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통합] 대선 앞두고 떠오른 ‘민주당-열린민주당’ 합당, 가능할까

2021-08-21 06:00
추미애·이재명 '찬성', 이낙연·정세균 '신중'

 

[사진=각 당 제공]


내년 3‧9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의 합당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는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통합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의 통합 문제를 최근 다시 꺼낸 것은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다.

추 전 장관은 지난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당 지도부를 향해 열린민주당과의 열린 통합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언론개혁 등 정책연대부터 시작해도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보수대연합이 이뤄지고 있다”며 “윤석열‧최재형까지 국민의힘에 입당하고 국민의당도 합당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소위 ‘제3지대’ 소멸은 예정된 수순이며, 민주당으로서는 박빙의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일부 민주당 후보들은 전체적인 구도의 변화를 외면한 채 민주당의 후보만 된다면 대선에서 쉽게 승리할 것이라는 착각과 자만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며 “연일 윤석열‧최재형이 보여주는 기행과 만행에 가까운 행보에 우리 안의 경계심을 늦추거나 상황을 안일하게 인식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끼리라도 똘똘 뭉쳐야 겨우 이길까 말까 한 상황”이라며 “1년여 전 한 식구였던 열린민주당과의 통합을 열린 자세로 준비해야 한다. 열린민주당 지도부와 당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탄생과 촛불민주주의를 함께 이뤄낸 동지들”이라고 강조했다.

추 전 장관은 “특히 저에게는 검찰개혁 과정에서 민주당 동지들과 함께 잊을 수 없는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고마운 분들이기도 하다”라며 “그것은 비단 저 추미애에 대한 응원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한 응원이자, 검-언-정 기득권 세력들에 의해 좌절된 조국 전 장관과 그 가족의 상처까지 보듬고자 하는 따뜻한 동지애, 의리였다”고 평가했다.

또 “지난 총선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두고 (열린민주당과) 입장의 차이가 있었고, 원칙의 훼손으로 앙금이 남아 있지만 확실한 것은 건너지 못할 강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이제 대통합의 용광로에 모두 집어넣어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며 다시 하나로 더 크게 녹여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지사도 찬성하고 나섰다.

이 지사는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추미애 후보께서 열린민주당과의 정책 연대, 당 대 당 통합을 당 지도부에 제안하셨는데 시의적절하고 좋은 제안”이라며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촛불혁명 완수와 민생개혁을 위해 더 큰 하나가 돼야 한다. 열린민주당은 촛불혁명을 계승하고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적극 지원해온 촛불 동지, 민주당 동지”라며 “국회에서 야당의 반개혁 시도에 맞서 입법연대, 정책연대, 개혁연대를 실천해왔고, 무엇보다도 국민들께서는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을 한 식구로 생각하고 계신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당에 대한 견해차로 출발은 달리했지만 이제 더 크게 하나가 돼 제4기 민주정부 수립에 함께해야 한다. 양당 지도부가 조속히 만나 통합 논의를 시작하길 바란다”며 “개혁세력이 하나가 돼야 반개혁 반촛불 세력에 맞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타 대선 예비후보들과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대선 예비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해 8·29 전당대회 출마 선언 이후 “열린민주당과 빨리 통합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대표 취임 뒤에는 “즉흥적으로 제 의견만 말씀드리는 것이 온당하지 않은 것 같다”고 입장을 선회한 바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합당 제안은 지도부가 아닌 당원들께 먼저 토론주제로 정중하게 제기되는 것이 옳다”며 “지도부의 협상과정과 결과에 따라 더 깊은 당원 토론과 당원 투표를 거쳐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당은 대선에 나선 후보들의 유불리로 다뤄지거나 과거 정치처럼 지도부의 정치적 협상과 결단만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당원의 충분한 토론을 통한 당원의 결정이 전제이고 원칙이다. 그래야 분열에 대한 진정한 치유가 있고 추진과정이 뒤집히는 혼란이 예방된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도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참석해 “정치세력들이 필요하다고 해서 무조건 이합집산하는 것은 지금까지 별로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며 “정치는 대의명분이 충족돼야 하고 국민들께서 끄덕거릴 정도의 수긍, 공감이 있어야 한다. 보다 신중한 양당의 공론화 또는 국민들과의 공감이 필요한 과정”이라고 반대 입장을 내보였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도 같은 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중이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열린민주당과의 통합을 논의하기엔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속내에는 민주당이 열린민주당과 통합했다 중도층의 표심을 끌어안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대선을 위해서는 중도층의 표심이 매우 중요한데, 열린민주당의 경우 강성지지자들로 뭉쳐 있다. 이에 민주당 입장에서는 섣불리 합당에 나섰다간 친문(친문재인) 색채가 더 짙어질 우려가 있다.

또 상임위 등에서 열린민주당을 야당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합당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건조정위원회가 그 예다. 안건조정위는 상임위에서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 재적위원 3분의1 이상이 요구하면 가능하다. 안건조정위에 회부된 안건은 위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전체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한 언론중재법 역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과 민주당이 합당해 안건조정위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이처럼 국민의힘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처럼 양당이 전략적인 관계로 남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열린민주당은 통합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전북CBS ‘컴온라디오, 김도현입니다’에 출연해 “추 전 장관의 말에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단지 낮은 단계의 정책 연합으로 대선을 치를 건지, 아니면 높은 단계의 합당, 통합까지 갈 것인지에 대한 문제인데, 그것은 열린민주당이 주도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민주당에서 의견을 모아서 저희 당에 제안을 하면 우리도 결론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