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人사이드] ‘제2의 머스크’ 中 전기차 CEO 3인방 기상도

2021-08-22 06:00
베이징대 출신 니오 설립자, 리빈 CEO
알리바바 '후광' 승승장구 샤오펑 CEO
중국의 '일론 머스크' 리오토 CEO

중국 전기차 신흥주자로 꼽히며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전기차 기업 3인방이 있다. 웨이라이(蔚來·니오), 리샹(理想·리오토), 샤오펑(小鵬)이다.

이들 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 3인의 공통점은 30대 젊은 나이에 전기차 회사를 차렸다는 것. 이들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전기차로 전환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을 재빨리 포착함으로써 5~6년 만에 세계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경영이 늘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각종 구설수, 논란에 시달리며 흐린 나날을 보내는 이도 있다. 중국 대표 전기차 업체를 이끄는 3인방의 ‘경영 기상도’를 살펴본다.
 

리빈 니오 CEO [사진=바이두바이커 갈무리]

’쾌청’했던 니오···잇단 인명사고에 폭풍우
니오를 이끄는 리빈(李斌) CEO는 니오 설립 초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와 자주 비교됐던 인물이다. 자동차 제조업과 전혀 관계가 없던 일을 하다가 돌연 자동차 회사를 설립했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실제 그는 ‘반전’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길을 걸었다. 1974년 출생인 그는 학창시절 교실보다 오락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을 만큼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냈다. 그랬던 그가 돌연 17세 때 베이징대학교에 가겠다고 결심했다. 모두들 코웃음을 쳤지만, 한번 결심하면 뭐든 이루는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공부에 온 힘을 쏟아부었고, 결국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문과 수석으로 베이징대학에 입학했다.

니오 설립 스토리도 '반전'의 연속이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처음엔 인터넷 호스팅 서비스업체 난지커지(南極科技)를 설립해 14년 가까이 운영했다. 개인 또는 기업의 홈페이지 서버 기능을 대행하는 서비스 업체였다.

난지커지를 운영하는 동시에 그는 자동차 판매 중개 사이트인 이처망(易車網)의 전신인 이처전자를 2000년 설립하기도 했는데, 이는 그가 자동차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이처망으로 뉴욕증시 입성까지 성공한 그는 2014년 어느날 중국 수도 베이징의 회색빛 하늘을 보고 돌연 전기차 업체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해 그는 미래에는 반드시 맑은 하늘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겠다는 뜻에서 중국어 ‘미래’와 같은 발음의 ‘웨이라이’라는 이름의 자동차 제조업체를 설립했다.

니오 설립 이후 그는 비교적 맑은 나날을 보냈다. 중국 당국의 전기차 지원 정책으로 설립 4년 만에 뉴욕증시 상장에 성공했고, 최근 몇 년 사이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올해 해외진출까지 선언했다.

그런데 승승장구하던 리 CEO가 최근 ‘폭풍우’를 맞았다. 니오 운전자의 잇단 인명사고 발생으로 주가와 이미지 하락을 겪고 있는 것이다. 니오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중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지난 12일 중국 상하이시 고속도로에서 니오의 ES8 차량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당시 니오의 부분자율주행 시스템인 NOP가 활성화 중이었는데, 차량이 전방의 도로 정비 차량을 식별하지 못한 채 해당 차량과 강하게 추돌하면서 운전자의 충격이 컸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이번 사고는 지난 7월 30일 니오 EC6 모델 화재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13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두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니오의 차량 결함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사고 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니오가 차량 안전성 논란과 이미지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허샤오펑 샤오펑 CEO [사진=바이두바이커 갈무리]

’럭키가이’ 허샤오펑,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맑음’
니오와 같은 해에 설립된 샤오펑은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며 수년째 빠르게 성장 중이다. 샤오펑을 설립한 허샤오펑(何小鹏) CEO는 화난이공(華南理工)대학 컴퓨터학과를 졸업한 수재다.

