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쓰는 게임에서 돈 버는 게임으로, P2E 게임이 뜬다
2021-10-05 17:40
블록체인과 NFT로 현실세계 경제와 연결된 P2E 게임
낮은 접근성과 게임성, 국내 규제 등은 시장 확대 장벽 될 수도
낮은 접근성과 게임성, 국내 규제 등은 시장 확대 장벽 될 수도
실제로 지난 8월 말, NC소프트가 출시한 모바일 게임 '블레이드 앤 소울 2' 역시 사용자에게 불합리한 과금 구조라며 지적받았고, 1개월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결국 NC소프트는 최근 열린 2021 도쿄 게임 쇼에서 신작인 리니지W에는 기존 핵심 과금 구조를 적용하지 않고, 수익 모델을 축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업계에서는 블록체인과 게임을 접목하고, 게임 내 각종 콘텐츠와 재화를 NFT 형태로 발행해 현실세계 경제와 연결하는 등 새로운 시장이 확산하는 추세다. '돈 쓰는' 게임과는 반대로, 게임을 통해 수익을 얻는 'P2E(Play-to-Earn)' 게임이다. P2E 게임은 디앱(Dapp)의 일종으로, 이더리움 블록체인 혹은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와 관련된 모든 내용을 기록하고, 게임 진행 과정에서 필요한 재화나 콘텐츠는 토큰 형태로 발행한다.
블록체인·디파이 데이터 분석 플랫폼 댑 레이더(DappRadar)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 3분기 P2E 게임과 연결된 고유 활성지갑이 75만4000개를 기록했다고 밝혔으며, 한 P2E 게임에서 거래된 NFT는 20억 달러(약 2조377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게임 개발사 위메이드는 지난 8월 말 온라인 게임 '미르4' 글로벌 버전을 출시하면서 블록체인과 NFT를 본격적으로 적용했다. 게임 내 재화(흑철)를 모아 유틸리티 토큰(드레이코)으로 변환할 수 있고, 이를 가상자산인 '위믹스'와 교환할 수 있는 구조다. 오는 11월 16일에는 NFT로 발행한 캐릭터와 아이템을 사고팔 수 있는 아이템 거래소 역시 개설할 계획이다. 이러한 구조는 실제 게임 흥행에도 영향을 미쳐, 11개로 시작한 글로벌 서버는 현재 100여개로 늘어난 상황이다.
P2E 게임이 대중화되고,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장벽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접근성이다. 가령, 액시 인피니티를 시작하기 위해서 많게는 수 백만원에 이르는 캐릭터를 최소 3개 이상 준비해야 한다. 캐릭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더리움 같은 가상자산이 필요하며, 신용카드로 가상자산을 구매할 수 없는 국내에서는 원화거래를 위해 특정 거래소와 실명인증 계좌도 마련해야 한다. 가상자산을 구매한 뒤에는 해당 P2E 게임과 연결된 지갑으로 가상자산을 전송해야 하며, 메타마스크 등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에 해당하는 '가스비(Gas fees)'가 발생하며, 게임 내에서 독자적인 유틸리티 토큰을 사용한다면 이를 환전하는 과정에서도 추가적인 수수료가 든다. 즉 게임 한 번 하는 데 수 백만원의 기초자금이 필요하며, 수수료를 고려하면 일정 기간 이상 게임을 해야 '본전'을 되찾을 수 있는 셈이다.
'재미' 역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현재 많은 P2E 게임이 단순 브리딩을 통한 새로운 캐릭터(NFT) 생성과 이를 사고파는 카드 트레이딩 등 캐주얼 장르가 대부분이며, 미드코어나 하드코어 장르는 드물다. 수익을 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지루한 게임도 참으면서 할 수 있겠지만, 게임의 본질적인 요소인 '재미'를 빼놓는다면 결국 게이머는 하나의 '채굴 장비'가 된다.
국내의 경우 규제가 P2E 게임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블록체인과 토큰 발행은 사행성과 환금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게임 출시에 필요한 등급 분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미르4 역시 블록체인과 관련한 콘텐츠는 국내 버전에서 제공하지 않는다. 블록체인을 통해 게임 내 경제를 구축하고,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 정부의 규제 완화와 함께 게임에서도 투기성이나 사행성을 덜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