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메타버스] 현실이 된 가상세계... 새로운 미래일까, 아이들 전유물일까

2021-08-15 08:00
코로나19 이후 새 소통수단 주목
시장규모 2030년까지 1700조원
국내외 IT 대기업 시장 선점 경쟁
Z세대 등 일부 연령대만 사용 한계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가 포트나이트 속 가상 캐릭터로 변신, 열띤 공연을 하고 있다. 이 공연은 9일까지 사흘간 총 5차례에 걸쳐 진행됐고, 매회 수백만 명이 공연을 즐겼다. [사진=포트나이트 유튜브 채널 갈무리]


#사례. 지난 7일 글로벌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속 현장.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가 투어 공연을 열었다. 가상의 캐릭터로 재탄생한 그란데는 포트나이트 속에서 열띤 무대를 펼쳤다. 포트나이트 이용자라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던 이 공연은 9일까지 사흘간 총 5차례에 걸쳐 진행됐고, 매회 수백만 명이 공연을 즐겼다. 여러 차례 공연이 진행된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4월 포트나이트에서 공연한 미국 힙합 뮤지션 트래비스 스콧보다 더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콧은 포트나이트 공연으로 216억원을 벌어들였다.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에픽게임즈(포트나이트 개발사)는 게임 이용자와 그란데 팬 모두에게 즐길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콘텐츠 분야에서 볼 수 있는 ‘메타버스(Metaverse)’ 활용 사례다. 메타버스란 현실에서 일어나는 여러 활동을 가상세계에서 동일하게 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을 말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 세계를 기초로 하면서도, 물리적 제약이 없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메타버스는 과거에도 게임, 영화, 드라마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다만 메타버스라는 단어로 설명되지 않았을 뿐이다. 영화 ‘매트릭스'(1999년), ‘아바타'(2009년) 등은 현실과 가상공간이 서로 영향을 주는 세계관을 표현한 작품이다. 한국 게임사들의 주력인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도 가상공간에서 다수의 이용자가 게임 캐릭터를 통해 소통하고 활동한다는 점에서 메타버스로 볼 수 있다.

그러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한 이후 온라인 수업, 원격근무(또는 회의), 비대면 콘텐츠(게임, 영화 등)가 급부상하면서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 간 만남이 제한되자, 온라인상으로 교류하는 수단들이 떠올랐다. 실제로 올해 1월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 최대 기술전시회 ‘CES 2021’에서도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수없이 오르내렸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게임으로 유명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인크래프트는 코로나19 확산 후 이용자 수가 90%나 늘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다음 버전”이라고 전망할 정도로, 메타버스 시장은 향후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800억 달러(약 315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또한 2019년 50조원 수준이었던 메타버스 경제 규모가 2025년 540조원, 2030년 1700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타버스 시장 규모와 활용 사례 [그래픽=김효곤 기자]


이에 국내외 IT 기업들은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의 다음 장은 소셜미디어 회사에서 메타버스 회사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메타버스 선점에 가장 적극적인 글로벌 빅테크 회사로, 2014년에 가상현실(VR) 헤드셋 업체 ‘오큘러스 VR’을 23억 달러(약 2조5000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유명하다. 페이스북은 VR, 증강현실(AR) 같은 기술이 소통방식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봤다. 페이스북은 2019년 VR 소셜미디어 서비스 ‘호라이즌’도 선보였다. 이는 페이스북이 그동안 축적해온 메타버스 기술의 집약체로, 가상의 공간에서 친구들과 해변으로 놀러 가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용자가 원하는 환경을 직접 구축할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을 통해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2014년 마인크래프트를 제작한 스웨덴 게임사 모장을 25억 달러(약 2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마인크래프트는 블록을 가지고 가상의 세계를 만드는 메타버스 게임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월 이용자 수가 1억4000만명에 달한다. 올해 초엔 ‘둠’, ‘폴아웃’, ‘퀘이크’ 등의 게임으로 유명한 베데스다소프트웍스의 모회사 제니맥스미디어를 75억 달러(약 8조7400억원)에 인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유한 콘솔 게임 플랫폼 엑스박스도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선 네이버가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에 가장 적극적이다.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제트는 2018년에 아바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서비스 ‘제페토’를 출시했다. 전 세계 165개국에서 서비스 중인 이 플랫폼은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들의 새로운 놀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이용자 수가 2억명에 달한다. 이 중 80%가 Z세대다. 해외 이용자 비율은 90%다. 제페토 내 가상현실에서 착용 가능한 의상 등 아이템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크리에이터 플랫폼 ‘제페토 스튜디오’는 누적 창작자 수가 70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만들어 파는 아이템 개수는 약 2500만개에 달한다. 네이버제트는 올해 하반기에 제페토 내에서 창작자들이 게임을 만들어 출시할 수 있는 기능을 론칭할 예정이다.

반면 이용자 관점에서 메타버스라는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확산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메타버스 주 이용층은 10대와 20대에 한정돼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메타버스와 콘텐츠’라는 보고서를 통해 “메타버스는 혁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아직은 확산에 필요한 최소한의 이용자를 확보하지 못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 메타버스가 타 서비스보다 상대적 이점이 있고, 이용이 덜 복잡하고 시범적으로 체험이 가능하며, 다른 주변의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 것이 사실”이라며 “아직까지 메타버스는 모두에게 혁신적이지 않고 따라서 누군가는 이용하고자 하는 동기가 없거나 동기를 회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자 관점에서 메타버스라는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확산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