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와 교감하는 초소형 로봇, 국내 기술로 개발

2021-10-14 14:00
아주 작은 대상도 상처 없이 잡고, 열적 신호 주거나 생체 모니터링 가능
의료 분야에서 진단 및 치료 과정 모니터링 등으로 활용 기대

초소형 로봇(그리퍼)이 달팽이알을 상처 없이 쥐고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국내에서 생명체와 자극·생체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초소형 소프트 로봇(그리퍼)을 개발했다. 한승용·강대식·고제성 교수(아주대학교 자연모사연구실) 연구팀이 개발한 이번 기술은 돼지 혈관이나 달팽이 알처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대상을 부드럽게 잡을 수 있고, 맥박이나 심장박동 등 실시간 생체신호를 측정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 개인기초연구(신진연구) 사업 지원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성과는 로봇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 한국시간으로 10월 14일 게재됐다.

기존 로봇은 단순히 대상을 잡기 위한 용도로, 단단한 물질로 제작해 부드러운 대상을 잡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대상으로부터 나오는 신호를 인식하기 위해 센서를 구현할 경우 부피가 커져 작은 대상을 잡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단단함과 부드러움을 조절할 수 있는 형상기억폴리머 소재를 채택해 피부의 성질과 비슷한 기계적 특성을 구현했다. 형상기억폴리머는 폴리우레탄 계열의 고분자 합성소재로, 변형을 해도 일정 온도 이상에서 원래 형상으로 돌아가는 스마트 소재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얇은 은나노선과 레이저 공정을 활용해 센서 크기를 줄여 로봇의 크기를 길이 5mm 이하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로봇에 탑재된 센서는 잡은 대상의 미세한 움직임을 측정하고, 은나노선을 통해 대상에 열 자극도 전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물체로부터 신호를 측정하는 동시에 자극을 주는 양방향 입출력이 가능하다.

실제로 연구팀은 이 로봇을 통해 직경 3mm도 안되는 달팽이 알을 터트리지 않고 잡아서 열을 가해 부화시키는데 성공했으며, 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움직임이나 부화 직후 달팽이의 심장 박동수까지 측정해냈다.

또, 연구팀은 돼지 혈관을 상처 없이 잡아 맥박을 측정했으며 이는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미세 유기체를 상처 없이 잡아 미세 생체신호를 측정한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로봇 무게보다 최대 6,400배 무거운 물체를 순간적으로 들어올렸다.

한승용 교수는 "잡은 대상의 반응만 측정하는 기존 로봇과 달리 측정과 동시에 자극도 줄 수 있어 의료 분야에서 진단 및 치료 과정의 모니터링에 활용할 수 있다. 향후 후속연구를 통해 약물전달, 무선동작 등의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라며, "많은 난제가 쌓여있는 사람의 세포 단위 유기체를 기계적으로 잡아 원하는 위치에 고정하고, 자극에 대한 반응을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