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투자가 답이다②] “넘치는 유동성...개인 접근성 높여 벤처투자 유도해야”

2021-08-31 06:00

비상장 주식에 대한 관심은 이제 시작이다. 저금리·유동성 장세와 정부의 적극적인 '제2 벤처붐' 정책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개인이 늘고 있지만,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장기적·지속적인 트렌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투자자 친화적인 거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투자자 친화적인 거래 환경의 핵심은 구주 거래 활성화다. 전문 벤처투자집단인 벤처캐피털(VC)이나 액셀러레이터는 10년 넘게 창업기업과 동행하며 성장을 지켜볼 수 있지만, 개인 입장에서는 막연하게 긴 시간이다. 창업 초기 수익이 부족한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제시하는 스톡옵션은 구주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별다른 효용가치가 없다. ‘창업-투자-성장-회수-재투자’의 선순환 고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구주 거래라는 윤활유가 반드시 필요한 셈이다.

오현석 캡박스 대표는 “정부의 (창업·벤처 정책) 드라이브로 스타트업에 투자한 분들이 많은데, 모두가 10년 이후를 기다리기는 힘들다. 결국엔 구주 거래가 원활해야 스타트업 투자가 늘어나고, 재투자도 가능하다”며 “직원들이 스톡옵션을 의미 없는 종이 문서로 생각하면 좋은 인재를 구하기 힘들다. 모험에 동참하고, 추후 (연봉보다) 더 큰 보상을 제공할 수 있어야 스타트업이 성장하는데, 지금까지는 현금화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업계 성장과 자본 선순환 측면에서 구주 거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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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리그는 클럽딜 형식으로 스타트업의 구주를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사진=엔젤리그 홈페이지 캡처]

구주 거래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비상장 주식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주식거래가 오프라인 창구와 컴퓨터를 활용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확장되자 젊은 세대의 접근성이 높아진 것처럼, 비상장 주식도 휴대폰으로 간단하게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태성환 넥스트드림엔젤클럽 회장은 “비상장 주식에 투자할 때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엑시트(회수)다. 엔젤리그, 서울거래소 등 비상장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플랫폼이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회수 시장을 활성화하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개인투자조합에 관해서도 결성과 관리뿐만 아니라, 세제 혜택을 받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 수기 서류 작성이 아닌 공인인증서로 개인 신원을 확인하고, 게임처럼 엔젤클럽에 가입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면 조합이든 클럽이든 활발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개인투자조합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모집계획과 투자계획 등 10여개 서류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 조합당 10~20명의 조합원에게 일일이 투자확인서를 서명 받아 제출하는 절차 등을 거치기 때문에 업무집행조합원(GP)이 신경 써야 할 사항이 더 많아진다.

증권관리 플랫폼 쿼타북의 최동현 대표는 “장기적으로 보면 경영 제반사항을 모두 온라인에 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전자증권이 실용화하면 서명이나 인감도장이 개인 신원을 확인하는 데 얼마나 효율적일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주주총회만 해도 투표권은 온라인으로 행사할 수 있는데, 아직 전자주총은 없지 않나. 이사회는 온라인 개최가 가능한데, 주총만 안 되는 것도 모순이다. 주주들의 의사결정 등 최대한 많은 부분을 온라인화하면 (비상장 주식 투자 및 관리가) 조금 더 원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왼쪽에서 셋째)이 지난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존 터틀 NYSE 부회장(왼쪽에서 넷째)과 함께 오프닝벨을 울리고 있다. [사진=쿠팡 제공]

중기부에서는 신원조회와 투자자 보호에 대한 장치가 마련되면 관련 작업을 전자화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구주 거래 활성화 또한 큰 틀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개인투자조합도 금융업의 일종이기 때문에 전문성이 필요하고,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GP 관리의 강화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 다만, LP(유동성공급자)는 참여하기 쉬운 방향으로 완화해야 할 필요는 있다”며 “조합을 위한 목적은 아니지만, 올해부터 예산에 반영해 LP 보고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이 시스템을 통해 조합의 업무 보고도 전자화하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장 스타트업의 구주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 “벤처 통합 포털을 구축하면 구주 거래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민간에서 사용되고 있는 플랫폼과 함께 협력할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