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배터리 조기 IPO 카드에도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 미미

2021-08-05 18:00

대규모 투자와 소송 합의금 등으로 재무 부담이 가중된 SK이노베이션이 연내 배터리 사업을 분사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내년 가량 분사한 배터리 자회사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예정대로 IPO를 마무리하더라도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부담이 줄어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그 이상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인데다 성장성이 높은 배터리 사업이 분사된 이후 SK이노베이션이 수익성을 유지할지 장담할 수 없는 탓이다.

5일 재계와 IB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에서 분리될 배터리 사업부는 내년 중 IPO를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일 배터리·석유개발(E&P) 사업을 각각 분리해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회사인 SK배터리(가칭) 등은 오는 10월 출범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안팎에서는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 주력 사업부의 분사를 결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배터리 사업부를 분리시킨 것은 내년 즈음 IPO를 추진하기 위한 절차라는 시각이다. SK이노베이션 고위 관계자도 지난 4일 열린 기업설명회(IR)를 통해 "IPO 등 다양한 자금 조달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가치가 못해도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는 SK배터리(가칭)의 IPO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SK이노베이션은 단번에 1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8조원 미만의 가치로 평가받았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지난 5월 IPO에 성공한 결과 SK이노베이션은 약 2조24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음을 감안하면 10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쥐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SK이노베이션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종전까지 배터리 사업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배터리 소송 합의금 문제로 막대한 재무 부담을 짊어져왔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까지 10여년 동안 'AA+' 신용등급을 유지했으나 올해 4월 늘어난 재무 부담 탓에 'AA' 등급으로 하향조정됐다.

다만 재계와 신평사는 IPO로 목돈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IPO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 이상으로 투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일 배터리 분사 계획을 공개하면서 향후 17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배터리와 양극재, 분리막 등 소재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기존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윤활유 부문이 배터리 사업의 투자를 뒷받침할 수 있는 현금창출력이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자회사 상장 또는 일부 지분 매각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대규모 투자에 따라 상당기간 자금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이 분사된 배터리 사업을 대체할만한 수익성과 성장성을 갖춘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 재활용(BMR) 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BMR 만으로는 배터리 사업을 대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것도 앞으로 점차 중요성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신규 생산되는 배터리 시장만큼 중요성을 가지기는 어렵다는 시각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서는 BMR 등 신규 사업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배터리 사업 분사로 잃는 손실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