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北美대화 문턱 낮추기, 미국 움직일 외교를
2021-07-01 20:34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은 트럼프의 ‘일괄 타결’도,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도 아닌 ‘실용적’인 정책이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성 김 특별대표의 조건 없는 대북 대화 요구가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같이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더 이상 북·미 대화를 시도하지 않고 중단한 점 때문이다. 성 김 대표는 대화의 접점을 찾는 노력을 계속했어야만 했다. 적어도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겠다는 의사를 나타낼 때까지는 대화를 이어갔어야 했다. 그것이 실용적인 정책의 면모가 아니었을까. 먼저 대화를 하겠다는 쪽이 미국이지 않았는가 말이다. 성 김 대표가 더 이상의 대화 시도 없이 한국을 떠난 것은 바이든 정부가 만들었다는 대북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의미와도 같다. 성 김 대표는 적어도 그런 의도를 내보이며 한국을 떠났다고 할 수 있다.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정책 조율의 가능성을 배제한 채 미국이 소위 ‘실용적’이라고 이름붙인 대북 정책을 추진한다면 한반도 정세와 북·미관계는 어떻게 될까? 이번 성 김 대표가 보인 대화 시도 포기와 같은 전략이 미국의 대북 ‘실용적 정책’의 면면으로 자리 잡고 있다면, 앞으로의 북·미관계는 단언컨대 악화되면 됐지 결코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강화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특히, 한·미연합 군사훈련은 이전보다 더 강화된 모습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을 실질적으로 압박하고 위협하는 데 이만큼 더 효율적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코로나 감염을 들어 연기·축소되었던 한·미연합훈련은 이제 미국이 제공한 백신으로 무장하게 되니 더 이상 거칠 것이 없게 된다. 대북 대화나 협상이 시작된다고 해도 중단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새 정부 100일의 의회연설(4월 28일)에서 북한을 ‘심각한 위협’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외교적 수단’의 사용과 함께 ‘단호한 억제’로 북한에 대처해 나갈 것임을 공언했다. 단호한 억제. 이는 외교적 수단의 결과가 미국의 의도와 같지 않다면 군사적인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걸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미국이 지금까지 항상 해온 이야기다. 여기에는 대 북한 선제타격도 포함된다. 당장 코앞에 다가와 있는 8월의 한·미연합훈련이 문제다. 대북제재 지속과 함께 대규모의 한·미연합훈련이 강행되면 북한은 이를 최악의 적대적 대결로 간주할 것이 뻔하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의 대응을 할 개연성도 있다. 지난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북한은 “새로운 조·미 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하면서 “앞으로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강조하면서 국가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에 미국과 대화가 성사되지 않았으니 대결에 중점이 놓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2017년 트럼프 대통령 당시의 험악한 미·북 관계가 재현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남북관계도 되돌리기 어려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한·미동맹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대 북한 조치에 동참, 그 입지를 스스로 크게 약화시킬 것이다. 빛 샐 틈 없는 한·미동맹, 철통같은 한·미동맹을 하겠다는 한국 정부이지 않는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대 북한 대화 시도 중단을 우리 정부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라는 점이다. 어떻게 해서든 북·미 간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을 추동하는 끈질긴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대화에 임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있어야 함을 역설해야 할 것이다. 조건 없는 대화는 어젠다(Agenda)가 없이 시작하는 대화다. 실질적인 대화에 도달하기가 어렵다. 대화의 진행이 어려워지고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보다 실효성 있는 대화를 위해서라도 먼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음을 설파하는 것이다. 대화를 위한 유인책 제공이 오히려 기브 앤드 테이크라는 점에서 더 큰 결실을 가져올 수 있음을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 이를 수용하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남은 외교력을 발휘하라. 꽉 막힌 상태에서 돌파구를 여는 것이 진정한 국력일 것이다.
김영윤 필자 주요 이력
▷독일 브레멘대학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원 ▷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 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