사실 그는 중국에서 ‘럭키가이’라고 불린다. 기회와 시기를 잘 포착한 그가 큰 위기 없이 샤오펑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의 경영 기상도가 대부분 ‘맑음’을 유지했다는 의미다.

허 CEO는 대학 졸업 후 2004년 소프트웨어 업체 UC유스(優視)를 설립했는데, 2014년 이 업체가 알리바바와 합병되면서 그는 알리바바에서 모바일 사업을 총괄하는 임원으로 재직하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샤오펑 설립 후 알리바바 등 중국 대기업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사실 허 CEO가 전기차 업계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14년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S를 구매하면서다. 그는 당시 전기차 업계의 대표주자인 테슬라가 보유한 특허를 모두 무료로 공개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전기차에 큰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이후 직접 전기차를 운전해 보니, 전기차가 향후 스마트폰 같은 IT기기처럼 소비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결국 샤오펑을 설립했다.

설립 이후 샤오펑은 알리바바와 폭스콘, 샤오미 등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빠른 성장을 이뤘다.

허 CEO는 가성비를 주요 전략으로 내세워 테슬라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올 들어서는 테슬라가 주춤하는 사이 실적도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에는 뉴욕에 이어 홍콩거래소에 2차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140억2500만 홍콩달러(약 2조545억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리샹 리오토 CEO [사진=바이두바이커 갈무리]

"흐렸다 맑았다" 변덕 심한 리오토 CEO 경영 기상도
리오토는 니오, 샤오펑과 함께 중국 전기차 3인방으로 불린다. 리오토의 중국어 사명인 리샹과 같은 발음의 이름을 가진 리샹(李想) CEO가 2015년 설립했다. 전기차 3인방 중 가장 뒤늦게 설립된 업체다.

리 CEO는 바링허우(80後·1980년대생)로 전기차 CEO 3인방 중 가장 젊다. 그래서인지 그는 세 사람 중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가장 잘 활용하는데, 바로 이 때문에 중국의 ‘일론 머스크’라고 불린다.

리 CEO는 허베이성 스자좡 출신으로,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 온라인통신 등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고등학생 때 컴퓨터를 구입한 후 IT전문 매체에 IT기기, 기술 관련 기사를 작성해 이를 제공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는 추후 직접 개인 웹사이트를 열어 콘텐츠를 게재했고 이를 통한 월 수익이 무려 2만 위안(약 400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17세에 부모 월급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을 매달 번 것이다.

어린 나이에 돈을 모은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다양한 사업을 펼치던 그는 2005년 6월 치처즈자(汽車之家)라는 온라인 자동차 판매 플랫폼을 설립했다.

리 CEO는 치처즈자로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치처즈자는 설립 3년 만에 중국 최대 온라인 자동차 판매 플랫폼으로 거듭났고, 2013년에는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치처즈자를 운영하면서 전기차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2015년 치처즈자의 경영권을 양도하고 리오토를 설립했다. 물론 설립 초반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니오와 샤오펑에 비해 다소 늦게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이유로 대형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이내 메이퇀, 바이트댄스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았고, 2020년 나스닥 상장을 통해 14억 달러를 조달했다. 이어 약 1년 만인 지난 12일에는 홍콩증시 2차 상장을 통해 115억 홍콩달러를 조달하기도 했다.

그런데 리오토 역시 최근 니오와 마찬가지로 논란에 휘말려 이미지에 상처가 났다. 지난달 리오토의 모델 원(ONE) 차주가 차량 조수석에서 수은과 같은 물체가 발견됐다고 폭로하면서다.

더 큰 문제는 폭로 뒤 리 CEO의 태도였다. 그는 자신의 SNS에 “우리가 수은을 사용한다는 소문을 퍼뜨리는 이들과 언론인의 피와 마음에는 수은이 가득하길 바란다”는 감정적인 글을 올리면서 누리꾼의 질타를 받았다.

향후 그가 SNS 글을 모두 삭제했지만 소비자에 대한 부적절한 글이 그와 리오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업계는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