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많던 청년목수에서 건설 톱3로...중흥그룹 "대우건설 발판으로 글로벌 부동산 기업 도약"

2021-07-06 16:07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중흥그룹의 시행능력과 대우건설의 해외 플랜트·맨파워 능력을 합치면 무서울 게 없다.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의 종합 부동산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이 대우건설을 마침내 품에 안았다. 1943년생인 그는 19살에 목수로 건설업계에 첫발을 뗀 지 60년 만에 국내 건설업계 3위 그룹의 수장이 됐다. 그는 중흥그룹과 대우건설의 화학적 결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통합 중흥·대우건설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다는 포부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흥그룹은 지난 5일 대우건설 주식 2억1093만1209주(지분율 50.75%)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매각주체인 KDB인베스트먼트와 양해각서(MOU) 체결, 확인실사, 주식매매계약(SPA), 기업결합 신고 등을 신속하게 진행해 연내 인수를 끝낸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인수자금 조달과 관련해 일시적으로 단기 브릿지론 성격의 자금을 일부 차입하지만 내년까지 그룹에 유입될 영업현금흐름을 고려하면 대부분 상환 가능하다"며 "사실상 외부 차입이 거의 없이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중흥그룹의 오너인 정 회장은 목수로 건설업과 인연을 맺은 후 현장에서 알게 된 인연들과 의기투합해 1983년 중흥그룹의 전신인 금남주택이라는 회사를 세웠다.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한 중흥건설은 이후 수도권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며 30여개 주택·건설·토목업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덩치를 키웠다. 2015년에는 처음으로 대기업 집단인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기도 했다. 자체 주택브랜드로는 '중흥S-클래스'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 정 회장은 올 초 기자간담회에서 "3년 내 4조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1조원 정도의 대기업을 인수한 뒤 3조원 정도를 운영자금으로 투입해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재계 20위권 안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가 사업을 하는 동안 목표로 한 것을 이루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하기도 했다.

정 회장의 경영철학은 △비(非)업무용 자산 불매 △보증금지 △적자 프로젝트 수주 금지 등 '3불 원칙'이다. 업무용이 아닌 땅은 사지 않고, 보증은 서지 않으며, 적자가 예상되는 프로젝트 또한 수주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이 같은 소신은 중흥그룹의 철저한 자금관리와도 관련이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흥그룹의 전체 매출액은 3조1516억원, 자산총액은 9조2068억원이다.

업계에서는 중흥그룹이 주택 부문에서의 브랜드파워와 해외사업, 플랜트에 정통한 대우건설을 품음으로써 양적인 측면과 함께 질적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건설은 국내 건설사 가운데 시공능력평가 6위로, 특히 해외 사업이 강점이다. 전체 수주잔액 39조원 가운데 해외사업이 8조원에 달한다. 중흥그룹 계열사인 중흥토건과 중흥건설, 대우건설의 시공능력을 합치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이어 국내 건설사 톱 3위로 도약할 수 있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중흥은 대규모 부동산 개발능력을 보유했고, 대우건설은 건축· 토목·플랜트 시공능력 및 맨파워를 갖췄다“면서 ”양사의 강점이 결합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설 전문 그룹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요한 건 양사의 성공적인 통합이다. 우선 시공능력평가가 상대적으로 낮은(중흥토건15위, 중흥건설 35위) 중흥그룹이 대형건설사인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것에 대한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당장 대우건설 노조는 고용불안, 매각 과정의 배임 문제 등을 제기했다. 대우건설 직원들도 중흥그룹에 편입되면 해외 경쟁력 및 주택브랜드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 회장은 대우건설 직원 달래기에 나섰다. 우선 푸르지오를 국내 1등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단순 시공에서 벗어나 국내외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을 수주하고, 글로벌 엔지니어링 회사를 인수해 해외 토목 및 플랜트 사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확대 방안 마련도 주문했다. 신재생 에너지 분야와 첨단 ICT 기술을 확보해 세계 최고 수준의 부동산 플랫폼으로 도약한다는 복안이다.

중흥그룹 고위 관계자는 "건축·인프라·엔지니어링 역량을 바탕으로 대규모 부동산 개발 및 운영까지 아우르는 선진 디벨로퍼의 시대를 여는 데 5400여명의 대우건설 임직원 여러분과 함께하겠다"면서 "대우건설이 최고의 건설사인 만큼 임직원들의 자부심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