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가석방 D-1 삼성전자, 창사 52년 만에 첫 노사 단체협약 체결(종합)
2021-08-12 17:23
이재용 부회장 '무노조 경영 폐기' 대국민 선언 1년 3개월 만의 성과
삼성전자가 창사 52년 만에 처음으로 노사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5월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 회견에서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이후 1년3개월 만의 성과다. 삼성SDI 등 주요 계열사들도 단체협약을 잇달아 체결, 삼성그룹에 건전한 노사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힌 이 부회장의 대국민 약속이 현실화하고 있다.
12일 삼성전자 노사는 경기 용인시 기흥캠퍼스 나노파크에서 단체협약 조인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김현석 대표이사와 한국노총 금속노련 전국삼성전자노조 등 삼성전자에 설립된 4개 노동조합 공동교섭단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다.
단체협약은 노사가 단체교섭을 통해 근로조건 등 제반 사항을 합의하는 협약이다. 노동조합법에 따라 취업규칙이나 개별 근로계약보다 우선하는 직장 내 최상위 자치 규범이다. 삼성전자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안은 노조 사무실 보장, 노조 상근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등 노조 활동 보장 내용과 산업재해 발생 시 처리 절차, 인사 제도 개선 등 95개 조항으로 이뤄졌다.
노사는 지난해 11월 상견례를 겸한 1차 본교섭을 시작으로 지난 9개월간 30여 차례에 걸쳐 교섭을 벌였다. 이후 노사는 지난달 말 단체협약안에 잠정 합의했고, 노조는 조합원 투표 등 추인 절차를 거쳤다. 가장 규모가 큰 전국삼성전자노조가 조합원 96%의 찬성으로 단체협약을 추인했다. 이날 단체협약 체결과 함께 노사는 상생 관계를 다짐하는 화합 선언문도 채택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단체협약 체결을 바탕으로 조만간 2021년도 임금협상에도 돌입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계열사들도 잇달아 단체협약을 맺고 있다. 지난 1월 삼성전자 5개 계열사 중 삼성디스플레이 노사가 가장 먼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삼성SDI 노사 역시 지난해 9월부터 교섭을 거쳐 지난 10일 단체협약을 마무리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오늘(12일)은 삼성전자가 첫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의미있는 날”이라며 “앞으로 노사가 상호 진정성 있는 소통과 협력을 통해 발전적 미래를 함께 그려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진윤석 전국삼성전자노조 위원장은 “이번 단체협약 체결은 겨우 한 걸음 나아간 것일 뿐,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최종 목적지까지는 한참 남았다고 본다”며 “이젠 이 부회장이 가석방되는 만큼 본인이 공언했던 대로 달라진 노사관계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단체협약 체결 다음날인 13일은 이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출소하는 날이어서 의미가 더 크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등 여러 수사·재판을 받으며 삼성과 총수 일가가 부정적 과거와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해 왔다. 이후 삼성 준법경영감시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해 5월 대국민 회견 때 무노조 경영 폐기를 공언했다.
이후 삼성은 사장단과 계열사 인사팀장 등을 대상으로 바람직한 노사관계 정립을 위한 외부 특강을 진행했고, 삼성전자 등 7개 계열사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노사관계 자문그룹을 이사회 산하에 설치하는 등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에 힘써왔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후 경영 정상화 못지않게 대국민 신뢰 회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가석방을 두고 시민사회단체의 반대가 만만치 않은 데다, 보호 관찰 등으로 당분간 해외 출장 등에 제약이 있는 이 부회장으로선 현장 경영보다는 사회공헌 사업 등에 공을 들일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노사 단체협약 체결을 기점으로, 삼성이 이 부회장의 공언대로 달라진 모습을 계속 보여줄 것”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 보다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위한 사면 여론도 자연스럽게 조성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