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 '국민 주택형'만 세자릿수 경쟁률…빗나간 수요예측

2021-08-12 10:00
4333가구 중 84㎡는 73가구 불과…전체 물량의 1.7%

4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신규택지 지구인 성남 복정1지구 사전청약 접수처에서 시민들이 청약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차 사전청약에서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84㎡ 경쟁률이 유일하게 세자릿수를 기록했다. 정부가 시세 대비 저렴하게, 많은 물량을 공급하는 데만 집중한 탓에 수요자의 니즈는 고려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수치로 확인한 셈이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전청약 신청 결과, 3기 신도시인 인천계양의 전용 84㎡는 28가구 모집에 1만670명이 신청해 381.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구, 타입별로 분류했을 때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이 주택형은 특별공급에서도 240대 1을 기록해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두 번째로 높은 경쟁률도 84㎡에서 나왔다. 45가구가 배정된 남양주진접2 84㎡는 5000명 넘는 신청이 접수돼 경쟁률은 112.3대 1이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예견된 것이라는 반응이다.

84㎡는 수요자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주택형이지만 1차 사전청약 물량 4333가구 중 73가구에 불과했다. 전체 물량의 1.7% 수준이다.

일반 민간 분양의 경우에는 전용 84㎡ 타입이 절반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 공공택지 특별공급에선 46~59㎡의 소형 면적이 90%였고, 84㎡ 초과 중대형도 없었다.

신혼희망타운의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전용 46~55㎡로만 구성된 신혼희망타운은 위례(38.7대 1)와 인천계양(12.8대 1)을 제외한 모든 지구에서 경쟁률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신혼희망타운은 당초 육아와 보육 등 신혼부부의 수요를 반영한 특화형 공공주택으로 나왔지만, 자녀가 둘 이상이거나 성장했을 때 적합한 환경은 아니라는 평가다.

중간에 이사하고 싶어도 지역별 전매제한(3~10년), 거주의무(3~5년) 때문에 움직이기 쉽지 않다. 분양가가 인근 시세의 80% 미만으로 책정될 경우 최대 수준의 전매제한과 거주의무가 적용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형 주택형 1가구를 쪼개면 비슷한 비용으로 소형 주택형 2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며 "84㎡는 수요자 선호도는 높으나 물량자체가 적어 앞으로 있을 사전청약에서도 경쟁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초 기대와 달리 사전청약 당첨이 어려워진 데다가 분양가도 예상가격을 웃돌면서 주택 매수를 서두르려는 수요자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추정 분양가는 공공분양 물량인 59㎡ 기준으로 인천계양 3억5628만원, 남양주진접2 3억5174만원, 성남복정1 6억7616만원이다. 전 가구가 신혼희망타운 전용 55㎡로 구성된 위례와 의왕청계2는 각각 5억5576만원, 4억8954만원이다.

해당 지역의 땅값이나 건축비 등이 상승하면 본청약 때 확정되는 분양가는 이보다 오를 수 있다.

국토부는 사전청약 분양가가 입지 여건이 비슷한 단지의 시세 60~80% 수준에 책정됐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수요자 사이에선 추정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값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싸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서울에 공급 물량은 부족하고 가격은 치솟은 탓에 외곽 중저가 단지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사전청약으로도 시장의 수요를 충분히 해소하지 못하면서 매수에 나서려는 수요자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