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식 전 한은 총재 별세...금융실명제 정착시킨 YS정부 관료
2021-10-16 14:14
고 이경식 전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김영삼 정부에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한국은행 총재 등을 지낸 이경식씨가 15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1933년 경북 의성 출신인 이 전 총재는 1957년 고려대 상대를 졸업하고 1981년 미국 미네소타대 대학원을 수료했다. 1957년 한은 조사부에서 공직에 첫발을 디딘 뒤 경제기획원 기획국장(1971년), 체신부 차관(1976~1979년)을 거쳐 대우자동차 사장(1987년), 한국가스공사 사장(1991년) 등 민간·공기업 대표를 역임했다.
문민정부 출범 후 초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1993년)에 취임했고, 한은 총재(1995~1998년)까지 이어 맡아 YS 정부의 대표적 경제관료로 꼽힌다.
1999년 국회 IMF 환란 조사특위에 한은이 제출한 보고서에서 따르면, 이 전 총재가 이끌던 한은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에 앞서 8개월 전인 1997년 3월 외환위기의 조짐을 느끼고 IMF 긴급자금의 필요성을 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는 한은의 독립성과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도 큰 기여를 했다. 한은이 가진 은행감독 기능을 은행감독원에 보내는 대신 한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과 만들었다. 당시 한은 내부에서 반발 여론이 컸지만 이 결정이 훗날 한은의 통화정책 독립성에 초석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