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계, 코로나19에 엇갈린 2분기 실적...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민수 역대급’

2021-08-06 06:30
2분기는 내가 ‘대장’... 한화에어로페이스 영업익 1300억대 기록
LIG넥스원도 순항 중... 방산 ‘빅3’ 중 ROE 가장 높아
KAI, 항공산업 정체에 ‘주춤’... 미래 전망은 밝아

국내 방산업계가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지난 2분기 엇갈린 실적을 받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민수 사업 부문에서 역대급 실적을 내며 저력을 과시했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호재에도 시장 예상보다 밑도는 실적으로 실망감을 안겼다. 다만 일시적 현상으로 향후 국내 방산업계가 전반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2분기는 내가 ‘대장’... 한화에어로페이스 영업익 1300억대 기록
올해 2분기 가장 눈에 띄는 실적을 거둔 곳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일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조6864억원과 영업이익 132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41.4%, 88.9% 늘어난 수치다. 해군 함정용 엔진 사업 등에 힘입어 호실적을 낸 것으로 평가된다.

자회사 한화시스템도 깜짝 실적으로 방산 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개선됐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314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72.5% 늘어난 실적으로 시장 예상치(약 200억원)를 크게 상회하는 금액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4859억원으로 50.4% 증가했다.

특히 민수 부문에서 자회사 한화테크윈은 미국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 폐쇄회로(CC)TV 사업 호실적을 올리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다. 자회사 한화파워시스템도 성장세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민수 부문은 올해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자회사 한화정밀기계도 중국 소형가전과 발광다이오드(LED) 등에서 칩마운터 판매 호조가 이어지며 출범 이래 사상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거뒀다. 다만 한화디펜스는 해외 사업의 정체로 지난해 2분기 대비 매출액이 소폭 줄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방산 부문의 견조한 실적과 민수 부문 수익성 개선을 바탕으로 올해 2개 분기 연속 호실적을 이뤄냈다”며 “지난해에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이어갔던 기조를 올해도 지속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LIG넥스원도 순항 중... 방산 ‘빅3’ 중 ROE 가장 높아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LIG넥스원도 순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LIG넥스원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4000억원, 200억원 규모다. 현실화되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은 10%, 영업이익은 100%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주목할 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보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다는 것이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LIG넥스원의 올해 ROE는 9.18%로 추정된다. 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7.55%)와 KAI(6.38%)의 전망치보다 훨씬 높은 숫자이다. ROE는 기업이 자본을 이용해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기업이 1억원 자본을 투입해 1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확보하면 ROE는 10%다.

실제 LIG넥스원의 향후 실적은 안정적으로 관측된다. 지난 5월 방위사업청과 1640억원 규모의 ‘해상감시레이더-Ⅱ’ 양산계약 체결 등 수조잔고가 7조원을 넘었다는 게 그 방증이다. 대다수의 해외 수주물량이 국가 간 계약이라는 점에서 위험부담도 적다.

지난해 11월 통신 전문기업 이노와이어리스의 지분 21%를 확보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점도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노와이어리스는 유·무선 자동측정과 제어 시스템 기술, 통신용 시험·계측기 기술, 소형기지국 분야에서 5세대 이동통신(5G) 관련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LIG넥스원의 주력사업인 정밀유도무기, 감시정찰, 항공전자·전자전, 지휘통제·통신 등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KAI, 항공산업 정체에 ‘주춤’... 미래 전망은 밝아
반면 이들과 함께 국내 방산업계 ‘빅3’로 꼽히는 KAI는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산업의 침체 영향에 지난 2분기 소폭 역성장했다. KAI는 올해 2분기 지난해 동기 대비 2.0% 감소 6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1.7% 줄어든 708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분기 ‘수리온 소송’ 관련 수백억원의 일회성 이익이 반영돼 업계에서는 이보다 높은 실적을 기대했다. KAI는 수리온 1차 개발·생산과정에서 불거진 방사청과 소송에서 지난 4월 최종 승소한 바 있다. 이 덕분에 KAI는 수백억원의 부당이윤을 챙겼다는 누명을 벗은 동시에 이자를 합친 물품대금 467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2분기 코로나19로 인한 민항기부품 수요 감소 등이 이를 상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KAI의 전체 매출에서 민수가 차지하는 부문은 30%가량에 달한다. 나머지를 방산(국내 50%+수출 20%)이 맡고 있는 구조다.

시장과 달리 KAI가 어느 정도 실적부진을 예견했던 만큼 반전을 이뤄갈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앞서 안현호 KAI 사장은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민수는 올해 사실상 바닥을 찍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목표는 항공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환점을 맞을 준비도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다. KF-21, 소형무장헬기, 차세대중형위성 등 KAI의 대형프로젝트들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고,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서 T-50의 수출전망도 긍정적이다. KAI는 최근에도 전술입문훈련기 T-50TH 2대를 태국 공군에 추가로 수출하기로 했다. 약 900억원 규모의 계약으로 2023년 11월까지 항공기 2대와 교육훈련, 수리 부속, 지원장비를 납품할 예정이다.

T-50TH는 T-50을 기반으로 태국공군의 요구에 맞춘 항공기다. 고등훈련과 전술입문, 경공격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현재 태국공군 전투 조종사 양성체계의 핵심 기종이다. KAI는 2015년 태국공군에 T-50TH 4대를 수출한 데 이어 2017년에 8대를 추가로 판매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 이어 태국과 수출계약에도 성공하면서 T-50의 누적 수출량은 72대로 늘어났다.

KAI 관계자는 “태국공군이 T-50TH를 재구매한 것은 뛰어난 성능을 비롯해 원활한 후속지원, 높은 가동률, 합리적인 운영 유지비 등에 따른 것”이라며 “T-50은 조만간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의 신시장에서 누적 수출 100대를 넘어설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에서 한국형전투기 보라매(KF-21) 시제기 출고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