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침'에 눈치보는 국세청, 체납액 줄이기 억지춘향
2021-07-19 06:01
체납 보고도 '소멸' 놔두는 이상한 稅政…직원별 자의적 판단 '조세저항' 위험
# 사례 1
사업실패 후 甲씨는 5년 넘도록 체납자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었다. 이후 甲씨는 지난 2016년 세무서가 보험금을 압류한 후 해약보험금을 찾아간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A 세무서는 곧바로 甲씨의 압류를 해제했다.
하지만 B 세무서는 甲씨가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압류해제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2017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甲씨가 2016년 소멸시효 완성(세금 징수)된 사실을 알고, 압류해제 조치함으로써 甲씨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기여했다.
C세무서 직원은 최근 체납자 甲씨가 소멸시효 완성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과 함께 숨겨 놓은 재산이 있는 것을 알았다. 해당 직원은 예전 같으면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소멸시효를 연장하겠지만, 누계 체납액(총 체납액) 축소가 조직평가에 반영된다는 것을 알고, 모른 척(?) 소멸시효를 완성했다.
이는 국세청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누계 체납액 축소에 따른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사례를 들어 열거한 것이다.
말 그대로 납세자 권익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국세청은 누계 체납액 정리 실적을 관서별 BSC(조직성과평가) 지표에 포함시켜 순위를 부여함으로써 적극행정의 긍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했다.
결국, 국세청 산하 세무서에 근무하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계 체납액 정리 실적으로 BSC 지표로 삼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체납자가 적극적으로 본인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증거자료를 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직원들이 내부 검토만으로 체납액을 축소하는 경우 부작용을 감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 압류 대상이 부동산, 동산과 유가증권, 채권, 그 밖의 재산권으로 나뉠 뿐만 아니라 각각의 대상별 압류방식과 압류금지대상 물건을 비롯한 시기와 절차의 적법성 및 기간계산 등 너무도 많은 다양한 경우의 수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지방국세청 산하 세무서는 할당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산일 정정 대상이 아닌 체납액까지 정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물론 정당한 업무 처리가 아닌 줄 알면서도 실적을 좇다 보니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처리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세청 또한 규정에 어긋나게 처리하라고 한 적은 없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할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누계 체납액 축소 정책으로 인해 일선세무서 직원들은 과다한 업무량과 규정과 동떨어진 실적 위주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게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누계 체납액 관리 정책이 자칫 조세저항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직원 개개인이 자의적 판단으로 일부 체납자에 대해서는 소멸시효를 며칠 앞둔 채 소멸시효를 연장할 수도 있는 반면 또 다른 체납자에 대해서는 전혀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