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新경세유표-58]일제 소년법 짝퉁, 우범소년 제도 혁파하라

2021-09-18 06:00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우범소년’
현대일본도 폐지한 아동인권침해규정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젓가락 두짝이 똑같아요.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윷가락 네짝이 똑같아요.
∙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한국과 일본의 어린이날이 똑같아요.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한국과 일본의 형법과 소년법이 똑같아요.

∙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한국 형법 제9조(형사미성년자)
∙ 14세 미만의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1)*-일본 형법 제41조(형사미성년자)

∙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고 그 성격이나 환경에 비추어 앞으로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10세 이상인 소년 – 한국 소년법 제3조 1항 3호
∙ 다음 각호의 해당하는 사유가 있고 그 성격이나 환경에 비추어 앞으로 범죄 또는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소년 - 일본 소년법 제4조 1항 3호(2)* 


∙ 일제가 우리에게 걸어놓은 4대 악마의 주술 ① 반격을 모르는 착한 초식성 민족 ② 상생을 모르는 분열성 민족 ③ 일본없이 제 뇌로 생각할 수 없는 무뇌민족 ④ 일본 법제를 '도입'할 뿐 독창적 법제를 제정할 수 없는 열등민족 – 강효백

어린이는 나라의 미래다. 어린이 인격과 생명의 소중함을 새기면서 사랑으로 양육해야 한다. 어린이의 양육 책임을 사회와 국가가 함께 부담하여 아이들의 건강한 삶이 보장되어야 한다.

방정환 선생은 5월 1일 또는 5월 첫째 일요일을 ‘어린이날’로 정했다. 그러나 해방 후 당국자는 어린이날이 노동절과 겹침을 구실 삼아 일본 어린이날과 똑같은 5월 5일로 바꿨다. 

1년 365일 새털처럼 많은 날을 두고 하필이면 일본과 똑같은 날인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정해 유지하고 있는 건 한국의 미래까지 일제의 잔재를 지우지 않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2021년 한국은 일본과 똑같은 용어와 거의 같은 규정으로 길잃은 일탈 소년을 범죄소년, 촉법소년, 우범소년으로 구별하여 처리하고 있다.

1) 범죄소년: 법률상 죄를 범한 소년을 말하며, 형법에 따른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정확히는 14세 이상~19세 미만의 자를 말한다.
2)촉법소년: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소년을 말하며, 소년법에 따라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를 받는다. 대상소년은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자이다.
3)우범소년: 앞으로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소년이다. 10세 이상 19세 미만이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우범소년’

우범소년(虞犯少年)이라? 범죄를 저지를 우려 ‘우범(虞犯)’이나 우범과 소년의 합성어 ‘우범소년’은 구한말 이전 한국과 예나 지금의 중국에도 없는 일본식 한자다.

‘우범소년’은 1922년(다이쇼 11년) 제정, 일본 소년법 제4조에 처음 등장한 용어다. 1942년 조선총독부는 조선소년령을 공포했는데 이는 일본 소년법을 모법으로 삼아 조선에 적용한 것으로 법령 구성과 조항이 동일했다.

조선소년령은 사법과정에서 소년과 성인을 분리해 특별 취급하고 갱생을 꾀하는 근대적 법령이지만, 이를 운영하는 주체가 일제라는 점에서 법령은 전쟁에 필요한 노동력을 양성해 산업전선에 투입시키는 일본 군국주의 극성기 통제장치로 작동했다.

1958년 7월 24일 대한민국은 1942년 조선소년령과 1948년 개정 일본 소년법을 표절에 가까운 직역을 하여 <소년법>을 제정했다. 당연히 ‘우범소년’ 은 법전에 들어가 있었고 그 소년이 환갑진갑을 넘은 63세 노인이 된 2021년 현재에도 생생히 살아있다.

우범소년 송치제도는 성격이나 환경에 비추어 법령에 저촉될 행동을 할 우려가 높은 만 10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을 경찰서장이 직접 소년보호시설에 위탁하거나 소년원에 송치하는 제도다.

소년법 제4조는 죄를 짓지 않더라도 ▲집단적으로 몰려 다니며 주위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하는 경우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거나 유해한 환경에 접하는 소년이 있을 때는 경찰서장이 직접 관할 소년부에 송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9년 실제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우범소년으로 낙인이 찍혀 소년분류심사원으로 송치된 인원은 799명이다. 2016년 178명이었던 우범소년 송치인원이 3년 만에 무려 450%나 폭증했다. 국내외에서 우범소년 규정이 아동의 인권을 침해하고 사회적 낙인찍기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지적과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2018년 10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에 우범소년 규정 삭제를 강력히 요구했다. 2016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우범소년 규정 전체 삭제 검토를 권고했다. 올해 1월초 법무부 소년보호혁신위원회가 법무부에 우범소년 규정을 폐지할 것을 권고하고 1월 말 소년보호사건의 대상에서 우범소년을 제외하는 소년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그러나 기존의 각계에서는 우범소년 제도 폐지는 신중한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으며 답보상태에 있다.

