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오세훈 민간재개발 공모 시작…종로구 창신동 가보니
2021-09-23 18:00
매번 실패 겪었지만…재개발 활성화 한다는 오세훈 시장에 기대
신속통합기획·민간재개발·공공재개발 모두 진행 중인 창신동
신속통합기획·민간재개발·공공재개발 모두 진행 중인 창신동
"창신동은 재개발이 무조건 필요한 동네예요. 겨울엔 동파되고 여름엔 물이 새는 게 일상입니다. 이젠 어디서부터 수리해야 문제가 안 생길지 감도 잡히지 않아요. 2021년이지만 여전히 재래식 화장실을 쓰는 집도 있습니다"(창신동 주민 A씨).
23일 서울 종로구 창신2동과 창신3동 전체가 한눈에 보이는 언덕에서 만난 A씨는 "이미 20년 전부터 정치인들이 재개발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무산돼 실망이 컸다"면서도 "이번에 오세훈 시장이 재개발을 쉽게 해준다고 하기에 조금은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표한 '재개발 활성화 6대 규제 완화 방안'이 적용한 신속통합기획(구 공공기획) 민간재개발 후보지 공모가 이날 시작됐다. 숭인동과 창신동 일대 도시재생지역 주민들은 재개발 활성화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이미 숭인동은 해당 공모에 1호로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1·2·3동으로 나뉘어 있는 창신동은 현재 모든 지역에서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1동 일부와 2동은 이날 공모를 시작한 신속통합기획과 공공재개발을 추진 중이고 3동은 따로 민간재개발을 진행 중이다.
신속통합기획을 추진 중인 강대선 재개발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토지 등 소유자가 2890여명으로 큰 지역임에도 이미 1000장 이상 동의서를 모았다"며 "마감 전까지 50% 이상은 충분히 모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강 위원장의 사무실은 사람이 꽤 드나들었다. 10분 남짓한 인터뷰 시간에도 동의서를 내거나 사업을 문의할 목적으로 4명이 다녀갔다.
창신1동 일부와 창신2동은 주체는 다르지만 정부의 공공재개발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명춘식 창신동 공공재개발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창신동은 재개발이 너무 급한 상황이라 신속통합기획이건 공공재개발이건 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며 "서울시 공모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바로 공공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게 동의율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창신동에서 10년간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한 B씨는 "창신동은 결국 재개발을 해야 사람이 살 만하게 변할 것"이라며 "처음 사업을 시작할 10년 전에는 언덕 위로 하루에도 몇 번씩 집을 보여주러 다녔지만, 이제는 너무 낙후해서 찾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 지역의 가장 큰 문제는 좁은 길인데, 앞서 진행한 도시재생은 길을 확장하지 않고 단지 깨끗하게 만드는 사업이었다"며 "주민들 삶이 체감할 정도로 나아지지 않았으며, 구경하는 관광객들이 늘어 상인들 매출에는 조금 도움이 됐을 수도 있겠다"고 덧붙였다.
20년간 창신3동에 살았다는 80대 최모씨는 "자녀가 4명인데, 아무도 이곳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다"며 "재개발이 되면 아파트 한 채라도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주변 공인중개업소들은 재개발 실행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상가 등이 특히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창신동의 중개업자 C씨는 "개인적으로 재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언덕 위 주택 소유자와 언덕 아래 상가 등 소유자의 생각이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B씨는 "특히 창신 2구역에는 상가나 봉제공장 등이 많은데, 이들은 공사기간 동안 월세를 받지 못하는데다 상가를 보상 받을 때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며 "현상 유지가 좋은데 굳이 재개발에 찬성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감정평가사는 "재개발을 할 때 문제가 되는 곳은 대부분 상가"라며 "주택은 몇 년 딴 곳에서 살다 오면 되고, 시세도 실거래가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 계산이 서지만 상가는 그렇지 못하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 강 위원장은 "상가 소유주는 비율상 0.8% 수준이며 타당한 보상을 하겠다고 설득해 동의해주는 사람도 있다"고 사업 성공에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민간재개발 후보지 공모는 오는 10월 29일까지 진행된다. 11월 중 자치구가 사전검토를 통해 25개 자치구별로 4곳 이내로 추천하고 서울시는 12월 중 선정위원회를 열고 25개 내외(2만6000가구)로 최종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