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하이브리드角] BTS와 ‘덕질’…1위 자살률
2021-07-20 10:12
BTS 지민이 팬들에게 한 말 때문이다. “저희를 위해서라도 제발 행복해 달라”
▶빌보드 1위 바통터치
BTS 노래 ‘버터’는 일주일 기준 세계 최고 인기곡 순위(빌보드 핫 100)에서 최근 7주 연속 1위를 지켰다. 20일 발표한 순위에서 후속곡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가 ‘버터’에 이어 곧바로 1위에 올랐다.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31년째 진행하고 있는 DJ 배철수와 음악평론가 임진모는 한 목소리로 “우리가 살면서 우리나라 가수가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할 거라 상상도 못했다. 상상조차 힘들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거듭 경탄했다.
그런데 BTS가 또 7주 연속 1위에 이어, 곧바로 후속곡으로 계속 1위를 지키고 차지한 건 첫 1위에 못지않은 대기록이다. 2018년 드레이크(캐나다 출신 래퍼) 이후 처음으로, ‘1위 바통터치’는 흔치 않은 일이다.
리더 RM은 “오랫동안 여러분을 만나지 못해 기쁨이나 슬픔에 굉장히 무뎌진 상태였다…우리 언젠가 만나 얼싸안고 못다 한 기쁨을 나누면 좋겠다”고 적었다.
다른 멤버들도 기쁨과 감사의 인사를 나눴다. 무엇보다 지민이 올린 사진에 적은 글이 인상적이었다. 큰절을 올리는 사진에 “여러분들의 큰 사랑과 응원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저희를 위해서라도 제발 행복해주세요”라고 썼다.
▶여전히 1위, 자살률
한국 자살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여전히 1위라는 소식이 같은 날 나왔다. 보건복지부가 낸 ‘OECD 보건통계 2021’를 보면 2018년 우리나라의 자살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4.7명, OECD 국가 평균(11.0명)보다 두 배 이상이었다.
다른 통계를 보면 자살사망률 부동의 1위는 앞으로 더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간한 ‘2021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1만3천799명이다. 한 해 전보다 129명(0.9%) 늘었다. 인구 10만명 당 자살률는 26.9명,하루 평균 자살자 수는 37.8명이다.
▶덕질이 날린 우울
덕질은 외래어와 순우리말이 합쳐진 오묘한 신조어다. 일본어 오타쿠(otaku·御宅)는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오타쿠→오덕후→오덕(덕후)→덕으로 바뀌었고 행위를 뜻하는 ‘질’이 뒤에 붙었다. ‘삽질하다’ 할 때의 그 질이다.
덕질은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푹 빠져서 뭔가를 하는 행위다.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누구와 무엇(캐릭터, 특정 상표 및 상품 등)에 내가 가진 열과 성을 다한다. 가수라면 콘서트를 찾거나, 앨범과 굿즈(기념품)를 모은다. 어떤 상품이라면 내 손에 넣기 위해 돈과 시간을 최대한 투자한다.
그런 덕질은 아이돌 가수에 환호하는 10대 소녀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트로트 열풍에 70대 이상 어르신들도 덕질을 한다. 걸그룹, 운동화, 프라모델 등에 푹 빠진 중년 남성도 적지 않다. 연령불문,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양한 덕질을 하는 이들이 많다.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특히 덕질하는 사람은 추앙하는 사람의 말을 잘 듣고 행동을 따른다. 이른바 ‘선한 영향력’이다.
BTS 덕질과 자살이 이어지는 건 “BTS 덕분에 나를 (더) 사랑하게 됐다”는 팬들이 많아서다. 한 50대 여성은 “BTS에 빠지고 난 후 우울증이 많이 줄었다”고 하고, 한 10대 소녀는 “자살을 생각했지만 BTS를 만나고 내 삶이 소중해졌다”고 말한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Know thyself)고 했지만, BTS는 “나 자신을 사랑하라”(LOVE MYSELF)고 외친다.
코로나19와 긴 무더위 나날, 우울한 삶에 지친 이들이 참 많다. 행여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나를 살리는 덕질’의 그 누구, 무언가를 떠올려 보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