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훔치고 손님 내쫓는 10대들...무인점포 사장님은 ‘울상’

2021-10-12 16:14
인건비 절감 이유로 급증한 무인점포...관련 범죄도 덩달아 급증
무인점포 관련 범죄에 10대도 검거돼...일부는 아지트 삼아 머물러
"신종 아이템인 만큼 사업 초창기 리스크...공통된 목소리 나와야"

인건비 절감을 위해 사람 없이 운영되는 무인점포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관련 범죄도 덩달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주로 관리가 소홀한 틈을 노린 절도범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10대는 절도뿐만 아니라 무인점포를 아지트로 삼아 장시간 머무르며 영업에 피해를 입혀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경찰 등에 따르면 무인점포 대상 절도 사건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인점포 절도 사건은 2019년 203건에서 지난해 367건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특히 무인점포 관련 범죄가 급증세를 보이는 중이다. 경찰이 올해 9월까지만 검거한 무인점포 절도 사건은 1604건으로 이미 지난해의 4배 수준을 넘어섰다.

경찰은 “최근 들어 증가하기 시작한 무인점포 대상 절도 사범에 대한 강도 높은 추적 수사를 진행해 집중 검거기간인 7~9월 총 605명을 검거하고 1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 중 10대 범죄가 두드러졌다. 경찰 관계자는 “무인점포가 늘어나면서 관련 범죄가 두드러지고 있다. 10대가 범인인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단순히 물품을 훔치거나 금고, 계산기 등을 훼손해 현금을 훔쳐 달아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은평경찰서는 충남 천안에 사는 10대 3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체포했다. 이들은 서울, 부산 등 전국을 돌며 무인점포 21개소에 침입해 빠루로 현금 결제기를 손괴하는 수법으로 850만원 상당의 현금을 훔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4월에는 의정부시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2곳에서 금품을 훔친 10대 4명이 붙잡혔다. 이들 중 3명은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로 조사됐으며 나머지 1명은 경기 오산에서도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10대 사이에서 무인점포 절도가 유행처럼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경찰관은 연합뉴스를 통해 “경찰관도 놀랄 정도로 상당수 무인점포의 보안이 허술하다. 10대들이 한번 장난삼아 무인점포를 털어 보다 성공하면 이후 잇따라 범행을 저지르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미 무인점포를 절도 대상을 넘어 아지트로 삼는 10대들도 포착됐다. 최근 자영업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4시간 무인점포 근황’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 작성자가 공개한 CC(폐쇄회로)TV 화면에는 셀프 계산대 위에 앉아서 휴대폰 충전을 하는 10대 모습이 담겼다. 일부는 바닥에 드러눕거나 냉장고, 쓰레기통 등 위에 발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글에는 “여름이든 겨울이든 오래 머물지 못하게 해야 한다. 손님들은 살 것만 사고 얼른 가기 때문에 온도 조절을 해야 한다”, “무인점포 관리가 참 힘들겠다”, “손님이 들어왔다가도 놀라서 도망가겠다” 등 무인점포 점주를 걱정하는 댓글이 달렸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현행법상 무인점포 점주가 10대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하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청소년은 밤 10시 이후 PC방, 찜질방, 숙박업소, 노래연습장 등 청소년 유해업소로 지정된 장소는 출입이 제한된다.

반면 아이스크림, 빨래방 등 일반 매장에 대한 출입 제재는 어렵다. 여기에 무인점포 특성상 업주가 상주하지도 않아 관리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CCTV 특성상 현장 검거는 불가능하다. 무인점포의 경우 10대가 가장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절도 범죄에 적합한 장소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업주 입장에서는 피해 금액이 소액이니 신고 절차가 번거로워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는데 반드시 신고해서 범죄 억제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사람은 문을 열 수 없거나 결제를 하지 못하게 하는 등 접근을 통제하는 것도 방법의 하나다”라고 덧붙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런 문제가 드러나는 것은 무인점포 사업에서 새로운 리스크가 생긴 것이다. 아직 사업 도입 초창기이므로 야간시간에는 출입을 어느 정도 제한하는 등 실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서 교수는 “청소년이 많이 오가는 지역에 위치한 무인점포는 아예 야간에는 문을 닫는 등 상권별로 대처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절도는 명백한 범죄지만 단순히 머무르는 것만으로는 범죄로 볼 수 없다. 관련 협회 등이 생겨나 공통된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최근 무인점포가 증가하면서 점포 내 현금을 노린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지폐 교환기 등 현금 보관 장소에 별도의 잠금장치나 경보장치를 설치해 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진=아주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