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0일' 홍남기...코로나 경제 위기 극복은 '선방'·부동산은 '글쎄'

2021-09-05 15:56
예산편성만 10번...본예산 3번·추경 7번
곧 안정 찾을 거라던 집값은 더 올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2년 예산안 및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한 지 1000일을 맞았다.

홍 부총리는 올해 4월 1일 자로 '역대 최장수 기재부 장관'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여기에 더해 지난 4일에는 2008년 기재부 출범 이후 '첫 1000일 차 장관'이라는 기록까지 세우게 됐다. 옛 재무부와 경제기획원까지 합쳐도 역대 4번째로 재임 기간이 길다.

홍 부총리가 세운 기록은 또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장관급 공식 회의를 총 208회 주재했다. 경제관계장관회의 100회, 부동산시장 관계장관회의 29회, 대외경제장관회의 22회 등이다. 비공개로 이뤄지는 경제장관회의인 '녹실회의(80회)'까지 더하면 그가 주재한 회의 수는 288회에 이른다.

그는 재임 기간 코로나19발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섰다. 그동안 짠 예산안만 10회로, 가장 많은 예산을 편성한 경제 정책 수장이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번에 걸친 본예산, 2019년부터 올해까지 7번에 걸친 추경 등을 편성했다. 

그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 역성장 폭을 최소화했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보면 10대 경제 대국 가운데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경제회복 속도를 보인다. 선진국 기준으로 보면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을 제치고 1위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도 4%대로 밝아 코로나19발 경제 위기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8% 증가하면서 올해 정부 성장률 목표치인 4.2%를 달성할 수 있다고 한국은행은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7월 '세계 경제 전망 수정'을 내놓으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3%로 올려 잡았다. 지난 4월 전망치(3.6%)보다 0.7%포인트 높다.

이 외에도 2019년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해 추진한 소재·부품·장비 특별대책과 코로나 사태 초기 마스크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수급을 안정시킨 것은 홍 부총리의 공으로 꼽힌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은 홍 부총리에게 아킬레스건이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은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마련됐다. 그러나 경제 정책 컨트롤타워인 홍 부총리가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

최근 홍 부총리는 부동산시장이 고점이어서 곧 안정될 것이란 취지로 발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지난 6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서울 아파트의 실질가격이 과거 고점에 근접했다. 부동산시장이 꺾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7월에는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여러 부동산 가격 지표가 최고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며 "가격 조정이 이뤄진다면 시장 예측보다 좀 더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부총리의 발언과 달리 전·월세 할 것 없이 부동산 시세가 꾸준히 올라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일도 홍 부총리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앞서 홍 부총리는 올 하반기에는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그러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까지 5개월 연속 2%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