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닝아웃 트렌드] 농가 상생·친환경 경영 속도 내는 식품가

2021-08-21 06:00
ESG 경영 힘 쏟는 식품기업들
지역농산물 활용·귀농 청년지원

지난 18일 경상북도 영주시청에서 열린 '풍기인삼 소비촉진을 위한 ESG 행복상생 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명욱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도세호 비알코리아 대표이사, 황재복 SPC그룹 대표이사, 장욱현 영주시장, 권헌준 풍기인삼농협 조합장, 황종현 SPC삼립 대표이사, 이중희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장. [사진=SPC그룹 제공]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2000년대생)의 소비 트렌드는 ‘미닝아웃(Meaning out)’이다. 요즘 소비주체로 떠오른 MZ세대들에게 소비는 단순한 물건 구매가 아니다.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표출하는 수단이다. 이들은 비싸거나 번거롭더라도 착한 소비를 유도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소비 성향을 보인다.

식품업계는 최근 마케팅 트렌드의 방점을 미닝아웃 공략에 찍었다. 식품기업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지역 농가와의 상생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친환경 경영에도 힘을 쏟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은 지역 농가 돕기에 집중하고 있다. SPC그룹은 지난 19일 경북 영주시, 풍기인삼농협과 ‘풍기 인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상생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은 SPC그룹이 펼쳐온 ‘ESG 행복상생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어려움을 겪는 지역 농가의 농산물을 수매하고 이를 활용한 제품을 개발해 내놓는 사업이다. 강원 평창 감자와 제주 구좌 당근, 충남 논산 딸기, 전남 무안 양파에 이어 다섯 번째다.

풍기 인삼 농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요 농산물 판로로 삼아왔던 인삼축제가 취소돼 어려움을 겪어왔다. 폭염으로 인해 작황이 부진한 데다, 파삼(가공용 원료삼) 가격도 폭락했다.

SPC그룹은 풍기 인삼을 가공해 만든 홍삼을 활용해 전국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꿀삼케익’, ‘꿀삼호두파이’, ‘통팥만주’ 같은 추석선물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SPC삼립도 풍기 인삼을 넣은 샐러드와 죽 같은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내놓기로 했다. 배스킨라빈스와 던킨 매장도 풍기 인삼을 활용한 제품을 판매할 예정으로, 전 계열사가 풍기 인삼 살리기에 나섰다.

SPC그룹 관계자는 “행복상생 프로젝트는 우리 농산물을 활용해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고, 고객은 가치소비에 동참해 지역 농가와 상생을 도모하는 ESG 경영의 일환”이라며 “우리 농가 판로 확대와 농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해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GRS는 이달 10일 경북도청에서 경상북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농가 기(氣)살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경상북도 내 우수 농·특산물 발굴 지원 및 지역경제 활성화 협력 △마케팅 활성화를 위한 지원 △기타 필요한 사항에 대한 상호 협조 등이다.

엔제리너스는 경상북도 내 우수 농·특산물은 물론 외관상 유통·판매가 어려운 못난이 농산물도 수매하기로 했다.

또 지역 농가가 생산한 농·특산물을 10월에 오픈하는 엔제리너스 대구 수성못 매장에서 플리마켓 형태로 판매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할 계획이다. 향후 사과와 샤인머스켓 등을 활용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차우철 롯데GRS 대표이사는 “이번 체결식을 통해 경상북도 농가 상생과 수익 증대를 위해 농·특산물을 활용한 좋은 품질의 제품을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달 전라남도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남 지역 농산물로 신메뉴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앤토니 마티네즈 대표이사는 취임 1주년 메시지에서 ‘고품질 식재료 도입 및 로컬 소싱 확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업무 협약을 통해 한국맥도날드는 우리 국내산 식재료를 활용하는 ‘한국의 맛(Taste of Korea)’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한국의 맛 프로젝트는 국내산 식재료를 활용한 신메뉴를 출시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고객들에게 양질의 제품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맥도날드는 현재 전남지역으로부터 연간 양상추 1500t, 양파 520t, 토마토 128t을 공급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나주배 164t을 구매해 ‘나주 배 칠러’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맥도날드는 현재 가장 많은 양의 국내산 식재료를 수급하고 있는 전라남도와의 협업을 더욱 공고히 하고 로컬 소싱을 확대할 방침이다.

