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차량 660대 태운 출장세차 사고... 업계는 “억울”
2021-08-23 16:16
천안 화재 본 아파트들, 원인으로 지목된 출장세차 진입 막아
출장세차 업계는 영업 어려움 호소... "이미지 안 좋아졌어"
꾸준히 발생해온 스팀세차기 사고, 안전 사각지대 지적 나와
출장세차 업계는 영업 어려움 호소... "이미지 안 좋아졌어"
꾸준히 발생해온 스팀세차기 사고, 안전 사각지대 지적 나와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차량 660대가 불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으로 당시 주차장에 있던 출장세차가 지목받자 인근 아파트는 출장세차 출입을 막았다. 갑작스레 일감이 끊긴 업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중인 반면, 일각에서는 스팀세차기가 '안전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11일 충남 천안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로 차량 660대 이상이 피해를 입고 지하주차장 배관 등 시설물 피해도 2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초기 조사에서 지하 주차장에 있던 출장세차 차량이 폭발해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확인했다.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차량 뒤에 실려 있던 스팀세차기에서 불이 시작되는 장면이 담겼다.
사고 발생 후 출장세차 업계에는 뜻밖에 한파가 찾아왔다. 한 출장세차 업자는 “출장세차 진입 금지가 천안 위주로 시행되고 타 도시에도 간헐적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로 이미지가 안 좋아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영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천안에 A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최근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지하주차장 내 흡연과 스팀세차 차량 등 화재 발생 가능 차량의 출입을 통제한다”고 공지했다. 다른 지역 B아파트 입주민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화재 위험이 일상 속에서도 많지만 아파트 내 출장 스팀세차는 금지됐으면 좋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동감한다”, “우리 아파트도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 “오는 회의에서 제안해보겠다” 등 공감을 표하는 댓글이 달렸다.
스팀세차기는 도심 내 빌딩, 카센터 등에 영업을 위해 구비돼 있다. 최근에는 출장세차 업자들이 차량 뒤에 스팀세차기를 설치해 이동식 스팀세차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팀세차기 원리는 가스나 등유, 전기를 이용해 스팀 탱크에서 물을 끓여 고온‧고압의 증기를 만들어내는 '보일러' 형식이다. 이 과정에서 가스가 새거나 탱크 내 균열이 생겨 압력을 버티지 못하면 폭발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 출장세차 광고에는 “최근 사고로 고객 문의가 종종 있다. 스팀세차기는 물을 데워서 사용해야 하므로 주로 등유 또는 LPG 가스를 이용하지만 우리는 고압 세차기 등을 사용한다”라는 설명이 담겼다. 또 다른 업자는 “다들 전기식이 더 낫다는 것을 알지만 증설 비용이나 금액적인 부담 때문에 불안하더라도 (가스식을) 주의해서 쓰려는 것 같아 투자가 고민된다”고 호소했다.
스팀세차기 관련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일 오전 서울역 건물에서는 스팀세차기가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역사 주차장 4층에 주차된 스팀세차기가 폭발하면서 건물 유리창이 부서져 유리 파편에 시민 1명이 다쳤다.
2019년에는 전남 여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스팀세척기를 갖춘 출장세차 차량에서 불이 나기도 했다. 관련 사고는 10년 전에도 일어났다. 2011년 경남 밀양에 한 스팀세차장에서는 보일러 가압탱크가 폭발해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008년에도 충북 청원 한 카센터에서 스팀세차기가 폭발해 업자 1명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관련 사고가 꾸준히 발생해도 스팀세차기는 어떤 규제와 관리를 받지 않는 안전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관련 법에 따르면 스팀세차기처럼 압력을 이용하는 설비는 고용노동부나 산업통상자원부의 안전관리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압력 용기 중에서도 (산업안전보건법에) 해당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이번 사고가) 가스를 사용한 부분이면 확인해봐야 하지만 현재까지는 관할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역시 “에너지용합리화법은 시간당 20만kcal 이상 열 생산시설이 적용받는다. 세차에 사용된 보일러 용량부터 확인돼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가스를 사용하는 스팀세차기에 대한 인증은 현재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LPG 가스 용기와 압력 조정기, 호스는 안전 관리를 받은 제품이지만 스팀세차기부터는 관련 규제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스팀세차기에 대해 관련 부처랑 협의해 규제의 필요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는 정확한 규제 마련과 사용자의 안전 준수를 강조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지하주차장이라는 장소가 아니라 가스가 유출된 것이 문제다. 어느 법에 적용받는지 판단을 해볼 일이다. 출장세차 업자가 안전을 준수했는지도 점검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스가 유출되는 위험이 있는 시설 근처에서는 불 등 위험물을 이용하면 안 되는 것이 기본 사항이다. 업체 소속인 경우에는 업체가 당연히 교육해야 하는 부분이다. 개인사업자라면 본인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안 화재 여파로 일감 잃은 출장세차 업계
23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11일 충남 천안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로 차량 660대 이상이 피해를 입고 지하주차장 배관 등 시설물 피해도 2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초기 조사에서 지하 주차장에 있던 출장세차 차량이 폭발해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확인했다.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차량 뒤에 실려 있던 스팀세차기에서 불이 시작되는 장면이 담겼다.
