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EUV 활용’ 4세대 D램 첫 양산…삼성전자와 차세대 기술 경쟁

2021-07-13 06:02

SK하이닉스가 극자외선(EUV) 미세공정을 활용한 4세대 D램(이하 1a D램) 양산에 돌입했다. 1a D램 양산은 세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이 첫 테이프를 끊었지만, 고난도 기술력이 필수인 EUV 공정으로 양산을 시작한 곳은 SK하이닉스가 업계 최초다. 삼성전자도 연내 EUV를 활용한 1a D램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양사의 차세대 D램 기술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12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회사는 이달 초부터 10나노급(1나노=10억분의1m) 4세대(1a) 미세공정을 적용한 8기가비트(Gbit) LPDDR4 모바일 D램의 양산을 시작했다. LPDDR4는 주로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저전력 D램으로, SK하이닉스는 하반기부터 1a D램 신제품을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공급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EUV를 활용해 양산하는 10나노급 4세대 D램.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이번 1a D램 신제품은 선폭 10나노대의 최신 기술이 적용됐다. 반도체 업계는 10나노대 D램부터는 워낙 미세공정이다 보니 선폭을 공개하지 않고 세대별로 알파벳 기호를 붙여 호칭하고 있다. 1x(1세대)를 시작으로 1y(2세대), 1z(3대), 1a(4세대) 식이다.

앞서 세계 점유율 3위인 마이크론이 올해 초 1a D램을 업계 최초로 양산해 이목을 끌었다. 다만 마이크론은 EUV가 아닌 기존 불화아르곤(ArF) 공정으로 생산한다. EUV 공정보다 고효율·초소형 반도체 생산에 불리하다. 이를 의식한 듯, 마이크론은 지난달 30일 네덜란드 ASML에 EUV 장비를 주문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SK하이닉스가 이번에 EUV 공정으로 양산하는 1a D램은 이전 세대(1z) 같은 규격 제품보다 웨이퍼 한 장에서 얻을 수 있는 D램 수량이 약 25% 늘어난다. 그런데도 기존 제품 대비 전력 소비를 약 20% 낮췄다. 그만큼 원가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LPDDR4 제품에 이어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출시한 차세대 D램인 DDR5에는 내년 초부터 1a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D램 중 처음으로 EUV 공정 기술을 통해 양산하게 된 점이 의미가 크다”며 “이번에 EUV 공정의 안정성을 확보한 만큼 향후 1a D램 모든 제품을 EUV를 활용해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EUV 공정은 고성능을 요구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만 이용됐다. 하지만 최근 D램 분야에서도 EUV 공정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기존 불화아르곤 공정으로는 D램의 생산성과 성능을 높이는 데 한계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해 1x D램을 양산한 삼성전자도 하반기 1a D램 양산을 예고한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1월 말 실적 발표 때 “EUV 공정을 적용한 4세대 D램 제품 양산을 연내에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연초 4세대 D램 양산 소식을 전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며 “다만 마이크론은 ArF 공정의 반쪽짜리 기술력이지만, D램 생산에도 EUV 공정을 적용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력이야말로 글로벌 초격차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해 10월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EUV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