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정책금융 늘린다고 저신용자에 '햇살' 될까
2021-08-25 18:00
대출 받기 힘든 서민들에게 시중의 대출조건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대출해 주겠다는 것이 정책금융이 취하는 방식이다. 어떤 이는 “연 20% 금리의 대출을 받는 이들은 애초에 대출을 받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라고도 하지만 급전 수요는 많은 이에게 있기 마련이다.
“당신에게 지금 대출 받을 수 있는 이자율보다 더 낮은 이율로 대출해 주겠다면, 그것도 정부가 보증을 선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아마 솔깃할 것이다. 어쩌면 이참에 대출을 받아 놓으려 하는 사람도 꽤 될 것임은 경험상 예견된다. 일종의 가수요인데, 여기엔 안 갚더라도 설마 정부가 돈 갚으라고 윽박지르기야 하겠나 하는 도덕적 해이도 작동하게 된다.
그간 문제는 제도권 금융에 접근하기 어려운 8등급 이하(옛 신용등급 기준) 저신용자에게 지원되는 비율이 10%가 채 안 되는 반면, 6등급 이상의 상대적 고신용자에게 대출된 비율이 60%를 넘은 기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연체율도 30%에 달하는 등 정책목표를 달성하지도, 지속가능성도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정부는 2019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햇살론17과 같은 새로운 정책금융상품을 선보이게 되었다. 정부가 100% 보증하는 상품이다. 그러나 상품을 내놓은 지 이제 1년 남짓 되었음에도 벌써 연체로 인해 보증기관에 대위변제청구를 한 비율이 10%를 넘어섰다.
더하여 정책목표란 측면에서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햇살론 이용자들의 신용등급은 대출 시점부터 미이용자에 비해 지속적으로 악화되었고, 채무조정 신청 확률은 2년 후부터 미이용자보다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정책금융상품이 커버하는 상품은 정부 보증이 90% 이상이거나 심지어 100%이다 보니 금융기관이 자체 상품을 개발할 여지를 없애 상업적 서민금융 시장기능을 약화시키는 측면도 있다. 또 금융기관의 사전심사 및 사후관리기능이 발휘되지 못해 높은 대위변제율을 초래하는 부작용도 있다.
금융상품도 하나의 상품일진대, 그 가격인 이자율의 결정은 결국 차주의 신용도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금융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과 같이 개인의 통제를 벗어난 사태에 노출되거나 불법사채의 피해에서 회복시키기 어려운 경우와 같이, 특수한 경우에는 이를 일시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정책금융이 개입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전제가 있다고 본다. 정책금융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대출재원, 즉 보증재원의 건전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90% 이상의 보증비율이 유지되는 한 부실은 피할 수 없고 결국 재원의 고갈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금융기관이 대출심사와 관리를 엄격히 하도록 하는 수준의 보증비율을 고민해야 한다.
부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커버하는 폭이 좁아지게 되나, 이는 추가대출이 아니라 기존대출에 대한 채무조정 등으로 저신용자의 금융애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더하여 법정 최고금리를 낮춰 금리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단편적인 발상에서 벗어나 시장이 신용도에 맞는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고 유도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