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5) 아이즈'에서 '나인(9) 아이즈'로?...한-미 '정보 동맹' 초읽기

2021-09-03 18:52

2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는 이날 새벽 전체회의에서 2022회계연도(2021년 10월~2022년 9월) 국방수권법(NDAA)을 처리했다. 1961년 처음 제정된 국방수권법은 미국의 국방 정책과 예산을 총괄적으로 다루는 1년 유효 기간의 예산 법안이다. 해당 법안에서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국방 예산을 책정하면서 그 기준으로 매년 미국이 당면한 국가 안보 문제와 그에 따른 국방 정책을 명시한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2022회계연도에서 당초 7150억 달러의 국방 예산을 요청했으며, 상원의 심의 과정에서 이는 7780억 달러로 늘어난 상태다. 이번 국방수권법이 주목을 받는 또다른 지점은 미국의 기밀정보 공유 대상 국가인 일명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를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언급한 지침이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뉴질랜드·호주·영국 등 영어권 국가 4개국이 체결한 기밀정보 공유동맹인 파이브 아이즈는 지난 1946년 미국과 영국이 소련 등 공산권과의 냉전에 대응하기 위해 맺은 협정을 시초로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사진=AP·연합뉴스]



이날 하원 군사위는 확대 우선 순위 국가로 우리나라를 가장 먼저 꼽은 후 일본, 인도, 독일을 나열하면서 "파이브 아이즈를 시작한 이래 (군사 안보) 위협의 지형이 중국과 러시아 등으로 광범위하게 변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군사위는 미국 국가정보국(DNI)과 미국 국방부의 조율을 통해 기밀 공유 대상국을 확대할 경우의 이점과 위험성, 또 각 대상국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 등에 대한 검토 내용을 5월 20일까지 의회에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주한미군사령관, 특수작전사령관과 협의해 주한미군의 작전 지역 내 정보 수집 능력과 활동에 관해 내년 2월까지 보고하라고 지시했으며, 보고 대상에는 우주, 항공, 지상, 해상, 사이버상 정보와 감시, 정찰 능력이 포함됐다.

해당 지침은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대외 방침을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와의 체제 경쟁으로 천명하고,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군사·안보·외교의 초점을 중동 아시아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옮긴 여파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협력국과의 협력 범위를 기밀정보 공유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인 것이다.

파이브 아이즈에 포함된다는 것은 미국의 최우선 동맹국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향후 기밀정보 공유 동맹체에 포함된다면 한미 동맹의 위상은 물론 국가적인 위상도 크게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해당 정책에 있어서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협력국과의 군사·안보 협력도 확대하려는 기조는 향후 우리나라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실제, 이날 지침에 기밀 공유 대상국에 포함한 일본과 인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비공식 군사·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특히, 일본의 경우 꾸준히 자신을 파이브 아이즈에 추가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던 상황이며, 이에 미국 내부에서도 미국 내부에서도 '파이브 아이즈 플러스(+)'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져왔다.

다만, 해당 지침이 국방수권법에 담기려면 넘어야 할 과정이 많다.

상원과 하원이 각각 군사위와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한 후 상·하원 합동위원회를 결성해 추가 조문화 작업이 진행되야 한다. 합동위에서 여야 간 최종 조율이 이뤄지면 상·하원이 한 번 더 법안을 표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최종 결정권은 미국 행정부에 넘어가며,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 이후 기존의 파이브 아이즈 회원국 전원의 동의도 얻어야 한다.

한편, 이번 국방수권법에는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이 삭제됐다. 대신, 이날 하원 군사위는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주한미군 유지 필요성을 재확인하는 문구를 삽입했다.

종전 법에는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을 현원인 2만8500명 미만으로 줄이는 데 예산을 사용할 수 없도록 명시한 조항이 있었다. 다만, 의회 측은 해당 조항이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정권이 바뀐 이상 더는 필요가 없어졌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