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특혜 의혹 관련 핵심인물로 꼽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이자 전직 언론인 김만배씨가 강경한 어조로 그간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는 본인이며 재판거래는 얼토당토않다"는 것이 핵심이다.

김씨는 11일 서울중앙지검에 조사를 받으러 출석한 자리에서 취재진에 "제기된 여러 의혹은 수익금 배분 등을 둘러싼 과정에서 특정인이 의도적으로 편집한 녹취록 때문"이라며 "각자 분담해야 할 비용을 과다하게 부풀리면서 사실이 아닌 말들이 오갔지만 불법 자금 거래는 없었다. 검찰 수사에서 계좌추적 등 자금 입·출구를 철저히 수사하신다면 현재 불거진 의혹의 많은 부분이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5호 실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파일을 바탕으로 관련자를 잇따라 소환하며 사실관계를 확인해왔다.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김씨 측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개발 이익 25%를 주기로 약정했고,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자 유 전 본부장이 700억원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지난해 말 유 전 본부장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원홀딩스에 35억원을 투자금 명목으로 빌려준 것도 이 700억원 중 일부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씨 변호인은 "사실 무근"이라며 "남욱 변호사가 정민용 변호사의 부탁으로 개인적으로 35억원을 투자한 것일 뿐 화천대유나 김만배씨와는 아무 관련도 없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에 담긴 대화내용이 일부 편집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 회계사 진술의 신빙성도 흔들리고 있다. 

이와 함께 김씨는 '유 전 본부장이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아니냐'는 질문에 "유씨가 천화동인 주인이라고 정민용 변호사가 자술서를 냈다는데 만약에 유씨가 주인이라면 저한테 찾아와서 돈을 달라고 하지 왜 정 변호사에게 돈을 빌렸겠느냐"며 부인했다.

권순일 전 대법관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동향 선배인데, 제가 다른 부분을 인수하기 위해 많은 자문을 구했다. 그런 게 오해가 된 건데 여러분이 염려하시는 그런 게 아니다"고 그는 말했다.

권 전 대법관을 통해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법원 선고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의혹에는 "우리나라 사법부가 그렇게 호사가들이 짜깁기하는 생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이른바 '50억 클럽'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고강도 수사를 예고했다.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직접 뇌물을 제공한 당사자로 의심 받는데다, 이번 사건 몸통으로 지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는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 비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게 3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 위례신도시 개발 민간사업자 정재창씨가 남욱 변호사와 정 회계사를 협박해 150억원을 요구하자 김씨와 상의 끝에 120억원을 줬다는 의혹도 조사할 전망이다. 성남도시개발 관련 시의원들이 개발 사업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수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개발세력과 성남시의원들이 연관됐다는 정황은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성남도시개발 설립 관련해 새누리당(현 국민의힘)과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간 이견이 있던 가운데 일부 야당 의원들이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이 입장을 바꿨다. 최 전 의장은 화천대유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대장동 개발 사업자에게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이 밖에 △김씨가 화천대유에서 빌려 간 473억원 용처 △473억원 중 100억원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먼 인척인 이모씨에 전달됐다는 의혹 △곽상도 무소속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으로 50억원을 준 경위 △박 전 특검 딸이 화천대유가 보유한 아파트를 분양받고, 박 전 특검 딸에게 50억원을 성과급으로 주기로 했다는 의혹 등도 밝혀낼 수 있을지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