마티네즈 대표는 “한국의 맛 프로젝트를 통해 로컬 소싱을 본격적으로 확대해 지역 경제 활성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사진=농심 제공]


농심은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귀농 청년 농부를 지원하기 위해 시작한 ‘청년수미’ 프로그램 1기를 마치고, 이들이 수확한 수미감자 230t을 구매했다.

청년수미는 농심이 국산 농산물을 구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파종에서 수확, 판매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 귀농 청년농부를 지원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농심은 올해 총 10명의 청년농부를 선정하고 재정적 지원은 물론 수확관리, 판로확보, 교육 등을 지원했다.

특히 파종 전 사전계약으로 선급금을 지급해 청년농부들이 안정적으로 영농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했다. 또 씨감자 보관과 관리법, 파종 시 현장점검을 하는 등 전반적인 영농 관리 교육도 진행했다. 수확기에는 담당자가 현지에 상주해 감자의 품질을 관리했다.

이에 10명의 청년농부는 성공적으로 수미감자 수확을 마쳤다.

농심 관계자는 “매년 청년수미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농가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플라스틱 트레이 없애고 친환경 포장재 도입
식품업계는 친환경 경영에도 집중하고 있다.

롯데푸드는 이번 추석부터 명절 선물세트 34종 전체를 ‘친환경 에코 선물세트’로 바꾼다. 기존 선물세트에 사용되던 플라스틱 트레이와 캔햄의 플라스틱 캡은 이번 추석부터 전면 제거된다. 대신 국제산림관리협회(FSC)의 인증을 받은 친환경 종이로 트레이와 케이스를 만들었다.

기존에 부직포로 만들던 선물세트 가방도 FSC 인증을 받은 친환경 종이를 이용해 제작한다. 케이스와 가방에 인쇄하는 내용도 친환경 콩기름 잉크를 사용한다. 선물세트의 크기도 줄였다. 기존 선물세트 대비 최소 11%에서 최대 32%의 면적을 축소했다.

빙그레는 RTD(Ready to Drink) 커피 브랜드 아카페라 패키지를 친환경 포장재로 변경했다. 새롭게 바뀌는 아카페라 패키지의 핵심은 수축라벨의 소재 변경이다. 수축라벨은 접착제를 사용한 일반 띠 라벨과 달리 필름에 열을 가해 수축시켜 포장하는 방식으로 절취선을 넣으면 재활용 시 분리배출이 용이하다.

빙그레는 이 포장 기술로 지난 5월 ‘제15회 대한민국 패키징 대전’에서 ‘한국포장기술사회장상’을 수상했다. 빙그레 아카페라는 수축라벨을 사용하는 국내 음료 중 최초로 재활용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동원F&B는 해양관리협의회(MSC) 인증 가다랑어로 만든 ‘동원 MSC참치’를 출시했다. MSC는 지속가능수산물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글로벌 비영리기구다. 해양생태계 및 어종 보호, 국제 규정 준수 여부 등 조업 과정 전반을 까다롭게 평가해 MSC 인증을 부여한다. MSC 인증을 받은 수산물은 지속가능한 어업 방식과 생산, 유통 과정을 거친 ‘착한 수산물’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동원 MSC참치는 해양생태계를 최소화하는 지속가능어업으로 어획한 MSC 인증 가다랑어를 사용해 만든다. ‘MSC 에코라벨(Eco-Label)’ 인증도 캔에 인쇄돼 있다.

동원F&B 관계자는 “어획 과정부터 제조, 유통,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한 동원 MSC참치를 통해 지속가능수산업 및 지속가능수산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사회적 공감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빙그레 아카페라 페트 제품.[사진=빙그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