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집값 예측? 정부보다 익명의 누리꾼

2021-08-09 18:00
부린이들 "정부 고점 경고 안 들려…누리꾼이 더 정확"

 

 

"부린이다. 현금 7억~8억원으로 서울에서 살 수 있는 집 알려달라", "지금 영끌해도 되나", "서울 재개발 추천해달라"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른바 부린이들의 글이 넘친다. 부린이는 부동산과 어린이의 합성어로 부동산을 시작한 초보를 일컫는다. 이들 부린이가 올리는 글은 지금 부동산을 사도 되는지, 어디에 집을 사야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대다수다.

부린이들의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다. 주변 30대 친구들로 이뤄진 단톡방에는 집값, 전셋값이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다. 더구나 코로나로 해외여행도 막히고 여기저기 놀러다니기도 꺼려지니 부동산, 주식, 코인 등 재테크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아파트 거래 현황을 보면, 지난달 서울에서 아파트를 가장 많이 사들인 연령대는 30대였다. 30대가 1491건으로 가장 많고 40대(1092건), 50대(598건), 60대(359건), 70대 이상(261건), 20대 이하(233건 ) 등의 순이었다. 30대 거래가 전체의 35.2%에 달했다.

주변 친구들은 카페나 오픈채팅방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부동산을 매수할지 말지, 어느 지역이 향후 집값이 오를지 등을 확인하곤 한다. 친구 A는 "아침 출근길에 지역 오픈채팅방에 올라온 기사 스크랩을 보고 채팅방 대화나 커뮤니티 글 등에서 집값 향방을 점치곤 한다"고 말한다.

이러니 유명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린이들에게 두는 훈수가 넘친다. "부린이들아 이젠 더 이상 눈치 볼 것 없다. 이판사판 사들여라", "수도권에 역만 있으면 뭐라도 사라" 등 매수를 권하는 글이 줄을 잇는다. 글 다수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영끌해서 빨리 사라"는 내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집값이 상투에 도달했다는 정부의 연이은 경고는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익명의 누리꾼 글보다도 영향력이 약한 모습이다. 친구 A는 "이번 정부의 부동산 예측은 단 한 번도 맞아 떨어진 적이 없기 때문에 경제 부총리의 고점 경고가 무섭지 않다"며  "온라인 유명 부동산 전문가나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예측이 더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정부, 집값 잡으려면 부린이들 마음 먼저 잡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