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대선이다] ‘블랙홀’된 대장동 특혜 논란…대선주자 ‘수 싸움’ 치열

2021-09-30 00:00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김은혜 의원이 2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에서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한 현지 조사에 나서 현지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내년 3·9 대선을 앞둔 정치권을 덮쳤다.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을 추진했던 이재명 경기지사 측 인사들뿐만 아니라 야권 인사들이 연루된 정황들이 속속 보도되면서, 대장동 특혜 의혹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의혹 자체가 복잡한 데다,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지 않고 여야가 정치적 공방만 벌이고 있는 형국이라 각 대선 주자들의 이해득실은 현재로선 드러나지 않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각자 자신의 주장을 개진하면서 해당 의혹을 ‘유리하게’ 만들려는 수 싸움을 펼치고 있다.

◆거칠어진 이재명··· 말 아낀다는 이낙연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의 경우 해당 의혹이 되레 이 지사 측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의 ‘특검(특별검사제)’ 공세를 철통 방어하고 나서 여권 2위인 이낙연 전 대표의 정치적 공간이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지사가 연일 “도둑의힘”, “국민의짐” 등의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며 본인의 선명성을 강조하고 있어 국민의힘에 맞서는 이미지가 더 강해지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여의도 중앙보훈회관에서 열린 개발이익환수제도 토론회에 참석,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해 “국민을 속인 죄를 물어 봉고파직(封庫罷職·부정을 저지른 관리를 파면하고 창고를 봉해 잠그는 일)하겠다”고 했다. 이어 김기현 원내대표를 향해선 “봉고파직에 더해 남쪽 섬으로 위리안치(圍籬安置·가시로 된 울타리를 만들어 죄인을 가둠)시키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지사가 연일 국민의힘을 도발하고, 민주당이 나서 이 지사를 철통방어하면서 이 전 대표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 형국이다. 특검 도입을 주장할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에 놓여 있고 전환할 만한 이슈도 마땅치 않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6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사건의 실체를) 어렴풋하게나마 짐작은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만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고 했다.

◆“李 지사 상대는 나”···野 선명성 경쟁

국민의힘 주자들은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이 지사가 유력한 상황에서, 이 지사에 맞설 상대로 자신을 부각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세론’이 무너지고 야권 경선판이 흔들리고 있어 이 사건을 ‘기회’로 보는 주자들이 많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다소 애매한 상황에 놓였다. 최근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연희동 자택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누나에게 매각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딸이 화천대유에서 근무,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받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의 관계도 각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부친 아파트 매각에 대해 “사 간 사람이 누군지도 우리는 모른다”고 일축했다. 전날 토론회에선 이 지사에게 무죄 판결한 권순일 전 대법관을 겨냥, 법리 문제를 지적한 뒤 “퇴임 후 바로 화천대유 고문으로 가서 거액의 고문료를 받았다. 국민들은 충격에 휩싸여 있다”고 했다. 다만 박 전 특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유승민 전 의원의 질문엔 “하여튼 진행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얼버무렸다.

홍준표 의원은 윤 전 총장을 동시에 공격하고 있다. 홍 의원은 “대장동 비리 주범들이 전직 최고위 검찰 간부들을 포섭해 자신들 비리 은닉의 울타리로 삼았다는 것이 명확해졌다”며 “그들이 박 전 특검을 통해 현직 최고위 검찰 간부에게도 손을 뻗치지 않을 수 있었겠나”고 꼬집었다. 이어 윤 전 총장 부친 주택 매각을 두고 “로또 당첨만큼 어려운 우연의 일치 같은 사건이 터져나왔다”며 “이건 이재명 게이트를 넘어 법조비리 게이트로 가고 있다. 특검으로 모든 것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법조계 인사들의 대장동 특혜 연루 의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면서, ‘비법조인’으로서 본인의 색채를 내세우고 있다. 1~2위를 다투고 있는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모두 검사 출신인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은 토론회에서 “대장동 게이트는 이재명 게이트”라며 “유승민이 대통령이 되면 대장동 게이트에 연루된 법조인 출신을 포함해 이 지사와 그의 최측근들의 불법과 비리를 밝혀내고, 불법이 있는 사람은 전원 감옥에 처넣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