필자는 우범소년 제도는 70여년간 변함없는 관계당국의 연구검토 신중 고려 엄중 따위 상투어로 더 미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현대일본도 폐지한 아동인권침해규정: 경찰서장이 우범소년을 직접 송치

소년법 제4조는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다. 우범소년 송치제도는 반사회성을 조기에 발견하여 조기에 치료하기 위함이라는 게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죄를 범할 우려’만으로 실제 죄를 범한 범죄소년과 똑같은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건 명백한 차별이자 낙인효과만 강화할 뿐 소년범죄 예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범소년을 형사특별법인 소년법에 규정한 입법례는 현재 한국 소년법 제4조와 일본 소년법 제3조에만 있다. 세계 정상적 국가에서는 우범소년을 아동복지법에서 다루고 있다.

죄를 범하지 않은 소년을 획일적 기준의 우범성만으로 형사특별법인 소년법에 우범소년이라는 이름의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것은 일본제국주의 법체계의 유산으로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우범소년의 조항은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중반까지 부랑아라는 이름으로 규정된 소년들에 대한 반사회적 인권 유린이 자행되는 토대가 됐다.(3)*
 
4조 1항은 일본 짝퉁, 4조 2항은 일본보다 심한 악법

한국 소년법 제4조 1항은 일본 소년법 제3조 1항의 짝퉁이다.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거나’ 부분 만 다른 유사율 95% 이상의 일본 소년법 직역 수준이다. ‘성벽(性癖)’이라는 일본식 한자어를 두 번이나 사용한 것까지 똑같다.

그런데 동법 1항보다 2항이 더 문제다. “경찰서장이 우범소년을 직접 관할 소년부에 송치하여야 한다”는 한국 소년법 제4조 2항은 1922년 제정 일본 소년법 제3조 2항의 내무성 관할 일선 경찰서장이 소년부에 송치하여야 한다를 그대로 답습했다.

“도도부현지사 또는 아동상담소장만이 우범소년을 송치할 수 있다”는 현행 일본 소년법 제3조 2항과 다르다. 즉 경찰서장이 직접 관할 소년부에 송치해야 한다는 한국 소년법 제4조 2항은 현재 일본은 물론 세계문명국 어디에도 찾기 힘든 최악의 아동인권침해 규정이다.
 
우범소년은 소외아동, 처벌보다 소년복지법제로 보호해야

거의 모든 경제·사회 지표에서 일본보다 앞선 2021년 오늘날 대한민국, 언제까지 더욱 밝고 위대한 미래 대한민국을 선도해나갈 아동과 청소년에 관한 법제마저도 100년전 낡고 썩은 일본제국주의시대 법제 따라하기를 고수할 것인가?

우범소년은 범죄소년이 아니다. 위기에 빠진 소외아동이다. 나라의 미래 아동의 양육 책임을 사회와 국가가 함께 부담하여 아동의 건강한 삶이 보장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줘야 한다.

하루빨리 소년법 제4조 우범소년 규정을 혁파해야 한다. 이들 우범소년 아닌 소외소년에 관한 보호조치는 소년형사법제에 규정할 것이 아니라 소년복지법제에 규정해 보호해야 한다. 따라서 소년법과 소년복지법제를 정비하고 비행 예방과 교육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개혁을 조속 실천할 것을 촉구한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각주

(1)*. 十四歳に満たない者の行為は、罰しない。
(2)*次に掲げる事由があつて、その性格又は環境に照して、将来、罪を犯し、又は刑罰法令に触れる行為をする虞のある少年
(3)*第三条 次に掲げる少年は、これを家庭裁判所の審判に付する。イ 保護者の正当な監督に服しない性癖のあること。
ロ 正当の理由がなく家庭に寄り附かないこと。ハ 犯罪性のある人若しくは不道徳な人と交際し、又はいかがわしい場所に出入すること。ニ 自己又は他人の徳性を害する行為をする性癖のあること。
2 家庭裁判所は、前項第二号に掲げる少年及び同項第三号に掲げる少年で十四歳に満たない者については、都道府県知事又は児童相談所長から送致を受けたときに限り、これを審判に付することができる。
(4)*소년법 제4조 3항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소년을 발견한 보호자 또는 학교ㆍ사회복리시설ㆍ보호관찰소(보호관찰지소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장은 이를 관할 소년부에 통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