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기 이커머스 불붙는 IPO 경쟁

2021-08-15 07: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주로 하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잇달아 상장 채비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부터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더맘마까지 줄줄이 내년 국내 증시에 입성을 예고하면서 이커머스 업체들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지난 13일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해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입찰제한요청서(REF)를 발송했다. 빠른 성장을 위해서 임직원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이 상장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고 그 시작으로 주관사 선정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국내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물류 인프라와 IT(정보기술)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급변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강력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SSG닷컴은 선정될 주관사와 함께 성공적인 IPO(기업공개) 추진을 위해 다각도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SSG닷컴은 구체적인 상장 예상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관련 절차가 순조롭게 추진되면 내년에 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8년 1조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5년 내 상장을 추진한다는 조건을 단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상장 시점을 2023년께로 전망했지만, 시기가 1년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올해 3월 쿠팡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 이후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도 잇따라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데다 최근 결제금액이 많이 늘면서 상장 적기라고 분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SSG닷컴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469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매출액은 1조2941억원으로 전년 대비 5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성장이 계속되면 상장 후 기업가치가 최대 1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SG닷컴뿐만이 아니다. 이보다 앞서 미국 상장을 추진하던 마켓컬리도 국내 증시로 계획을 바꾸고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컬리는 내달 지정감사인 선정 이후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할 예정이다. 2015년 설립된 컬리는 지난달 2254억원 규모 시리즈F 투자를 유치하면서 밸류에이션 2조5000억원을 인정받았고, 덕분에 상장 후 기업가치가 5조원 이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설립 이래 계속해서 적자를 내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요인이지만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9530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가량 늘어났다.

새벽배송 2인자로 꼽히는 오아시스도 최근 가파르게 인지도를 높이면서 IPO 일정을 빠르게 구체화했다. IPO 대표 주관사로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이미 선정해둔 상태다. 지난달 초에는 500억원 규모 투자를 받으면서 기업가치가 7500억원으로 뛰기도 했다.

오아시스는 2011년 설립된 신선식품 이커머스 기업으로 40여개 오프라인 직영점과 온라인몰 운영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2386억원으로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7억원으로 전년 대비 870% 늘었다. SSG닷컴·마켓컬리와 달리 매년 꾸준히 흑자 경영을 이어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역 기반 식품 이커머스 업체 더맘마도 IPO에 나선다. 동네 마트 장보기앱 '맘마먹자'를 운영하는 더맘마는 올해 100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고 내년 코스닥 IPO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절차도 밟고 있다. 현재까지 유치한 누적 투자금은 203억원으로, 지난해 7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예비유니콘으로 선정돼 72억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662억원으로 전년 대비 260% 증가했다. 영업손익도 약 2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더맘마는 2016년 설립된 유통 IT 기업으로, '맘마먹자'를 서비스하면서 직영 마트 운영, 마트 IT 장비 개발 등을 하고 있다. 이달 들어선 연초 인수한 호텔 예약 앱 '호텔엔조이'를 업그레이드해 숙박 예약과 동네 마트 장보기가 모두 가능한 '자(ZA)' 플랫폼을 론칭, 지역기반 플랫폼으로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장보기 이커머스 업체들이 이처럼 줄줄이 상장에 나서면서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교통정리가 필요해지기도 했다. 컬리가 이달 초로 예정했던 주관사 선정을 연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쟁사 IPO 주관사로 선정됐거나 경쟁사를 잠재고객으로 염두에 둔 하우스가 입찰제안요청서(RFP)에 응하지 않은 탓이다. 컬리는 IPO 주관사로 KB증권 외 한 곳을 추가 선정할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중 대기 중인 투자금이 워낙 많아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하기 유리한 환경"이라며 "이런 상황에 언택트 시대의 가장 큰 수혜 업종 중 하나인 식품 이커머스 기업이 가파르게 성장해 잇달아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