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물적분할···LG화학 사례와 차별화된 이유

2021-09-07 06:00

SK이노베이션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배터리 사업 부문을 독립시키기로 했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대가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유사한 분할 작업을 진행하면서 상당한 곤혹을 겪었던 LG화학과 사뭇 다른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 차이는 두 기업의 소액주주 지분율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LG화학은 소액주주가 54%의 지분율을 보유했기에 의사결정을 좌우할 수 있었던 반면 SK이노베이션의 소액주주는 27%에 불과해 애당초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부문 물적분할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2건이 지난 5일 마감됐으나 동의자는 5000여명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문의 물적분할을 추진할 때 청와대 국민청원 2건에 대한 동의자가 한 달 동안 1만500여명이었던 것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이달 16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친 후 다음달 1일부로 신설법인을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분할 방식은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의 발행 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단순·물적 분할 방식으로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의 지분 100%를 갖게 된다.

배터리 신설 법인이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로 남는 상황이라 당장 연결기준 실적에 변동은 없다. 그러나 향후 배터리 신설 법인이 상장 등을 진행한다면 상황이 바뀔 수밖에 없다.

기존 소액주주들 입장에서는 갑작스레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셈이다. 지난해 배터리 사업 부문 물적분할을 단행한 LG화학도 이 같은 영향에서 한동안 주가 하락세가 지속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들이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은 이미 의사결정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포기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액주주들이 반대를 하더라도 물적분할 결정을 되돌리기는 늦었다는 시각에서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의 지분 구조의 영향이 크다. 지난 6월 말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최대주주인 SK㈜ 등은 33.41%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30% 이상 지분도 1% 이상 큰 손들이 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소액주주는 27.48%에 불과하다. 소액주주가 한 데 뭉쳐 물적분할에 반대하더라도 1% 이상 지분을 쥔 대주주 중 다수가 이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구조다.

LG화학 소액주주가 물적분할을 추진하던 지난해 9월 말 기준 53.9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것과 큰 차이다. 당시 LG화학은 소액주주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배당성향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는 "과반수 지분을 쥐고 있던 LG화학 소액주주도 물적분할을 막지 못했다"며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들이 반대하더라도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이 시장과 소통 노력을 한 덕에 큰 반응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의 물적분할에 대해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결의한 것은 지난달이나, 지난 7월 스토리 데이에서 이와 유사한 내용을 시장에 알려왔다.

SK이노베이션의 스토리 데이는 회사 성장 전략을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로, 절반 이상의 참여자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였다. 온라인으로 해외 투자자들도 접속했을 뿐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서 생중계 하는 등 소통에 힘썼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스토리 데이 등을 통해 시장과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 점을 드러냈다"며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소액주주들도 회사의 방향성을 충분히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SK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