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향한 각국의 칼날에도…강세론자들 "환영한다"

2021-06-28 16:32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 미·독·일·인도 이어 영국서도 규제
바이낸스 "'업무중단' 바이낸스마켓, 바이낸스닷컴과 별도 법인"
암호화폐 강세론자 "정부 규제 강화, 시장 한층 성숙해진단 의미"

중국부터 시작된 각국 정부의 가상(암호)화폐 규제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특히 암호화폐 거래에 따른 금융소비자 피해를 막고자 암호화폐 거래소를 향한 칼날이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7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전날 성명을 통해 "바이낸스는 영국에서 영업을 할 수 있는 어떠한 자국 내 사용권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바이낸스마켓리미티드(Binance Markets Limited·BML)의 업무 중단을 명령했다.

FCA 측의 명령에 따라 바이낸스는 오는 30일 저녁까지 광고 활동 등을 중단해야 한다. FCA 측은 금융소비자에게 암호화폐 관련 상품의 고수익을 약속하는 과대광고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바이낸스는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로, 지난달에만 거래액이 1조5000억 달러(약 1691조8500억원)에 달했다고 FT는 더블록클립토(TheBlockCrypto)자료를 인용해 전했다. 중국인 자오창펑(趙長鵬)이 설립한 바이낸스는 수십 개의 디지털 코인, 선물, 옵션, 주식토큰, 저축, 대출 거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본사는 조세 회피처로 꼽히는 케이맨 제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영국 금융당국이 바이낸스를 막았다"며 미국, 일본, 독일 등 세계 각국 정부가 바이낸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FCA의 조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영국 당국의 이번 조치는) 최근 미국 여러 기관에서 바이낸스를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 이후 전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FT에 따르면 일본 금융당국은 지난 25일 바이낸스의 무허가 거래에 대해 경고했다. 당시 일본 측은 바이낸스가 일본 시민들과 암호화폐를 무단으로 거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법무부와 국세청은 바이낸스가 자금세탁에 연루된 혐의를 조사 중이고, 지난 4월 독일 금융감독청(BaFin)도 바이낸스의 증권법 위반 혐의를 언급하며 투자자들에게 주의할 것을 경고했다.

독일 금융당국은 바이낸스가 테슬라 등 주식과 연계된 토큰을 발행하면서 투자설명서를 발행하지 않았다며 유럽연합(EU) 증권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어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금융범죄 조사기관인 집행이사회(ED) 역시 지난 11일 바이낸스 계열사 '와지르X'의 외화거래규정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해당 혐의와 관련된 거래 규모는 279억 루피(약 42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바이낸스 측은 FCA의 업무 중단 조치가 자사 웹사이트인 '바이낸스닷컴' 거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바이낸스 측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영국에서 아직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우리는 FCA가 발표한 내용이 바이낸스마켓과 연관돼 있다고 알고 있다. 다만 바이낸스마켓은 별도 법인으로 바이낸스닷컴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낸스 그룹이 지난해 5월 바이낸스마켓을 인수했지만, 영국 내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고 FCA의 규제 승인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진=로이터통신]


바이낸스를 향한 규제 움직임은 최근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려는 각국 정부의 행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미국 하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가상화폐 시장이 완전히 규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암호화폐 시장 규제를 위해 의회와 협력하고 있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겐슬러 위원장은 또 지난 16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을 재차 연기하며 "암호화폐 거래소가 단 하나도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관련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이클 쉬 미국 통화감독청(OCC) 청장은 지난달 FT와 대담(인터뷰)에서 암호화폐 규제 범위 확정을 위한 다른 부처와의 공조를 희망했다. 이를 두고 외신은 OCC 등 미국 정부가 암호화폐 시장에서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미국 재무부는 암호화폐가 조세회피 등 불법행위에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1만 달러 이상 암호화폐 거래 기업은 반드시 국세청에 신고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지난달 발표하기도 했다.

암호화폐 시장에 가장 강력한 규제 칼날을 겨누고 있는 중국은 최근 암호화폐 채굴에 이어 거래까지 완전히 금지했고, 이로 인해 중국 최초의 암호화폐 거래소가 문을 닫았다. 지난 2011년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설립된 비트코인중국(BTC차이나)은 지난 23일 암호화폐 거래 업무 전면 철수를 알렸다.

 

25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뉴욕 나스닥지수 내 코인베이스의 상장 이후 주가 추이. [사진=인베스팅닷컴 갈무리]


한편 암호화폐 거래소를 향한 규제 강화 움직임은 지난 4월 비트코인 가격 급등세와 함께 뉴욕 나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등장했던 코인베이스의 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25일 기준 코인베이스 주가는 전일 대비 5.39달러(2.34%) 빠진 224.5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나스닥지수 상장 이후 31.60%가 추락한 것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 암호화폐 강세론자들은 정부의 규제가 강화할수록 시장이 성숙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등 암호화폐의 추가 상승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EXMO의 이반 페트호프스키(Ivan Petuhovskii) 공동설립자는 "규제는 부인할 수 없는 성장 동력"이라며 "암호화폐 시장의 와일드웨스트(Wild West·무법지에 대한 비유적 표현) 단계가 거의 끝난 것 같아서 기쁘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