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칼럼] 코인과 파생금융상품의 결합
2021-07-12 06:00
코인사기와의 전쟁③
1997년 국내증권사들의 수천억원 스왑 피해
필자는 지난 칼럼(코인사기와의 전쟁2. 코인 환치기와 강남아파트 투기의 결합)에서 재정거래(Arbitrage Transaction)란 어느 상품을 싼곳에서 사서 비싼곳에 가서 팔아 차익을 남기는 것을 말하며, 금리재정거래, 환(FX)재정거래, 달러재정거래 등 지역간에 가격차이가 큰 상품에는 재정거래가 발생하게 된다고 소개한 바 있다.
1990년대 중반 JP모건은 태국 바트화에 10억 달러 이상의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었는데 이는 재정거래였다. 즉 금리 4% 정도에 달러화와 엔화를 조달해 금리 12% 정도의 태국 국채로 갈아타서 8%의 재정거래차익을 남기고 있었던 것이다. 1995년부터 태국 경제가 급속히 추락하고 경상수지 적자를 내기 시작하자, JP모건 투자자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JP모건의 투자규모가 너무 커서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황이었다.
NASA에서 JP모건으로 옮긴 천재들은 선물과 옵션을 교묘히 결합한 TRS(Total Return Swap)라는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어 동남아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핵심은 JP모건이 보유한 태국 바트화의 폭락에 대비해서 위험을 헷징(Risk Hedging)한 것이다. 즉 태국 바트화(및 인도네시아 루피화)가 오르거나 천천히 하락하는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거래상대방이 수익을 얻지만, 바트화(및 루피화)가 급격히 폭락하는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JP모건이 엄청난 수익을 얻는 구조였다.
1992년 출범한 김영삼 정부는 OECD 가입에 들떠 금융시장을 대책없이 개방했고, 한국은 미국 월스트리트의 ‘선진금융기법’이라는 마약에 취해 있었다. SK증권, 대한생명 등 7개 국내금융회사들은 JP모건이 제시한 TRS의 유혹에 빠져 너도나도 TRS를 매입했다. 그러나 결코 일어나지 않을 거라 예상했던 동남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바트화, 루피화는 끝없이 추락했고, 우리나라 역시 IMF 사태를 맞았다. SK증권 등 국내금융회사들은 수천억대의 손실을 입었다.
미국 법무부, 불법 코인 선물거래를 구속기소하다
2018년 미국 법무부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세계 최대규모의 비트코인 선물거래소인 비트맥스(Bitmax) 경영진들을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비트맥스는 JP모건, 시티뱅크에서 파생금융상품을 다루던 딜러들이 설립한 회사인데, 막강한 자금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의도적으로 비트코인 시세를 조종하고, 투자자들의 포지션 청산을 유도해 수익을 극대화시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비트맥스는 미국이 아니라 조세피난처인 세이셸공화국에 본사를 두고 있어서 미국에는 한푼의 세금도 내지 않고 미국인들을 상대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어들이고 있었다.
투자자들이 비트맥스 경영진을 사기, 시세조정,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고소하자 기다렸다는듯이 미국 법무부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비트맥스 경영진들을 구속, 기소한 일대 사건이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제도화한 국가이다. 이미 2017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최초로 비트코인 선물거래상품을 내놓았고, 이후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만든 백트(Bakkt) 등 합법적인 비트코인 선물거래소가 생겨났다. 그러나 미국투자자들의 인기를 끌지는 못했고, 투자자들은 세이셸공화국에 있는 비트맥스로 몰려갔다. 비트맥스 경영진이 “세이셸공화국에 내는 뇌물 규모가 미국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비아냥대는 발언까지 하자 미국 법무부 등 규제기관이 고소를 기회삼아 비트맥스 경영진을 구속시켜버린 것이다. 미국 법무부의 사인은 미국에 세금을 내는 미국 내의 비트코인 선물거래만 허용한다는 경고였던 것이다.
한국의 불법 코인 선물거래
2016년 경남 마산에서는 코인으로 불법 선물거래사이트를 개설하여 1000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취득한 자들이 자본시장법위반죄로 구속되었고, 그 이후 지속적으로 불법인 코인 선물거래사이트를 개설한 범죄자들이 사기죄, 도박죄, 유사수신규제법위반죄 등으로 처벌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사이트에 속아서 선물투자한 투자자들은 불법 선물거래사이트가 패쇄되면서 비트코인을 환전해서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엔트로피의 증가, 코인발 공황의 위험을 경계한다
선물, 옵션, 스왑 등 파생금융상품은 매우 고위험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상품이다. 코인 역시 매우 변동성이 큰 고위험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상품이다.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해외 선물거래소인 바이낸스, 바이비트의 레버리지 조정비율(베팅 비율을 뜻한다)은 100배, 비트켓은 125배이다.
코인이 환치기와 결합하고 또다시 강남아파트와 결합하고, 돈은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흘러가고 흘러간다. 이제 코인은 파생금융상품과 결합했다. 레버리지는 엄청나게 높아졌고, 엔트로피(Entropy) 증가의 법칙에 따라 무질서도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투기적 에너지는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의 공식 E = mc²에 의하면, 에너지(E)는 질량(m)에 광속의 제곱(c²)을 곱한 것이다. 즉 매우 조그마한 질량(플루토늄)으로도 어마어마한 에너지(핵에너지)가 터져나오는 것이다. 이 에너지는 낙관적으로 보면 인류를 살릴 수도 있고 비관적으로 보면 인류를 죽일 수도 있다.
낙관적으로 보면, 선물 등 파생금융상품은 가격변동의 위험을 헷징해 주는 순기능을 갖고,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반대로 비관적으로 보면, 미국의 파생금융상품 등 금융공학(m)이 2008년 리먼사태로 폭발한 국제금융위기(E)를 불러왔듯이, 필자의 직관에 의하면, 가상화폐 투기(m)의 결과는 파생금융상품, 부동산투기 등 투기자산과 결합하여 그동안 세계경제가 경험하지 못한 폭발적인 공황(E)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칼 마르크스의 경고대로, 자본주의적 생산의 무정부성 때문에 코인발 세계적 공황이 닥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한국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계속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