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상생했다는데...소상공인은 '쿠팡·배민·요기요' 때문에 못 살겠다···왜?

2021-09-10 05:00
대기업 골목상권 침해 논란…“시장 침탈” vs “성장 도움”
소상공인 “편의점·슈퍼마켓 위협하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해야”
대형 유통 플랫폼 “중소상공인 상생 활동 적극 나서···성과도 속속 나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쿠팡 시장침탈 저지 전국자영업 비상대책위원회' 발족·투쟁 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쿠팡을 비롯한 대기업 플랫폼 업체들의 유통시장 장악 중단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기업들이 소상공인과 함께할 다양한 상생방안을 추진하고 성과를 속속 알리고 있는 가운데 정작 소상공인들은 이들로 인해 생계위협을 받고 있다고 호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쿠팡 등 대기업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고유 영업인 물류와 유통산업까지 발을 뻗으며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거대 플랫폼들이 동네상권까지 파고들면서, 기존 시장을 사수하려는 소상공인들과 대기업의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B2C넘어 B2B사업까지” 쿠팡 ‘문어발 확장’에 칼 뽑은 소상공인들
쿠팡과 소상공인 간의 갈등에 불을 지핀 것은 쿠팡이 자사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퀵커머스 사업을 본격화하며 시작됐다.

쿠팡은 지난 7월부터 직매입 상품을 고객 집 앞까지 배달하는 ‘쿠팡이츠 마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점차 권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퀵커머스는 가까운 지역에 물류거점을 마련해 주문 후 30분~1시간 내 상품을 즉시 배송해주는 서비스로,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에서 나아가 1시간 이내 집 앞으로 가져다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집 앞 편의점과 동네 가게와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쿠팡은 앞서 지난 6월에는 음식점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쿠팡이츠딜' 서비스도 정식 론칭하며 B2B(기업간 거래)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쿠팡이츠딜은 쿠팡이츠 입점 업체 중 높은 평점을 받거나 빠른 배달을 수행한 매장에 신선식품과 식자재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서비스다.

이들 서비스 모두 현재 출시 초기 단계지만 전국에 마련된 쿠팡의 물류·배송 인프라를 고려하면 시장 내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들이 여러 기업 중 특히 쿠팡을 문제 삼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들은 “쿠팡은 유통 공룡인 이마트와 견줘도 뒤처지지 않는 대형 유통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이들 역시 다른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영업제한과 의무휴일 등의 규제를 받는 것이 마땅하며, 이를 통해 시장 독과점을 예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실제 쿠팡은 최근 미국 증시 상장까지 이뤄내며 대기업 부럽지 않은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2010년 위메프, 티몬 등과 같은 소셜커머스(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전자상거래)로 출발한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으로 배달, 물류, 퀵커머스 사업까지 미래 유망 사업으로 꼽히는 분야에는 돈을 버는 족족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쿠팡의 시가총액은 50조원을 넘어섰으며 네이버와 함께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의 투톱으로 떠올랐다.

홍춘호 한국마트협회 정책이사는 “배송 업체를 기반으로 한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달리 쿠팡은 전국에 자체 물류망을 보유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치에 오를 수 있는 대기업”이라며 “앞서 신세계와 롯데 등이 대형마트 시장에 진출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쿠팡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시장 질서가 흔들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상공인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구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이용 고객의 편의점·슈퍼마켓 이용 비율 그래프. [사진=한국프랜차이즈학회]

 
소상공인 “쿠팡이 하면 다 한다···온라인 플랫폼 쿠팡화 막아야”
상황이 이렇게 되자 소상공인들은 쿠팡의 사업확장을 막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지난 7일 '참여연대에서 쿠팡 시장침탈 저지 전국자영업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쿠팡 비대위)를 출범시켜 쿠팡과 대기업 플랫폼에 투쟁을 선포했다.

쿠팡 대책위는 “쿠팡으로 대변되는 대기업 플랫폼들이 물류와 유통산업에까지 진출해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고유한 영역을 침탈하고, 심지어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적합업종과 상생협약으로 지정된 업종에까지 진출해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쿠팡 대책위는 또 쿠팡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뿐만 아니라 B2B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규제를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쿠팡은 지난 7월 '쿠팡비즈'를 출원 신청하면서 상표명 정보란에 '가구 소매업', '가위 소매업' 등 MRO(소모성 자재구매 대행) 관련 상품군을 명시하는 등 사업 영역을 구체화한 바 있다.

