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수소 인류 삶 혁명적 변화 가져올 것”

2021-09-07 15:35
수소를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나’ 사용하는 ‘수소비전 2040’ 발표
부피 30% 줄인 100kW급, 출력 2배 올린 200kW급 시스템 세계 최초로 공개
모든 상용차 신모델, 수소차·전기차만 출시해 친환경 상용차 대중화 가속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 원년으로 선언하고,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놨다.

2028년 자동차업계 최초로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적용하고, 2030년에는 배터리 전기차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2040년까지 주택, 빌딩, 공장, 발전소 등 일상과 산업 전반에 수소사회 구현하겠다는 포부다.

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날 열린 글로벌 온라인 행사 ‘하이드로젠 웨이브(Hydrogen Wave)’의 기조 발표자로 나서 “현대차그룹이 꿈꾸는 미래 수소사회 비전은 수소에너지를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나’ 쓰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정 회장은 “수소사회 실현을 앞당길 수 있도록 앞으로 내놓을 모든 상용 신모델은 수소전기차 또는 전기차로만 출시할 것”이라며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용차의 전면적인 친환경 전환 계획 발표는 글로벌 자동차업계 중 현대차그룹이 최초다. 하이드로젠 웨이브는 현대차그룹이 처음 선보이는 수소 관련 글로벌 행사다.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에너지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수소사회를 조기 실현할 수 있도록 큰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7일 열린 글로벌 온라인 행사 ‘하이드로젠 웨이브(Hydrogen Wave)’의 기조  발표자로 나서 수소사회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2040년, 수소에너지를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나’ 쓰는 사회 달성

정 회장은 하이드로젠 웨이브에서 2040년까지 수소에너지로 산업 및 사회 전반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수소비전 2040’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우선 수소전기 상용차 대중화를 통한 전 지구적 배출가스의 저감을 추진한다.

글로벌 자동차업계 최초로 2028년까지 이미 출시된 모델을 포함한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한다. 앞으로 대형 트럭, 버스 등 모든 상용차 신모델은 수소전기차와 전기차로 출시해 배출가스가 아예 나오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 내수 상용차 시장에서만 연간 20만t 이상의 수소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2030년 전 세계 7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소형상용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장 5~7m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목적기반 모빌리티(PBV)도 개발한다. 향후 상용차 부문에 자율주행과 로보틱스까지 결합해 사업 역량을 더욱 강화한다.

정 회장은 “수소연료전지를 에너지 솔루션 분야에도 적용하는 등 미래 비즈니스 영역을 지속해서 확장하겠다”며 “기차, 선박,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다양한 이동수단뿐 아니라 주택, 빌딩, 공장을 비롯한 일상과 산업 전반에 연료전지를 적용해 수소사회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생산하고 있으며,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브랜드 ‘에이치투(HTWO)’ 등을 통해 글로벌 사업 본격화에 나섰다. 수소 생태계 확대를 위해 자사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브랜드의 모빌리티에도 연료전지시스템이 탑재될 수 있도록 시스템과 기술을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수소 트랙터.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부피와 가격 줄이고 출력과 내구성은 높인 차세대 연료전지시스템
현대차그룹은 현재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보다 크기와 가격은 낮추고 출력과 내구성을 높인 차세대 연료전지시스템으로 수소사회 실현을 앞당길 예정이다. 실제 하이드로젠 웨이브에서 2023년 내놓을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시제품인 100kW급과 200kW급 연료전지시스템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1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은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에 적용된 2세대 연료전지시스템에 비해 부피를 30% 줄였다. 상용차용으로 개발 중인 2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은 넥쏘의 시스템과크기가 비슷하지만, 출력은 2배 정도 강화됐다. 향후 상용차용 고내구형 연료전지시스템은 50만km 이상 주행거리를 확보할 계획이다. 가격의 경우 지금보다 50% 이상 낮춰 2030년경에는 수소전기차를 일반 전기차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한다.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은 다양한 형태로도 응용이 가능하다. 1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은 여러 개를 연결해 500kW, 1MW 등 다양한 출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전력 소모량이 큰 대형 선박, 기차, 건물 등에 공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부에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어 실내 공간 확보에 유리해 향후 PBV 등 미래차에도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시제품.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미리 보는 미래 환경친화적 신개념 수소모빌리티의 향연

현대차그룹은 하이드로젠 웨이브에서 개발 중인 새로운 수소모빌리티 및 수소연료전지시스템도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미래 장거리 물류를 위한 현대차그룹의 무인 운송 시스템 콘셉트 모빌리티인 ‘트레일러 드론’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트레일러 드론은 수소연료전지 및 완전 자율주행기술이 적용된 2대의 ‘이-보기(e-Bogie)’ 위에 트레일러가 얹혀져 있는 신개념 운송 모빌리티다. 일반 트레일러보다 좁은 반경으로 회전할 수 있다. 보기는 열차 하단의 바퀴가 달린 차대를 뜻한다. 현대차그룹은 트레일러 드론이 1회 충전으로 10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비전 FK'.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수소차에 전기차의 강점을 융합한 고성능 수소연료전지차 ‘비전 FK’도 이날 세계 최초로 베일을 벗었다. 비전 FK의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 목표는 600km에 이른다. 출력은 500kW 이상,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4초 미만으로 수소차로도 고성능차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레스큐 드론’도 시선을 끌었다. 수소연료전지 이-보기에 비행 드론과 소방용 방수총이 결합된 모빌리티다. 드론을 띄워 재난현장을 촬영하면서 방수총을 가동해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한다. 원격주행과 자율주행이 모두 가능하고,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450~500km 정도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에 수소를 충전하거나 외부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수소모빌리티들도 함께 선보였다. 그 중 ‘H 무빙 스테이션’은 수소전기차에 수소를 충전하는 설비가 장착된 이동형 수소충전소로 수소차 고객의 편의를 개선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다. 수소충전소가 보급되지 않은 지역이나 충전수요가 급증하는 지역에 투입된다.

이밖에 재난구호차량은 연료전지와 전기 충전기가 사륜구동이 가능한 험로 주행용 차량에 결합한 모빌리티다. 수소로 발전을 한 뒤 재난지역 및 험지 등에 전력을 지원한다. 긴급하게 전기차를 충전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정 회장은 “수소는 인류가 환경재앙을 극복하는 데 있어 강력한 솔루션 중 하나임이 확실하다”며 “하지만 일부 국가나 기업의 노력만으로 우리가 바라는 수소사회로 빠르게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책임감 있는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 인류의 미래를 위해 수소사회를 앞당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며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많은 동참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발표에 이어 8~1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수소모빌리티+쇼’와 연계해 일반인도 관람할 수 있는 하이드로젠 웨이브 전시행사를 4일간 진행한다.
 

트레일러 드론.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