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원주시에 "집회·시위 자유 과도하게 제한하지 말라"

2021-07-27 16:45
"'회복 어려운 피해' 발생 우려는 없어"...긴급구제 조치 않기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원주 집회를 계획한 지난 23일 집회 장소인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인근에 경찰 차벽이 들어서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27일 강원 원주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적용하며 집회·시위에만 4단계를 적용한 데 대해 "과도한 제한일 수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전날 제25차 임시 상임위원회와 제14차 전원위원회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가맹조직 공공운수노조가 신청한 긴급구제 안건을 심의한 결과 이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인권위는 헌법재판소가 '공공의 안녕질서 등을 위해 집회나 시위를 금지 또는 제한하는 경우에도 이를 예외 없이 금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에 해당할 우려가 있다'고 판시한 사실과 유엔이 '집회 각각의 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모든 장소와 시간에 대한 전면적 집회 금지는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기준을 제시한 사실을 언급하며 원주시장에게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말라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인권위는 원주시의 집회 금지 조치로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원들이 집회를 열 수 없게 된 것은 긴급구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긴급구제 조치 권고를 하지 않았다.

긴급구제란 진정 사건 피해 당사자에 대한 인권 침해가 계속돼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건에 대한 조사가 끝나기 전에 구제를 권고하는 조치다.

인권위는 "과거 사례를 보면 긴급구제 조치는 생명권, 건강권, 물적 증거 인멸 등과 같은 '회복할 수 없는 피해' 등을 기준으로 판단해왔다"며 "(본안은) 위원회 긴급구제 조치의 기준인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긴급구제 조치를 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본안에 대해 계속 조사·심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23일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집회를 계획했지만, 집회 하루 전 원주시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적용하며 집회 기준에만 거리두기 4단계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1인 시위만 허용됐다.

이후 노조는 원주시 조치가 평등권과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고 긴급구제를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