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일원화 논란] 법조일원화 논의, 그간 어떻게 진행돼왔나?

2021-09-05 10:55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법조일원화'를 퇴행시킬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결국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재석 229인 중 찬성 111인, 반대 72인, 기권 46인으로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을 채우지 못한 것.

애초 시민단체 등에서는 해당 법안이 2011년 도입된 법조일원화 취지와 동떨어진 내용을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일원화는 10년 이상 법조경력이 있는 이를 판사로 임용하는 제도다.

종전에는 사법연수원 성적만으로 판사를 선발하는 ‘즉시법관제도’가 운용됐지만, 이 경우 선배 법관의 의견에 종속되거나 일상과 동떨어진 판단이 나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관료적·폐쇄적 법관 인사구조를 탈피하고, 10년 이상의 다양한 경험을 갖춘 법조경력자들을 판사로 선발하기 위해 법조일원화 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판사 수급이 어렵다'는 등 법원의 주장을 받아들여 법관 임용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된 지 100여일 만에 소위원회 심사까지 통과시키면서 법조일원화를 둘러싼 논란은 커졌다.

법관 임용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은 법안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그간 진행돼 온 사법개혁의 취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기자회견에서 “법조일원화는 아무 사회경험 없이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제왕적 대법원장의 명령에 복종하는 관료적 법관이 아니라, 시민들의 애환과 고민을 경험하고 시민들의 생각을 사법 영역으로 반영할 수 있는 법관을 충원하고 양성하자는 약속이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법원은 "법조일원화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법조일원화를 현실에 맞게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개선"이라고 주장해왔다. 

◆ 법조일원화 논의의 시작

법조일원화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03년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 때부터다. 당시 사개위는 대법원장이 부의한 안건을 검토했고, 그중 하나가 법조일원화였다. 법원 스스로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것.

이에 관료적·폐쇄적 법관 인사구조를 탈피하고, 사법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2011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법관 임용 자격요건을 10년 이상으로 하는 법조일원화 방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제도를 안정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2011년 법원조직법 개정을 시작으로 2013년부터는 3년 이상, 2018년부터는 5년 이상, 2022년부터는 7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가진 사람이 판사로 임용될 수 있게 했다.

본격적인 제도 도입은 2026년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법관 임용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5~6월경 집중적으로 발의돼, 이례적으로 두 달 만에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이에 시민단체들에서는 "국회는 ‘판사 수급이 어렵다’는 법원의 목소리는 경청했지만, 10여년 전 도입된 법조일원화 취지는 외면하고 사법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들으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당시 여·야 모두 '사람이 부족하다'는 법원행정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대법원이 공개한 '법조경력별 법관임용 현황'에 따르면 연도별 법조경력 임용인원은 △2013년 68명 △2014년 70명 △2015년 107명 △2016년 108명 △2017년 159명 △2018년 36명 △2019년 80명 △2020년 155명이다.

이 중 지난해 임용된 판사의 법조경력은 5~6년 83%, 7~8년 14%, 10년 이상 3%로 나타났다.

대법원은 판사 임용에 필요한 법조경력이 10년 이상으로 상향되면 임용 법관 수가 현저히 줄어 재판 지연 사태가 심화될 것으로 보고 충분한 지원자를 확보할 수 있도록 법조경력을 5년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은 제대로 된 법조일원화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도 전에 제도를 퇴행시킨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변은 "국회와 법원 등에서 이러한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내세우는 명분은 '현재 제도로는 원활한 판사임용이 어렵고, 이로 인해 법원의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등의 문제 발생이 예상돼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도리어 법원개혁의 퇴행을 불러올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 판사 지원 경력 내년부터 5년 → 7년

현행 법원조직법에 따라 내년부터 판사직 지원 최소 법조 경력은 5년에서 7년으로 상향 조정된다.

5일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국회에 제출한 법조 경력자 법관 임용 현황을 보면 지난해 판사직 지원자는 524명이었다.

이 중 60%가 넘는 323명이 법조 경력 5년 이상∼7년 미만이고, 7년 이상∼10년 미만 158명(30.2%), 10년 이상 43명(8.2%)이었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장기 법조 경력자 법관 임용을 확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당장 오는 8일 열릴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 '법조일원화제도 분과위원회' 신설을 추진한다.

법원조직법이 개정되면 법조일원화 분과위를 신설할 계획이었지만, 법안 개정과 상관없이 추진하기로 했다. 분과위에서는 장기 법조 경력자 임용을 확대하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임용 절차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

법관 처우 개선책 마련과 재판연구원 증원, 단독재판 확대, 판결문 작성 방식 개선 방안 등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