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접종 연령 내린 AZ, 기피 대신 완판 보였다

2021-08-18 16:00
AZ 잔여 백신 접종 연령 30대로 낮추자 폐기 줄어
의협 "AZ 백신 예방 효과 대비 이상 반응 높아 위험"
방역 당국 "백신 접근에 대한 선택폭을 넓힌 것"

방역 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AZ)가 제작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연령을 낮추자 기피 현상과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실상은 AZ 백신 접종 연령을 낮춘 첫날부터 잔여 백신 수요가 확보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지난 17일부터 AZ 잔여 백신에 한해 접종 가능 연령을 50대에서 30대로 낮췄다.

추진단은 “국민의 접종 기회를 확대하고 잔여 백신 폐기를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잔여 백신이 폐기되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2차 접종 조기 완료 대신 젊은 층에게 1차 접종 기회 확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당국이 이같이 밝히자 AZ 백신 기피 현상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30대 A씨는 “AZ 부작용 등을 이유로 연령대를 올렸었는데 다시 내리니 불안해서 다른 백신을 기다리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30대 B씨 역시 “AZ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상은 우려와 다르게 AZ 잔여 백신을 찾기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하루 동안 SNS 당일 신속 예약과 예비 명단 등을 통해 AZ 잔여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은 1만1651명이었다. 이 중 30대가 3246명, 40대가 6760명으로 AZ 잔여 백신 접종자의 약 85.9%를 차지했다.
 

지난 17일(왼쪽)과 13일(오른쪽) 오후 서울 종로·중구 일대 잔여 백신 현황. [사진=정석준 기자]
 

서울시는 17일 하루 동안 코로나19 백신 신규 접종자가 22만3189명으로 백신 접종을 개시한 이래 하루 최다 기록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와 중구 일대에는 잔여 백신을 가진 병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병원에 남은 백신은 대부분 AZ 제품이다. 반면 AZ 접종 연령을 낮춘 17일 오후에는 잔여 백신을 찾을 수 없었다. 우려와 다르게 AZ 백신 수요층이 확고히 있었던 셈이다.

김기남 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잔여 백신을 이용해서 좀 더 빨리 접종을 하길 원하는 경우에는 30세 이상도 잔여 백신으로 AZ 백신을 맞게 했다. AZ 백신 접종 건수가 많아지고 있고 이미 접종자나 예약자도 많이 있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홍정익 추진단 접종관리팀장은 “어떤 백신이 좋고 나쁘다기보다는 알려진 이상 반응에 대해 본인이 감수할 수 있는, 걱정이 덜한 이상 반응이 무엇일지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 수요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렇게라도 빨리 맞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정책은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AZ 백신 연령대가 바뀌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방역 당국은 국내에 처음 AZ 백신을 도입할 때 20대에게도 접종을 시행한 바 있다. 이후 부작용을 우려해 30세 이상으로 접종 연령을 높인 당국은 지난 7월에는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 위험 등을 고려해 50세 이상으로 한 번 더 상향 조정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절대적 기준에서의 접종 권고 연령과 희망자에 한해서 접종 기회 부여 연령의 차이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AZ 2차 접종은 타 백신에 비해 예방적 효과 대비 이상 반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 희망자라고 하더라도 우선적으로 고려되기에는 위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 관련 국제 학술지 ‘란셋’에 실린 연구 결과에서도 AZ 백신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해당 연구는 영국, 미국, 스웨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55세 이하에서 AZ, 화이자 백신 모두에서 전신성 부작용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으나 AZ 백신에서 접종률 대비 부작용 비율이 월등히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0시까지 백신별 접종 건수 대비 이상 반응 신고율은 얀센 0.67%, AZ 0.59%, 모더나 0.42%, 화이자 0.30%로, 2차 접종 백신 중에서는 AZ가 가장 높았다. 또한 주요 이상 반응 의심 사례 5525건 중 AZ 관련이 3239건으로 가장 많다. 이어 화이자 1924건, 얀센 279건, 모더나 83건 순이다.
 

60∼74세 등 상반기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1차 접종한 사람을 대상으로 2차 접종이 시작된 1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백신 접종센터가 대상자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AZ 백신 접종 연령대를 낮춘 것에 대해 백신 접근에 대한 선택폭을 넓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홍정익 팀장은 "30세 이상 연령층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예약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mRNA 백신을 맞을지, AZ 잔여 백신을 맞을지 판단해서 선택할 기회를 제공하는 수준에서 잔여 백신의 접근성을 열어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접종 대상자가 다 맞고도 (물량에 있어)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백신이 활용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부분에 대해 기회를 제공해 선택의 기회를 준다는 차원으로 잔여 백신 접종 연령을 30대 이상으로 변경했다. AZ 잔여 백신 접종을 권고하거나 홍보하지는 않고 기회만 제공하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AZ 잔여 백신 접종자 중 50세 미만은 2차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게 된다. 다만, 교차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은 의료기관 또는 보건소를 통해 AZ 백신으로 변경할 수 있다.
 

[사진=아주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