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라운지] 오너 2세·최연소 제약사 대표, 류기성 경동제약 부회장의 승부처
2021-09-04 06:00
'그날엔' 10년 '아이유 진통제' MZ세대 자리매김
창업주 류덕희 명예회장 뜻 이어 '나눔경영' 실천
실적악화 위기 속 분위기 반전 성공할까
창립 50주년 연간매출 5000억 전환기
창업주 류덕희 명예회장 뜻 이어 '나눔경영' 실천
실적악화 위기 속 분위기 반전 성공할까
창립 50주년 연간매출 5000억 전환기
오너 2세이자 국내 최연소 제약사 대표이사인 류기성(39) 경동제약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류 부회장은 올해 7월부터 창업주인 아버지 류덕희 명예회장을 대신해 단독 경영으로 경동제약을 이끌어 가고 있다.
30대에 이미 최고경영자(CEO) 반열에 올랐던 그이지만 그동안 했던 크고 작은 시행착오들은 든든한 지원군인 류 명예회장이 있어 빈틈이 커 보이지 않았다.
이전까지 류 명예회장이 지근 거리에서 류 부회장을 지켜보며 적재적소의 코치 역할을 했다면, 현재의 ‘단독 경영인’이라는 직함이 주는 압박감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혼자 힘으로 버텨내야 하고,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창의력은 그 어느 때보다 극대화해야 한다.
경동제약의 현재···'그날엔'과 '아이유'의 시너지
1975년 ‘유일상사’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경동제약은 치료제 전문 제조업체로 출발했다.그만큼 제네릭과 개량신약 등 전문의약품(ETC) 의존도가 높았고, 반대로 국민 인지도가 높던 일반의약품(OTC) 시장에서는 활약이 크지 못했다.
하지만 2010년부터 상황이 급반전했다.
게보린과 타이레놀 등으로 대표되던 국내 진통제 일반의약품 시장에 이름도 생소한 ‘그날엔’을 선보이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공략한 것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특히 2017년부터 인기가수 겸 배우인 아이유(이지은)를 모델로 내세우면서 젊은층에는 ‘그날엔’ 하면 ‘아이유 진통제’라는 수식어가 자리매김했을 정도로 브랜드 가치가 치솟았다.
경동제약은 '그날엔'과 아이유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내년에도 브랜드 모델 협업을 이어가기로 하면서 6년 연속 홍보 모델로 인연을 맺게 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양측이 장기계약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너가 2세로 2006년부터 경동제약에 합류한 류 부회장 역시 일찌감치 ‘뉴(New) 경동제약’의 새로운 청사진을 준비해왔다.
경영전략본부장을 거쳐 생산본부 및 연구개발(R&D) 센터장을 지내는 등 핵심 부서를 섭렵했고, 이미 2011년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2014년부터는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등 실질적인 리더로 회사를 이끌어 왔다.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아온 류 부회장은 국내 제약사 오너 2세 중 올해 기준으로 가장 젊은 나이에 단독 대표이사로 등극한 타이틀까지 갖게 됐다.
'실적개선' 난제···“만만치 않은 일인자의 위치”
반면 단독 대표이사에 등극한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류 부회장 앞에 놓인 ‘실적개선’이라는 커다란 숙제가 그의 어깨를 더 짓눌렀기 때문이다.
당장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2000억원이 넘지 않는 연간 매출과 내리막길을 걷는 영업이익을 얼마나 더 끌어올릴 수 있느냐다.
지난해 경동제약 매출은 1738억여원으로, 2000억원 고지를 넘지 못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1.6% 줄었고, 영업이익 역시 190억원으로 22.8% 감소했다.
올 상반기도 실적은 썩 좋지 않았다.
상반기 81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지난해 829억원 대비 1.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75억원을 기록해 역시 지난해 상반기 96억원 대비 21.8% 줄었다.
계열사 손실 문제도 골칫거리다.
경동제약 미국법인인 류일인터내셔널은 지난 2015년 이후 매출이 지속해서 줄고 있으며, 또 다른 자회사 경동인터내셔널도 수년간 적자로 손실만 쌓였다.
그나마 올해부터는 조금씩 순이익을 거두며 기사회생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창립 50주년 연간매출 5000억 전환기···‘코로나19 치료제’ 전면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류 부회장은 창립 50주년인 2025년을 기점으로 “연간매출 5000억원의 토대를 만들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선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는 약물 성분인 ‘부시라민’ 원료 수출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부시라민은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으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 글로벌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의약품이다.
현재 3상은 캐나다 제약업체 리바이브테라퓨틱스가 진행하고 있으며, 3상 결과는 3분기 안에 나올 전망이다.
또한 대표 브랜드 ‘그날엔’의 높은 가치 평가와 함께 의약품 도매업체이며 경동제약 자회사인 ‘케이디파마’도 분위기 반전에 힘을 싣고 있다.
케이디파마는 지난해 30억6700만여원의 매출과 9억여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류 부회장의 목표 달성에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 ‘바이오 헬스케어’ 투자···“나눔경영이 토대”
실적 상승 외에 류 부회장은 바이오 헬스케어 벤처기업의 멘토 역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경동제약은 지난해 말 270억원 규모로 출범한 ‘스마트 대한민국 경동킹고 바이오 펀드’에 핵심 멘토기업으로 참여하며 모두 110억원을 출자했다.
이 바이오 펀드는 진단·백신·치료제·의료기기 등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의 창업자, 중소기업,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프로젝트다.
이처럼 미래 성장 동력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류 부회장의 ‘나눔경영’은 아버지인 류 명예회장에게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류 명예회장이 경동제약 창립 초기부터 현재까지 기부한 누적 금액은 모두 361억원에 달한다. 일선에서 물러난 현재까지도 그의 기부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류 명예회장은 기부뿐만 아니라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과 중소기업 협동조합중앙회 부회장, 한국제약협회 이사장 등을 지내며 국내 제약산업 발전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나눔경영에 열의를 보이는 류 부회장의 노력이 실적 상승이라는 결실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류 명예회장이 퇴임 뒤에도 회사 경영 전반에 꾸준히 관심을 두고, 필요에 따라 적재적소에서 자문 역할을 하는 등 류 부회장의 실적상승 기반은 튼튼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장기화 국면에서 홀로서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류 부회장의 승부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가 업계의 큰 관심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