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즉시연금 1심 패소 '약관 미비' 때문

2021-09-07 08:07
보험학회 세미나 개최…집단분쟁조정제도 활용 등 대책 필요 지적

최근 생명보험사들의 잇따른 즉시연금 1심 패소가 약관 미비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향후 보험사가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문 용어로 기재된 기존 약관을 보험가입자가 이해하기 쉽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7일 한국보험학회에 따르면 맹수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온라인으로 열리는 '2021 한국보험학회 제1차 정책세미나에서 '즉시연금 1심 판결의 법리 검토'를 주제로 발표한다.

미리 공개된 발제문에서 맹 교수는 즉시연금 소송의 법적 쟁점을 △'평균적 고객'의 관점에서 본 약관상 '생존연금월액'의 의미·해석 △산출방법서(생존연금월액 계산식) 내용의 약관 반영 여부 △생존연금월액이 고객에게 설명 대상인지 여부로 꼽고, 각 쟁점에서 법원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약관에서 생존연금월액은 순보험료에 공시이율을 적용하게 되는데, 여기서 '적용'의 의미는 일반적으로 '곱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다면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돼야 하는 것이 약관해석의 원칙이라는 점에서 판결의 논지가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국에 제출한 산출방법서에 구체적인 보험금 지급 예시금액을 제공했다는 보험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약관에 그러한 계산의 근거가 없고 산출방법서가 모든 고객에게 배포되는 것도 아니므로 계약 내용에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생존연금월액을 이 사건 연금보험계약의 중요사항으로 본 판결 요지는 타당하고, 이를 설명하지 않은 이상 보험자는 설명의무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시연금 등 보험금 분쟁이 소송으로 장기화함에 따라 소비자가 승소하더라도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창희 국민대 명예교수는 '즉시연금 피해자의 일괄구제제도 연구'를 주제로 한 발표문에서 소비자 일괄 구제를 위한 방안으로 △집단분쟁조정제도 활용 △보험사에 조정 수용 의무를 부여하는 편면적 구속력 도입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독립성 강화 등을 제안했다.

한 교수는 "즉시연금 사건은 보험사의 수용 거부로 인해 근래에서야 1심 판결이 내려지고,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아직 멀다"며 "수많은 가입자는 승소 확정판결이 내려지더라도 근래까지(3년 이상 지난) 보험금 청구권은 상실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목돈을 맡기면 한 달 후부터 연금 형식으로 매달 보험금을 받는 상품이다. 원고들은 즉시연금 중에서도 일정 기간 연금을 받은 후 만기에 도달하면 원금을 환급받는 '상속만기형' 가입자들이다. 금감원이 2018년에 파악한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규모는 16만명, 8000억∼1조원이다. 현재 삼성생명과 동양생명 등 4개 생보사가 1심 판결에서 패소해 항소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