MRO 사업은 문구류 등 소모성 자재를 구매해 기업에 공급해 주는 것이다. 대중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시장 규모만 20조~30조원에 달하는 큰 시장이다. 특히 사업 특성상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만 있다면 고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안정된 캐시카우로도 불린다.

문제는 MRO 분야와 식자재 납품업 모두 다품종 소량생산과 유통이 일반적이어서 전통적으로 중소기업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는 점이다. 소상공인들이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쿠팡을 시장에서 배제하려고 나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쿠팡의 진입을 막지 못할 경우 다른 여러 플랫폼들도 관련 시장에 잇따라 진출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쿠팡 대책위는 쿠팡뿐만 아니라 플랫폼의 창고형 마트와 식자재 납품업에 대기업의 진출을 금지·제한시키는 동시에 MRO 사업 상생 협약에 쿠팡도 참여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MRO 서비스는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상생 협약이 이뤄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은 상호출자제한기업과 매출액 3000억원 이상의 기업만 신규로 거래할 수 있다.
 
쿠팡만 문제?···“배민·요기요 등도 똑같아”
온라인 플랫폼과 소상공인의 갈등은 쿠팡이 처음은 아니다. 대형 유통사인 롯데와 신세계가 지역 사회에 대형 마트와 베이커리, 카페 등을 입점했을 당시에도 지역사회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바 있다.

특히 쿠팡이 진입한 퀵커머스 사업의 경우 이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대형 유통사들이 진입한 시장이다. 소상공인들은 이들의 앞선 행보로 이미 지역 사회의 유통 질서가 흔들렸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쿠팡 외의 대기업들이 플랫폼 서비스 사업을 지역으로 확장할 경우, 주변 기존 상권의 매출이 절반 가까이 급감한다는 조사·분석 결과도 있다.

한국프랜차이즈학회가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각각 B마트와 요마트 서비스를 시작한 2019년 이후 지역 편의점과 슈퍼마켓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B마트와 요마트는 신선·가공식 등 상품 주문이 들어오면 짧게는 10분 이내, 길어도 1시간 이내에 신속히 배송하는 방식의 즉시배달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 출시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지역은 강남구와 관악구다.

이들은 특히 새벽 4시부터 오전 10시, 오후 10시부터 새벽 4시 사이 편의점과 슈퍼마켓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강남의 경우 편의점과 슈퍼마켓 매출이 각각 최대 17.39%, 56.36% 감소했으며 관악구는 편의점과 슈퍼마켓 각각 최대 11.34%, 슈퍼마켓은 44.11%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시장 흐름이 언택트 소비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부정해 쿠팡을 제지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시장은 균형적인 발전이 필요하다. 한정된 파이를 일정한 규제 없이 누군가 독식하게 된다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은 무너질 수밖에 없고, 그러면 국가 경제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쿠팡]
 

유통 공룡들 “지역 소상공인과 상생 활동 적극 나서···성과로도 증명됐다”
하지만 쿠팡 등 대규모 유통 플랫폼 기업은 다소 억울하단 입장이다.

그간 소상공인이 겪고 있는 골목상권의 어려움을 전적으로 공감하며,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꾀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판단에서다.

쿠팡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쿠팡과 거래하는 중소상공인 중 서울 소재 중소상공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6% 성장했다. 일부 지역의 경우 인구와 상권이 밀집된 서울보다 더 가파르게 성장세를 보였다.

쿠팡은 중소상공인의 성장을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쿠팡은 정부, 지자체와 협업을 통해 소상공인과 농수축산인들의 디지털 판로 개척에 도움을 주고 있고, 이를 위해 올해에만 4000억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조성했다는 설명이다.

배달의민족 역시 지난해 9월 전통시장 맛집 음식을 배달해주는 ‘전통시장 배달 페이지’를 앱에 개설해 소상공인온라인 시장 확대를 돕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시장, 마포구 망원시장·망원월드컵시장, 관악구 봉천제일종합시장 등 4곳에서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향후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지역 특산물 산지 직송 서비스 ‘지역별미’ 등을 통해 지역 소상공인까지 아우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형 유통 플랫폼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들 역시 단순 중개업자를 넘어 소비자와 입점 업체, 인근 지역 소상공인 모두 고객으로 포용하는 사회적 책임을 지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요즘 같은 시장 흐름 속에서 플랫폼 사업자들을 무조건 시장 약탈자로 몰아세우는 것은 맞지 않다. 어떻게 하면 대기업의 인프라와 경쟁력에 소상공인들이 편입돼 함께 잘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