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타이거JK가 혐오와 차별이 난무하는 시대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법
2021-10-14 06:00
한 분야에서 20년 이상 꾸준히 그 길을 걸어온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타이거 JK는 한국 힙합의 선구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의 모습을 보며 힙합을 시작하거나 그의 음악을 들으며 죽고 싶다는 마음을 멈춘 이들도 있으니 말이다. 나 역시 그의 생각과 가치관이 담긴 음악을 들으며 꼭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2년 넘게 인터뷰 요청을 했고, 그 바람이 닿아 그와 인터뷰가 성사 돼 이야기를 나눴다.
Q. 드렁큰타이거라는 이름을 잠시 묻어두고 타이거JK로서 첫 시작인데요.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드렁큰 타이거로서의 삶이 갖는 의미와 이번에 타이거JK로서 어떤 활동들을 이어나갈 건가요?
A.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드렁큰타이거 음악과 팬들과의 소중한 추억은 영원해요. 하지만 지금이 없으면 미래도 없다고 생각하거든요(하하). 오랜 시간에 걸쳐 틀이 만들어진 드렁큰타이거라는 기둥은 멋지고 값지지만, 그 틀에서 영영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어요. 타이거JK란 이름으로 새 시작은 과거의 추억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새로움이라는 점에서 너무 신납니다. 이야기꾼이 되고 싶었던 어릴 적 꿈을 이루고 싶어요. 이제는 그걸 풀어헤쳐나갈 제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A. 지금까지 정규 10집을 발표하면서 단 한번도 그 해 유행하는 스타일을 따른 적은 없어요.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부터 신곡 '호심술'까지 그해 차트를 장악하는 스타일의 곡을 타이틀로 내 본 적이 없죠. 의도적인 건 아니고 우선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노력해요. 그리고 유행에 개의치 않는 나의 모습이 가식적이면 대중은 바로 눈치챕니다. 무엇보다 나의 감정들과 그것을 풀어내는 나의 단어들을 믿고 사랑해야 돼요.
Q. 20년 넘게 꾸준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이와 함께 필굿뮤직을 설립하기 전과 설립한 후의 음악적인 철학에 있어서 달라진 건 뭔가요?
A. 진심으로 원하고 그것에 깊이 빠져야 돼요. 유치할 수도 또 상투적일 수도 있는 SNS에 떠도는 흔한 명언같이 들릴 수도 있지만. 진심으로 원하고 그것과 사랑에 빠지면 그것을 지키기 위해 그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Q. 요즘 아내 윤미래를 비롯해 여러 동료들과 어떤 고민들을 나누고 있나요?
A. 첫 번째로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 그리고 두 번째로 ‘음악적으로 우리가 진정 하고 싶은 음악을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드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들을 나누고 있어요.
Q. 요즘 음악으로 풀어내고 싶은 사회적 문제는 뭔가요? 그리고 우리는 혐오에 대해 어떻게 맞서야 할까요?
A. 용서가 인색한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흑백논리로 내 편 아니면 적이 되는 굉장히 1차원적인 이념은 혐오로 둔갑되기 쉽다는 생각이 들어요. 된장국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파스타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존재하는데 팬덤문화로 영향력에 목적이 있는 그룹들에 끌려가고 적이 되고 마는 화합이 없는 사회가 될까 걱정이 됩니다.
Q. 혐오와 차별이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지키고 있나요?
A.저 또한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당황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우선 자신에 투자해야 합니다. 몸과 마음을 단련해야 되고요. 그리고 건강해져야 돼요(웃음).
Q. 대중음악을 통해 많은 목소리를 내는 만큼 음악이 가진 힘을 많이 느낄 것 같은데 언제 이를 가장 실감하나요? 그리고 타이거JK의 음악을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이 음악을 듣고 어떤 변화를 주고 싶나요?
A. 전 위대한 메시지를 담고 세상에 소리를 내는 운동가도 아니고 그저 내가 일상에서 느끼는 아주 개인적인 감정들을 표현할 뿐이에요. 바람이 있다면 어디선가 혼자라고 느끼는 분들이 내 음악을 듣고 '혼자가 아니구나' 하고 깨달았으면 해요.
Q. 레이블의 대표이시기도 하시면서 아티스트로서 업무에서 만나는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뭔가요?
A. ‘인간관계는 마케팅이 아니다’라는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Q. 결혼을 고민하는 요즘 세대들에게 부부에게 제일 중요한, 하지만 것과 부부이자 동료로서 서로의 신뢰를 유지하는 비결은 뭔가요?
A. 낭만적인 이야기를 해주기에는 저도 때가 많이 묻어서 비결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하하). 우린 어떤 학원에 등록할 때나 쿠팡에서 뭔가를 주문할 때 조차 여러가지 상황들을 신중히 생각하죠. 게다가 평생 누군가의 인생을 책임져야 할 결정을 할 때 심사숙고 하는 것은 당연한 거라 생각해요. 다만 제가 한가지 지키는 게 있다면, ‘뭐든 당연하다 생각하지는 말자’라는 거죠.
Q.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현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지혜 한가지가 있다면 뭔가요?
A. ‘주워듣지마라’
Q. 마지막으로 여러 문제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해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A.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