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이어 고용보험료까지…4대보험료 부담 갈수록 커져

2021-09-02 08:12
사업자·근로자 0.9%씩 부담
경영계 "재정현실 외면한 선심성 정책 결과" 쓴소리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이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건강보험에 이어 고용보험도 보험료율을 인상하면서 국민 부담이 커지고 있다. 경기 변동에 따라 재정 상황이 큰 폭으로 변하는 고용보험기금으로 각종 복지정책을 펼치고 그 부담은 국민이 지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1일 발표한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전화 방안'의 핵심은 실업급여계정 보험료율 인상이다.

현재 1.6%로 책정된 보험료율은 내년 7월부터 1.8%로 오른다. 근로자와 사업주가 각각 0.9%씩 부담하는 셈이다. 월급이 300만원인 근로자는 한 달에 3000원, 연간 3만6000원의 보험료를 더 내게 된다. 사업주만 부담하는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계정의 보험료율은 동결됐다.

박화진 고용부 차관은 "고용보험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재정추계를 진행한 결과 지출 효율화만으로는 재정상황을 개선하는 데 역부족이라고 판단했다"고 요율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재정건전화 방안을 도입하기 전 4000억원에서 도입 후에는 8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근로자와 사업주가 부은 고용보험기금으로 선심성 청년대책을 운용하다가 임기 중 2번이나 요율을 올리고, 세금도 투입하게 됐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고용부는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면서 1조3000억원의 일반회계 전입금을 받아 실업급여계정에 5000억원, 고안·직능계정에 8000억원 지원한다고 밝혔다.

보험료율 인상에 반대했던 경영계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고용보험료 인상 결정과 관련해 "고용보험 재정 악화는 코로나19 위기 탓도 있지만 넉넉하지 않은 재정 현실을 외면한 채 실업급여 혜택을 높이고 수급요건을 완화한 데 기인한다"며 "적정 수준으로 실업급여를 재조정해 재정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미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료 인상률을 발표하는 등 국민의 보험료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2022년 건강보험료율을 1.89% 인상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보험료율은 현행 6.86%에서 6.99%로, 지역가입자 부과점수당 금액은 201.5원에서 205.3원으로 각각 오른다.

직장가입자 기준 월평균 보험료는 올해 6월 부과된 13만612원에서 2475원 늘어나며, 연간 기준으로는 2만9700원 오른다. 지역가입자도 월별로 1938원 오른다.

고용부도 건강보험료 인상 소식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고용보험료율 인상을 알리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박 차관은 "다른 보험료들이 인상돼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는 점을 고려했다"며 "오늘 회의에서도 경제와 고용 상황이 더 회복되는 내년 하반기에 시행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모여 (인상 시점을) 7월 1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건보료에 이어 고용보험료도 오르면서 국민부담률 또한 정부의 예측치보다 다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부담률은 조세부담액에 사회보험료를 합한 금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지난 3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민부담률은 올해 27.9%에서 2025년에는 29.2%로 상승한다. 여기에 고용보험료 인상까지 고려하면 국민부담률은 더 상승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