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미 국방부, 11조 '제다이 클라우드' 사업 포기

2021-07-08 12:32
"제다이 추진 당시, 클라우드 이해도 미성숙했다"
단일 사업자 선정 번복…'멀티클라우드' 구축키로
입찰 최종전 갔던 MS·아마존에 제안 요청할 방침
법정 끌고간 아마존 승리…수주 계약한 MS 손해?
MS, 군용홀로렌즈 12만대 공급…제다이 2배 사업

미국 워싱턴 국방부 청사(펜타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국방부가 약 100억달러(약 11조원)를 투입해 단일 클라우드 기반 차세대 군사전략시스템을 구축하는 '합동방어인프라(JEDI·제다이)'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복수의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를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새로 추진한다. 제다이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던 마이크로소프트(MS)뿐아니라 수주전에서 마지막 경합을 벌인 아마존웹서비스(AWS)도 함께 참여시킬 방침이다.

8일 외신들은 미국 국방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기간 MS를 제다이 사업자로 선정하고 AWS를 탈락시키는 과정에서 여러 논란을 야기한 제다이 클라우드 계약을 취소하기로 결정했고, 복수 사업자의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새로운 사업인 '공동전투원클라우드역량(JWCC)'을 통해 군사전략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6일 발표를 통해 "국방부는 제다이 클라우드 요청을 철회하고 (수행 사업자로 선정된 MS와 체결했던) 계약 해지 절차를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방부는 증진된 클라우드 이해도(conservancy)와 산업계의 발전에 따라, 제다이 클라우드 계약이 더 이상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덧붙였다.

또 미국 국방부는 "국방부는 전술과 규모 측면에서 중요한 세 가지 분류의 등급 모두에 상업용 클라우드서비스에 대한 기능 격차를 지속적으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런 요구는 '전군합동지휘통제(JADC2)'와 '인공지능·데이터가속(ADA)' 계획과 같은 노력을 통해 최근 수년간 더 진전됐다"라고 밝혔다.
 
국방부 CIO "제다이 제안요청 당시 클라우드 이해도 낮았다"…멀티클라우드 채택
존 셔먼 미국 국방부 최고정보책임자(CIO) 직무대행은 "제다이는 CSP들의 기술과 우리의 클라우드 이해도가 덜 성숙된 시기에 개발됐다"라며 "JADC2·ADA같은 새 계획, 국방부 내 클라우드 생태계의 진화, 임무 수행 간 복수의 클라우드를 활용하려는 사용자 요구사항의 변화 등을 감안해 전통적·비전통적 전투분야에서 우위를 점할 새 방식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현행 제다이 제안요청(RFP)을 취소하고, JWCC라는 '복수 클라우드, 복수 공급자 비한정조달(IDIQ·Indefinite Delivery-Indefinite Quantity)' 계약 방식의 사업을 추진한다고 예고했다. IDIQ는 계약기간 내 공급자로부터 조달되는 물품·용역의 수량이나 시점이 정해져 있지 않은 형태의 조달계약을 뜻하며, 미국 연방조달사업, 특히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일반적인 방식이다.

엄태진 법무법인 한결 외국변호사(미국)는 "IDIQ는 정부의 필요에 따라 조달이 진행된다는 의미"라면서 "유사한 계약 형태로 GSA 스케줄, MAS, IT조달에서 많이 사용하는 GWAC 등 다양한 명칭이 있는데, 세부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 특징은 최초 정부와 계약을 체결하고 일정 기간 동안 요청이 있는 경우 서비스·물품을 공급하는 실제 매출이 일어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국방부는 새로 발표한 JWCC에 대해 "MS와 AWS라는 제한적인 공급사로부터 (사업수행) 제안을 받고자 한다"라며 "활용할 수 있는 시장조사에서 이 두 사업자들만이 국방부의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는 CSP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다이처럼 단일 클라우드 업체에 모든 시스템을 구축하려 했던 구상을 파기하고 복수의 CSP를 활용하는 '멀티클라우드' 전략을 취한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하지만 사전 공고 내용대로 미국에 기반을 둔 다른 하이퍼스케일 CSP들 또한 국방부의 요구사항에 들어맞는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계속할 것"이라면서 "그런 경우 국방부는 해당 기업들과도 협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발표문에서 미국 국방부는 JWCC가 어떤 프로젝트인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남기지 않았다.
 
