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물림 사고'에 무게 별로 입마개 의무화?···"실효성 없다"

2021-08-04 20:18

[기사 속 사건과 관계없는 사진, 입마개를 하고 있는 대형견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지난달 25일 저녁 경북 문경의 한 산책로에서 산책 중이던 모녀가 길에 풀어 놓은 개 6마리(그레이하운드 3·믹스견 3)에게 물려 뇌출혈 등의 중상을 당했다. 사고 당시 견주는 개들에게 목줄과 입마개를 채우지 않았으며, 중과실 치상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개 물림 사고'에 대한 동물보호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입마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의 무게를 기준으로 입마개를 의무화하는 방식은 단편적인 대처일 뿐이며, 근본적으로는 '보호자'에 더 관점을 맞춰야 한다는 법조계와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경북 문경경찰서는 지난달 25일 경북 문경시에 위치한 산책로에서 산책 중이던 주민 2명이 ‘개 물림’ 사고를 당한 사건과 관련해 견주 A씨에 대해 중과실치상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일 밝혔다. 해당 사건은 피해자 가족이 사건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북 문경시 개물림 사고에 대해 엄벌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면서부터 그 사연이 세간에 알려졌다.

피해자 가족은 6마리 개들의 견주 A씨의 엄벌을 요구하며 피해자 모녀를 공격한 개들이 동물보호법상 등록된 맹견 5종(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이 아니었음을 지적했다. 그는 국민청원에서 "맹견으로 등록되지 않은 대형견도 법적으로 목줄과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외에도 지난 5월에는 경기도 남양주에서도 개 농장에서 기르던 개의 공격으로 인해 50대 여성이 숨지는 등 '개 물림 사고'가 전국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 간(2016년~2020년) 개 물림 사고로 환자가 이송되는 일은 매해 2,000건 이상 발생했다. 작년에는 월평균 177명이 개 물림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특히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5월부터 8월까지의 경우 개 물림 사고 환자 수는 200명을 넘겼다. 

한편 정부는 2018년 개 물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개 목줄과 맹견 입마개를 의무화했다. 지난 2월부터는 5대 맹견에 대한 '책임보험' 가입도 의무화했다. 

 

[사진=소방청 제공.]

 
 
"일정 무게 이상 '맹견' 포함할 것" 동물보호법 개정안 발의한 국회의원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사진=의원실 홈페이지. ]


 
문제는 법적으로 '맹견'이 아닌 종의 공격으로 다치는 사람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관련 동물법이 개정되야 한다는 의견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한 국회의원은 동물보호법에 맹견으로 분류된 종이 아니더라도, 개의 '몸무게'를 기준으로 중·대형견에 입마개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동물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2일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경북 상주·문경시)은 동물보호법 제2조(정의) 3의2에 '일정 무게 이상'의 개가 맹견에 기본적으로 포함되도록 법을 개정하고, 국정감사 등을 통해 맹견의 범위를 규정한 농림축산식품부령(제1조의3 맹견의 범위) 개정을 통해 맹견의 기준 무게를 제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13조2(맹견의 관리)에는 맹견을 도사견과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의 개와 그 잡종으로 국한하고 있다. 맹견은 월령 3개월이면 외출 시에 목줄과 입마개 등의 안전장치를 해야 한다.

임 의원은 “문경 사고뿐만 아니라 최근 개물림사고 대부분은 입마개 착용 대상이 아닌 중·대형견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며 "국정감사 등을 통해 맹견 범위를 규정한 농림축산식품부령 개정으로 '맹견 기준 무게'를 제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무게'로 맹견 분류 안 돼··· 전문가들의 만류

[사진=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

하지만 이러한 개정안 계획을 두고 개의 '무게'를 기준으로 맹견을 분류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변호사는 "개물림 사고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 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국가의 정책 방향이 아직 제대로 정해져 있지 않다"며 "개의 무게를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입마개를 씌운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개의 공격성은 개별적인 문제이며, 개체별로 관리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이어 한 변호사는 지난 2018년의 사례를 언급했다. 당시에도 개 물림 사고가 문제가 돼 정부 대책이 나왔었다는 것이다. 맹견에 속하는 개를 5종에서 8종으로 늘리고, 개의 발바닥에서 어깨까지 높이인 체고가 40cm가 넘으면 맹견이든 아니든 의무적으로 입마개를 씌우게 하겠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그러나 '개의 크기로 공격성을 재단할 수 없다'는 동물단체들의 성명발표, 변호사들의 의견서 등이 이어져 결국 정부가 대책을 철회했다.
 
박성수 아이유 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은 개정안에 대해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몸무게로 (공격성을) 구분 짓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30㎏의 골든레트리버와 15㎏의 진돗개를 비교해보면 공격성은 진돗개가 더 클 것이다. 현재 맹견으로 분류된 5종 이외에 품종을 더 세분화해서 맹견 기준을 제대로 나누는 게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개 물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이 더 구체성을 띨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개의 경우에는 (인식칩) 등록을 할 수 있지 않나. 예전에 입질을 한 적 있다거나, 공격성 있다던지 하는 것을 전산에 기록해두고 그 개들만 '입마개를 해야 한다'고 규제하고 관리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박 원장은 "보편적으로는 군견, 경찰견, 사냥견 등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종의 개들의 경우 어느 정도 공격적 성향을 띄고 있다. 이런 종들은 (추가적으로)'맹견'으로 분류될 필요가 있다. (이런 종의 경우) 크는 속도가 빠르고 이빨의 크기나 날카로움, 턱 힘도 다른 개들보다 발달해 있다. 맹견으로 분류되는 품종을 현실적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개의 공격성을 분류하기보다도 개의 보호자에 측면에서 법 개정이 나와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 변호사는 "동물보호단체가 바라보는 관점은 개 물림이야 입마개를 하면 안 생기겠지만, 그렇다고 '개 물림 사고가 입마개를 안 해서 생기는 건 아니다'라는 것이다. 사실은 개의 문제 아닌 보호자의 문제이다. 교육의 측면에서 사고를 낸 보호자에게 주기적인 교육을 강제하거나 하는 식의 법 개정도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원장도 "사고가 났을 경우에 대한 벌금을 높여 '개가 사람을 물었을 때 벌금이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얘기하면 보호자가 알아서 조심하도록 강제할 필요도 있다. '우리 개는 착해'라거나 '우리 개는 안 문다'는 말이 안 나올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처벌에 있어 법이 미비하기 때문에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