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공포] 미국부터 유로존까지 인플레 쇼크…공급망 균열 가속화
2021-10-04 15:38
세계 경제가 에너지발 인플레 공포를 맞닥뜨렸다.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에너지 가격의 급등은 물가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에너지 부족으로 공급망까지 타격을 입으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중앙은행들의 유동성 공급으로 올랐던 물가는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과 중국 수출물가 오름세로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가상승이 단기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던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전망이 빗나가면서 시장의 긴장은 높아지고 있다. 물가는 오르지만, 경기는 회복되지 않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금융시장의 변동폭도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로존 선진국 물가상승 압력 커져··· 연말 다가오며 긴장고조
중국발 전력난과 영국과 유럽 지역의 천연가스 가격 급등은 최근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유로존의 9월 인플레이션은 1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유럽연합(EU) 통계당국인 유로스타트는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지난달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3.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8년 9월 3.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소비자물가 역시 30년 만에 최고 수준인 4.1%를 기록했다고 CNBC는 보도했다.
인플레이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역시 에너지다. 유럽발 천연가스 가격 급등이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중국발 에너지 부족 사태까지 이어져 사태는 악화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500% 가까이 폭등했다. 최근 바람이 충분히 불지 않아 풍력 발전의 출력량이 감소하면서, 천연가스의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유럽 내 천연가스 재고는 역대 최저수준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면서 미국은 산유국들에 가격 안정을 위한 추가 증산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산유국들은 추가 증산에는 미온적이다.
◆중국이 수출하는 인플레 전 세계 위협
결국 중국 내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은 물론 부원료 가격까지 올랐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최종 완성품을 만드는 제조업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인플레를 부채질하고 있다.
결국 지난해까지만 해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올해 들어 고속질주하고 있다. 세계 공급망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중국의 수출 물가 상승은 인플레 압력을 전 세계적으로 퍼뜨리고 있다. 중국이 물건이 아닌 인플레를 수출하고 있다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바이러스로 타격을 받았던 공급망이 에너지 부족으로 멈춰서게 되면서, 글로벌 시장의 공급에 균열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오클라호마에 본사를 둔 단열 생수병 제조사 심플모던의 마이크 베컴 최고경영자(CEO)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 공장의 가동률이 크게 낮아졌다고 전했다. 상하이 미국상공회의소(AMCHAM)는 최근 전기 배급조치 때문에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들이 주문 취소와 원자재 낭비, 사업 기회 상실 등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에너지 대란은 1970년대 '오일 쇼크'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사태를 다시 불러올 수 있다는는 지적까지 나온다. 에너지 위기가 부각하면 인플레이션이 연말을 넘어 내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