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의회, 정부 디폴트 막아달라"…채무한도 유예 처리 요구

2021-09-09 10:27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8일(이하 현지시간) 의회에 연방정부 채무한도 상향이나 유예 조치 처리를 요구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 민주당과 공화당의 상·하원 지도부에 보낸 서한을 통해 “지금 사용가능한 모든 수단과 현금이 소진될 경우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상환 의무를 총족할 수 없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임시 조치에 따른 자금 융통은 10월 중에 다 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부채는 이미 현재 법률로 정해진 상한선을 넘어선 상황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사진=AP·연합뉴스]
 

이날 서한에서 옐런 장관은 "부채한도 조정 연기는 미국 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유발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부채상한선 결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업활동과 소비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납세자들의 단기 대출 부담을 늘리고, 미국 국가 신용도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의회는 지난 2019년 부채 한도를 22조300억 달러로 설정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정부의 재정 지출이 크게 늘면서 한도 적용을 올해 7월 31일까지 연기했다. 델타 변이 등으로 코로나19 확산이 통제되지 않으면 한도 해제 시한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의회에서는 한도 해제를 연기하지 않았다고 부채 한도는 다시 적용됐다. 미국 정부가 부채를 늘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재무부는 공무원 퇴직 연금 기금의 투자를 일부 정지시키는 등의 임시적 조치로 부채 한도 제한을 버텨왔다. 지난 8월 초 옐런 장관은 즉시 지급 의무가 없는 공무원 퇴직기금, 장애 기금, 연방우체국(USPS) 퇴직 의료 혜택 기금의 신규 투자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같은 임시 조치도 10월 중에 자금이 고갈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옐런 장관이 의회에 조치를 호소한 것이다. 그는 아직도 팬데믹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국 전체의 신용에 타격을 주는 것은 무책임한 조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야당인 공화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수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예산에 반대하고 있어 부채 상한 증액이 쉽지는 않아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국가 부채 위기가 커지면서 바이든 정부의 인프라 법안 통과도 난항을 겪고 있다"면서 "코로나19 확산과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등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인기는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