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은행 미뤄준 대출·이자 108조…9월 재연장 가능성 커졌다
2021-07-25 16:41
한계기업 등 옥석 가리기 지원 목소리 제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은행권이 만기와 이자 납부를 미뤄준 대출 규모가 10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오는 9월 말 끝날 예정이었던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도 재연장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일부 한계기업에 대해 재연장보다는 연착륙 프로그램도 함께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5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달 22일 기준 코로나19 관련 여신 지원 규모는 총 108조259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만기가 연장된 대출잔액(재연장 포함)은 모두 99조7914억원(41만5525건)으로 나타났다. 대출 원금을 갚고 있던 기업의 원금 상환을 미뤄준 금액은 8조4129억원(1만4949건)이다. 이자 549억원(4794건) 납부도 미뤄졌다.
5대 은행 외에 정책금융기관과 제2금융권을 포함하면 코로나19 관련 대출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시중은행과 정책금융기관, 제2금융권 등 전 금융권 만기 연장 대출액은 204조2000억원(82만7000건)으로 집계됐다. 이자 상환 유예액은 2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거리두기가 4단계로 강화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이익을 낸 금융지주사들이 고통 분담을 거절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 상반기 이자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의 18조4282억원보다 10.6%나 많은 규모다. 때문에 이들 금융지주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다만 은행들은 대출액 납부와 만기를 미뤄주더라도 이자 유예 기업에 대해서는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자를 못 내는 기업은 사실상 한계기업으로 볼 수 있는데 이를 자꾸 유예해줄 경우 구조조정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내부에서도 한계에 이른 자영업자의 대출 원금과 이자를 계속 미뤄주면 이들의 채무 규모와 부실 채권 가능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단계적 종료에 대한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이 최대 실적을 내면서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며 “코로나19 피해로 인한 고통 분담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는 동의하지만 일괄적인 재연장은 리스크만 더 키울 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