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코로나19 치료제 기대감...“적기 수급, 효능 중요”
2021-09-11 06: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가 올해 내에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가 치료제 개발 상황을 지켜보며 구매 계약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직 단가·물량·품목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코로나 치료제 도입 기대감에 단계적 일상 회복을 뜻하는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먹는 치료제가 개발되면 경증이나 무증상 코로나19 환자가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지 않고 집에서 자가치료를 할 수 있어 의료인력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 정부 “치료제 선구매 위해 제약사와 협의 중”
정부는 현재 코로나19 치료제 선구매를 위해 글로벌 제약사와 비공개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협의 사항은 비공개가 원칙으로, 계약 완료 시 공개 범위를 협의할 예정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 중 머크(MSD)사가 주요 협상 대상으로 거론된다. 머크사의 치료제 1명분 가격은 90만원 수준으로 올해 추경 예산으로는 총 1만8000명분가량의 경구용 치료제를 구매할 수 있다. 내년 예산까지 합산하면 3만8000회분 정도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구매 관련 질의에 대해 “정부는 국내외 개발상황을 모니터링하며 글로벌사와 계속 협의 중에 있다”면서 “경구용치료제 예산의 단가·물량·품목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금의 확산세라면 치료제 3만8000회분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해 백신 도입 초기 계약에 실패하면서 백신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먹는 치료제만큼은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평일 기준 확진자가 2000명대가 나오고 있는데, 이를 기준으로 보면 정부가 추경한 3만8000회분의 치료제로는 20일도 버티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은 이미 대량의 치료제 선구매에 나섰다. 앞서 지난 6월 미국 정부는 머크사의 경구용 치료제 170만회분 선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계적으로 경구용 치료제 개발에 가장 앞선 제약사는 미국 머크사다.
우선 머크는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한 후보물질인 ‘몰누피라비르’ 감염 예방 효과를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머크는 성인 1550명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3상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4분기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르면 10월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머크가 개발하는 몰누피라비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리보핵산(RNA)에 삽입돼 바이러스 복제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화이자는 경구용 치료제 후보 물질인 ‘PF-07321332’의 임상 2·3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은 코로나19에 확진이 됐으나 병원에 입원하진 않았으며 중증 위험이 없는 성인 환자 1140명 대상으로 추진한다.
앞서 화이자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성인 중 당뇨, 고혈압 등의 기저 질환으로 중증 질환으로의 위험이 큰 환자들을 대상으로 PF-07321332 임상을 지난 7월 시작했다. 이 임상의 중간 결과는 내달 나올 예정이다. 화이자 역시 올해 4분기 FDA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진원생명과학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GLS-1027’(제누졸락) 2상 임상연구를 승인했다.
이번 국내 임상은 진원생명과학이 5개국 코로나19 중등증 환자 132명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글로벌 임상 2상의 일부다.
국내에서는 GLS-1027을 포함해 총 22개(20개 성분) 제품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고, 이 중 임상시험 중인 제품은 14개(13개 성분)이며, 종료된 제품은 8개다.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는 국내에서 5건의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경증과 중등증에 대한 경구용 치료제는 코비블록(성분명: 카모스타트), 피라맥스(알테수네이트, 피로나리딘), 레보리르(클레부딘)가 임상시험 2상을 완료했다.
◆ “치료제 효과 판단은 아직···식약처 긴급 승인 필요”
임상시험이 완료되지 않은 약들을 선구매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의견도 있다. 방역 당국 역시 먹는 형태의 코로나19 치료제가 개발·승인되면 방역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정통령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총괄조정팀장은 9일 방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경구용 치료제 도입 이후의 유행 상황을 예측하기는 조금 빠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과거 독감의 경우 경구용 치료제인 ‘타미플루’가 개발되면서 질병의 관리나 유행 전파 차단에 많은 도움을 받은 경우가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코로나19도 효과적인 경구용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유행의 차단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승인을 받은 경구용 치료제가 없고 그 효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하기에 당장 유행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론적인 측면에서 경구용 치료제가 현재의 유행 확산 저지와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된다면 긴급승인 여부는 언제든지 검토를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치료제에 대한 정확한 효과나 자료를 검토한 후에 여러 리스크를 상쇄할 경우에는 긴급도입도 검토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구용 치료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긴급사용 승인이 필요하므로, 방역 관점에서 긴급히 사용할 필요성이 있는지는 별도로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