사고 발생 후 출장세차 업계에는 뜻밖에 한파가 찾아왔다. 한 출장세차 업자는 “출장세차 진입 금지가 천안 위주로 시행되고 타 도시에도 간헐적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로 이미지가 안 좋아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영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천안에 A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최근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지하주차장 내 흡연과 스팀세차 차량 등 화재 발생 가능 차량의 출입을 통제한다”고 공지했다. 다른 지역 B아파트 입주민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화재 위험이 일상 속에서도 많지만 아파트 내 출장 스팀세차는 금지됐으면 좋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동감한다”, “우리 아파트도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 “오는 회의에서 제안해보겠다” 등 공감을 표하는 댓글이 달렸다.
스팀세차기는 도심 내 빌딩, 카센터 등에 영업을 위해 구비돼 있다. 최근에는 출장세차 업자들이 차량 뒤에 스팀세차기를 설치해 이동식 스팀세차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팀세차기 원리는 가스나 등유, 전기를 이용해 스팀 탱크에서 물을 끓여 고온‧고압의 증기를 만들어내는 '보일러' 형식이다. 이 과정에서 가스가 새거나 탱크 내 균열이 생겨 압력을 버티지 못하면 폭발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 출장세차 광고에는 “최근 사고로 고객 문의가 종종 있다. 스팀세차기는 물을 데워서 사용해야 하므로 주로 등유 또는 LPG 가스를 이용하지만 우리는 고압 세차기 등을 사용한다”라는 설명이 담겼다. 또 다른 업자는 “다들 전기식이 더 낫다는 것을 알지만 증설 비용이나 금액적인 부담 때문에 불안하더라도 (가스식을) 주의해서 쓰려는 것 같아 투자가 고민된다”고 호소했다.
안전 사각지대로 남아온 '스팀세차기'
스팀세차기 관련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일 오전 서울역 건물에서는 스팀세차기가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역사 주차장 4층에 주차된 스팀세차기가 폭발하면서 건물 유리창이 부서져 유리 파편에 시민 1명이 다쳤다.
2019년에는 전남 여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스팀세척기를 갖춘 출장세차 차량에서 불이 나기도 했다. 관련 사고는 10년 전에도 일어났다. 2011년 경남 밀양에 한 스팀세차장에서는 보일러 가압탱크가 폭발해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008년에도 충북 청원 한 카센터에서 스팀세차기가 폭발해 업자 1명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관련 사고가 꾸준히 발생해도 스팀세차기는 어떤 규제와 관리를 받지 않는 안전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관련 법에 따르면 스팀세차기처럼 압력을 이용하는 설비는 고용노동부나 산업통상자원부의 안전관리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압력 용기 중에서도 (산업안전보건법에) 해당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이번 사고가) 가스를 사용한 부분이면 확인해봐야 하지만 현재까지는 관할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역시 “에너지용합리화법은 시간당 20만kcal 이상 열 생산시설이 적용받는다. 세차에 사용된 보일러 용량부터 확인돼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가스를 사용하는 스팀세차기에 대한 인증은 현재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LPG 가스 용기와 압력 조정기, 호스는 안전 관리를 받은 제품이지만 스팀세차기부터는 관련 규제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스팀세차기에 대해 관련 부처랑 협의해 규제의 필요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는 정확한 규제 마련과 사용자의 안전 준수를 강조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지하주차장이라는 장소가 아니라 가스가 유출된 것이 문제다. 어느 법에 적용받는지 판단을 해볼 일이다. 출장세차 업자가 안전을 준수했는지도 점검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스가 유출되는 위험이 있는 시설 근처에서는 불 등 위험물을 이용하면 안 되는 것이 기본 사항이다. 업체 소속인 경우에는 업체가 당연히 교육해야 하는 부분이다. 개인사업자라면 본인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