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눈 앞에 펼쳐지는 중국 전기차 쓰나미 효과
2024-01-12 05:00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실력을 최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배터리 원재료 시장을 거의 독점하면서 LFP 배터리, 반고체 배터리 기술과 셀투보디 기술 혁신으로 업계 최고의 항속거리를 실현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이나 SDV를 실현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에서도 테슬라를 바짝 따라잡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의 젊은 세대들이 주요 구매층으로 부상하면서 중국의 자동차 수요 구조는 코로나 이후 크게 변해왔고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이 됐다. 이런 변화된 힘을 바탕으로 중국 전기차 쓰나미 현상을 만들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2017년 2890만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20년까지 계속 감소하다 2021년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작년 내연기관차 판매는 2017년 대비 811만대 감소했다. 반면 신에너지차량(NEV)은 611만대 증가했고 중국 로컬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2020년 36%에서 작년 56%까지 올라갔다.
중국 전기차 쓰나미에 의한 충격은 가장 먼저 폭스바겐에 미쳤다. 1985년부터 내연기관 기술을 중국에 전수했지만 이제 전기차 기술 개발은 중국 로컬 업체에 의존하게 됐다.
폭스바겐 그룹의 중국 판매는 2019년 422만대를 정점으로 작년 10월까지 244만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MEB 플랫폼을 앞세워 전기차를 일찍 출시했으나 소프트웨어 개발 실패로 판매 가격을 대폭 인하해도 팔리지 않아 NEV 판매에서 폭스바겐의 시장점유율은 2.8%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폭스바겐 그룹은 단기간에 소프트웨어 개발이 어렵다고 판단해 개발 목표 시점을 2028년 이후로 연기했다.
두 번째 쓰나미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곳은 전기차 개발에 뒤늦은 일본 업체들이다. 급격한 판매 부진으로 이미 아큐라와 미쓰비시는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도요타와 혼다는 현지 공장 인원을 감축하고 있고 닛산은 사업 계획을 33만대나 줄이면서 중국 공장을 수출 기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세 번째 쓰나미 효과는 중국 차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EU와 프랑스 정부의 조치에 나타나고 있다. 유럽 업체들이 수익성을 중시해 고가의 전기차를 우선해 개발하는 사이 중국산 전기차들은 2019년부터 저가격 전기차로 빠르게 유럽 판매를 늘려왔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의 정부 보조금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프랑스 정부는 소위 프랑스 IRA라는 규제안을 마련했다. 프랑스는 중국 등 아시아산 전기차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 지금까지 보조금 지원 제도를 개정해 새롭게 차종별로 탄소 배출량을 반영한 환경 스코어를 도입해 중국산 차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차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중국 업체들은 이런 규제를 일찍부터 간파하고 유럽에 현지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그중 BYD가 가장 먼저 헝가리에 공장을 짓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중국 전기차 쓰나미 효과는 현대차·기아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현대차가 시장 1위를 하는 이스라엘, 싱가포르에서 BYD는 전기차로 1위를 하고 있고 현대차가 현지 공장을 운영하는 브라질에서 BYD는 연산 15만대 공장을 내년부터 가동한다. 현대차·기아가 최근 현지 법인을 설립한 태국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의 시장점유율은 80%에 달했고, 네타(Neta)는 이미 현지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BYD 등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현지 생산을 하게 된다.
중국 전기차 쓰나미 현상은 이처럼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우리가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일본 업체를 공략해 왔던 것처럼 중국 업체들도 우리 업체를 하나씩 공략하려 들 것이다. 수성과 공성의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