전기차 보유대수는 492만대, 공공·민간용 충전기 수는 168만1000대였다. 충전기 1개를 전기차 2.9대가 사용하는 것이다.

부족하지는 않지만, 최근 중국 내 전기차의 가파른 증가 속도를 충전 인프라 건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 들어 6월까지 전기차 보유대수는 22.6% 증가한 반면, 충전기 수는 15.8%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충전기 1개당 감당해야 할 전기차 수는 3.1대로 더 늘어났다. 공공 충전기로만 따지면 충전기 1대당 전기차 수는 지난해 말 6.1대에서 6.5대로 2배 이상 더 많다.
"교통체증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전기차 충전"

더 큰 문제는 충전소의 지역별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9월말 기준, 광둥·상하이·베이징·장쑤·저장 등 10개 성·시에 설치된 공공 충전기만 74만9000개다. 이는 중국 전체 공공 충전기의 72%를 차지한다. 이로 인해 전기차가 몰리는 충전소가 있는가 하면, '할일 없는’ 충전소도 생기고 있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중국 교통운수부에 따르면 고속도로에 설치된 충전기는 9월말 기준 1만836개다. 전국 공공 충전기 총량의 1.2%에 불과하다. 연휴 때마다 고속도로에 몰리는 차량으로 휴게소 전기차 충전소마다 긴 줄이 늘어선 이유다.

게다가 충전기 관리 감독도 부실하다. 베이징 주민인 천씨는 중국경제주간을 통해 국경절 연휴 전기차를 타고 베이징에서 330㎞ 떨어진 고향에 가는 길에 충전하려고 허베이성 탕산시 롼현, 친황다오 루룽(盧龍)과 베이다이허 휴게소 3곳에 들렀는데, 충전기마다 고장이 나서 울화통이 터졌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