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유통가] 성장 정체 홈쇼핑, 돌파구는 '라방'
2021-10-08 06:00
국내 홈쇼핑 업체들이 모바일 콘텐츠 강화를 내세우며 독자 생존을 위한 활로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홈쇼핑 업체의 기반 채널인 TV부문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더 이상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TV홈쇼핑 경험 발판…자체 모바일 콘텐츠 강화
CJ온스타일·GS샵·롯데·현대홈쇼핑 등은 홈쇼핑 채널을 운영해왔던 경험을 발판삼아 자체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라이브커머스란 소비자와 판매자간 영상과 채팅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핸드폰과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기존 TV홈쇼핑을 보듯이 라이브로 쇼핑 방송을 보며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또 TV 홈쇼핑과는 달리 생방송으로 쇼핑을 동시에 여러 채널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내가 원하는 상품을 골라서 볼 수 있어 20~30대와 주부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CJ온스타일은 지난 5월 TV와 T커머스, 온라인 채널을 통합하며 라이브커머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오랫동안 쌓아온 상품·콘텐츠 역량을 기반으로 취향 공감 라이프스타일을 적시 제안해주는 라이브커머스 선두 플랫폼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최근에는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설명회를 라이브커머스로 진행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지원자를 공략할 방안이자 회사의 주요 사업을 지원자들이 직접 경험해보라는 차원에서다.
통합 GS리테일 출범으로 GS리테일에 흡수된 GS샵은 개편한 통합 플랫폼을 앞세워 온·오프라인 간 시너지 극대화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GS샵이 운영하는 모바일 전용 라이브 커머스 ‘샤피라이브(Shoppy Live)'를 새 단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라이브방송 사업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 라이브커머스 사업부를 신설하며 약 30명의 인력을 배치했다.
롯데홈쇼핑은 향후 계열사 협업을 통한 차별화 상품 기획,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이색 콘텐츠 제공, 파트너사 자체 방송 지원 확대 등을 목표로 신규 고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현대홈쇼핑 역시 올해 3월 모바일 앱을 개편해 TV홈쇼핑·현대홈쇼핑플러스샵(T커머스)·쇼핑라이브(라이브커머스) 등의 상품을 모바일에서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라이브커머스는 방송 내내 고객과 쌍방향 소통을 활발히 할 수 있고, 격식에 치우치지 않는 친근한 느낌의 진행 방식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높은 구매 전환율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 늘었지만 영업이익 급감
홈쇼핑 업체들이 모바일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겨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2분기 실적이 공개된 3개 TV홈쇼핑사(CJ온스타일, GS홈쇼핑, 롯데홈쇼핑) 평균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7.2% 감소했다.CJ ENM의 2분기 커머스 부문은 매출 3574억원, 영업이익 299억원, 취급고 949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0%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0% 줄어들었다.
GS홈쇼핑의 2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은 31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6% 감소했다. 티커머스 채널인 GS마이샵 매출은 전년 대비 36% 성장하며 약진했다. 취급액은 1조1772억원으로 전년 대비 3.9% 늘었다.
롯데홈쇼핑의 2분기 매출은 273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10억원으로 18.1% 줄었다. 방송 수수료가 전년비 31억원 증가했고, 판관비, IT운영비 등이 늘었다.
해마다 늘어나는 송출수수료 '부담'
이처럼 수익성이 줄어든 이유는 급증하는 TV홈쇼핑 송출수수료 때문이다. 송출 수수료는 IPTV를 포함해 종합유선,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부담하는 비용이다. TV의존도가 낮아진 상황에서 IPTV 사업자들이 해마다 송출수수료를 20~30% 인상하고 있어 수익성 또한 점점 줄어 들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송출수수료는 2조234억원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홈쇼핑사들의 방송 매출액 가운데 절반 이상인 53.1%에 달한다. 올해 송출수수료도 약 2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과도한 수수료 체계에 대한 개편을 추진 중이지만, 개별 기업간 계약인 데다 양 측의 입장 차이가 커 이마저도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홈쇼핑사에 중소기업들로부터 받는 판매수수료를 낮출 것을 요구하는 반면 송출수수료는 매년 급증하고 있어 수익구조가 점점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