MS "사업 추진 안됐지만, 경쟁력 더 키웠다"…AWS "국방부 솔루션 구축 맡길 기대한다"
이날 토니 타운즈-위틀리 MS 미국규제산업부문 대표는 "법원에서 (AWS의) 이의제기가 있는 동안 국방부와 직접 일할 수 없었지만 계약 요구사항을 지원하기 위해 지속 투자하면서 MS는 향후 계약에 훨씬 더 큰 경쟁력을 얻었다"라며 "미국 국방부는 우리 군이 기술 인프라와 플랫폼 서비스 기술을 현대화해 클라우드·AI의 힘을 활용케하는 요구를 충족하지 못해 왔다"라고 지적했다.

AWS 대변인은 미국 정부 관련 IT전문매체 워싱턴테크놀로지를 통해 "불행히도 (제다이) 사업자 선정은 제안 사항의 장점이 아니라 정부 조달 절차에 없는 외부의 영향에 의한 결과였다"라며 "우리는 국방부의 현대화 노력을 계속 지원하고 어려운 임무를 달성하도록 돕는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제다이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최종 선정 과정과 재평가에서 모두 이긴 MS와 두 번 모두 탈락한 AWS를 나란히 새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겠다는 미국 국방부 발표가 나오자, 사실상 AWS의 승리란 평가가 나온다. AWS는 2년 전 제다이 사업자 선정 절차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법원 가처분 신청을 통해 정부와 경쟁사의 사업 수행을 중단시킨 뒤에 결국 사업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MS는 제다이 사업을 잃긴 했지만 여전히 군수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2016년 '통합시각화증강시스템(IVAS)'이라는 증강현실(AR) 헤드셋 기반 군용 전투·훈련체계를 개발해 그 시제품을 지난 2018년 미국 육군에 4억8000만달러에 납품했고, 올해 3월엔 10년간 홀로렌즈 기반 AR헤드셋 12만개를 납품한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최대 219억달러 규모의 본 사업계약을 체결했다.
 
2년전 제다이 사업자 선정 후 AWS 이의제기로 행정소송 중…재판 열릴 수도
앞서 제다이는 미국 국방부의 낡은 전산인프라를 현대화하고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민간 기업의 공공기관용 클라우드에 군사전략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로 추진됐다. 미국 국방부가 지난 2018년 7월 약 10년간 최대 100억달러 예산으로 제다이 클라우드 구축을 수행할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제안요청서(RFP)를 발표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8~2019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구글클라우드는 '기술을 무기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직원들의 반발로 입찰을 포기했고, 입찰에 참여한 IBM과 오라클은 탈락했다. 글로벌 클라우드 업계 1위인 AWS과 2위인 MS가 마지막 평가 단계에서 맞붙었다. 당초 미국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연방 기관과 정부 조직이 사용하고 세계 시장 점유율도 높은 AWS가 선정되기에 유력해 보였다.

그런데 2019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선정 과정을 재검토하라고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지시했고, 그해 10월 MS가 제다이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AWS는 이 과정에 '대통령의 외압'이 작용했다며 선정의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했고, 그해 11월 미국 연방청구법원에 공정성 시비를 가리기 전까지 이 사업을 멈춰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고 사업자 선정취소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미국 국방부는 AWS의 신청에 따라 작년 2월 연방청구법원이 제다이 사업 수행에 대한 '예비금지명령'을 내려 실제 사업 수행이 중단됨에 따라, 입찰에 참여한 사업자들의 제안 내용을 재평가했다. 이후 작년 9월 발표된 재평가 결과에서도 AWS보다 MS의 제안 내용이 우위에 있으며, 따라서 MS가 제다이 프로젝트 수행 사업자로 적합하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법원의 예비금지명령에 묶여 제다이 프로젝트가 공전하자, 미국 국방부는 결국 MS와 체결한 사업수행 계약을 취소하고 다른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AWS에서 제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압 가능성에 대해 미국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다.

AWS가 미국 국방부를 상대로 연방청구법원에 제기한 행정소송 자체는 계속 진행될 수 있다. 워싱턴테크놀로지는 "연방청구법원 판사의 가처분 명령은 국방부와 MS의 여러 업무를 지연시켰다"라며 "지난 4월 판사는 AWS가 제기한 소송을 심리해 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