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희 칼럼] 기지개 펴는 영화산업과 확장된 미디어 생태계

2021-06-28 17:57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




여름 시즌은 영화산업에 있어 가장 큰 성수기 중 하나다. 코로나로 인해 여러 기대작이 줄줄이 개봉을 연기하거나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첫 공개 창구로 선택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코로나 종식에 대한 희망이 높아지는 한편, 변이 바이러스가 증가하면서 코로나 종식에 대한 희망과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극장을 찾는 관객은 조금씩 늘어나는 양상이다. 코로나 전과 비교할 때는 여전히 적은 관객 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올해는 코로나 감염 위험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았던 작년보다는 관객 수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는 작년보다 월등히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고 있다. 지난 5월 관객 수는 438만명으로 작년 동월과 비교할 때 285만명이 늘어났다. 2021년에는 '분노의 질주'와 같은 해외영화가 극장가를 주도하는 양상이고, 박스오피스 5위 안에 국내 영화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고 김윤석·조인성이 출연하는 '모가디슈'가 7월 28일 개봉을 앞두고 있어 국내 영화의 선전에도 기대를 걸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마블이 제작한 '블랙 위도우'도 7월 7일 개봉을 앞두고 있어, 코로나 상황의 호전과 함께 영화산업이 회복될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하는 시점이다.

미디어 산업을 생태계라고 하는 이유는 다양한 플레이어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융합 이전에는 각각의 영역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융합이 심화되고 디지털 대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는 미디어 생태계 내에 있는 다양한 사업자들을 명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OTT가 활성화되면서 ‘영화’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설명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극장에서 먼저 개봉하고 후속 창구로 유통되었던 산업의 역학이 급격히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통적인 영화산업의 위기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OTT 사업자들 역시 영화산업과의 관련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몇 차례 다른 지면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영화산업의 침체는 영상산업, 더 크게 보면 전체 미디어 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영화산업만큼은 아니지만 유료방송 시장은 영화산업 침체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신작 영화 개봉이 뜸해지면서 주문형비디오(VOD) 결제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OTT 플랫폼 사업자들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늘어나고 있지만 신작 영화 개봉이 뜸해지면 결과적으로 OTT 플랫폼에서 이용자들이 볼 수 있는 영화의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가 지난 1분기 가입자 성장률 둔화의 원인으로 꼽은 콘텐츠 수급 부족도 신작 영화 개봉 편수가 줄어든 것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영화산업이 향후 어떠한 행보로 나아갈지는 단기적으로 보면 영상산업의 수익성과, 중장기적으로 보면 전체 미디어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코로나 감염 확산 이후 1년 반 가까운 기간 동안 집에서 OTT 플랫폼을 통해 영화를 보는 것에 익숙해진 이용자 중 상당수는 더 이상 극장에서 영화를 봐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유통업을 근간으로 하는 아마존이 MGM을 인수했다. 007 시리즈에 대한 권리를 아마존이 갖게 된 것이다. 아마존의 MGM 인수가 시사하는 것은 미디어 산업의 중심축이 OTT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시시하기도 하지만 영화산업이 여전히 미디어 산업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기업결합을 포함해서 영화를 제작하는 주체가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도 관심 있게 지켜보아야 할 부분이다.

메타버스를 비롯해서 가상현실에 대한 체험이 주목받고 있다.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영상에 대한 몰입감을 높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행위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리모컨을 든 폭군’이라는 칼럼에서 “나는 나에게 영화를 보여주러 극장에 간다"고 얘기한다. 전체적인 내용을 놓고 보면 보고 싶은 것만을 보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극장에 가는 행위를 예로 든 것이지만, 그만큼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행위는 방송이나 OTT를 통해 영화를 보는 행위와는 다른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많은 시네필이 마스크를 쓰더라도 극장으로 향하는 이유다. 코로나를 계기로 관객들에게 차별적인 이용 경험을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금의 상황을 고려하면 여전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현재 금지되어 있는 극장 내 취식과 관련한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 것을 검토해 봐야 한다. 영화를 보는 행위는 영화라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과 더불어 가족, 친구와 함께 여가를 즐기는 행위다. 여가에서 먹고 마시는 행위는 너무도 중요한 부분이다. 코로나 감염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거리두기 단계에 대한 재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영화관과 관련해서도 국민의 편의를 위한 조치가 고려되어야 한다.

영화산업은 영상산업의 출발점일 뿐 아니라 현재도 영상산업을 넘어 전체 미디어 생태계에서 중요한 요소다.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 대전환이 가속화되어 가는 와중에 놓칠 수 있는 부분은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적인 미디어 산업이나 문화 산업 분야에 속해 있는 영역들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융합이 심화되어 갈수록 각 분야가 갖는 연관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변화 못지않게 영화산업을 포함한 전통적인 미디어 사업자들의 변화를 면밀하게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노창희 필자 주요 이력 

▷중앙대 신문방송학 박사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 ▷미디어미래연구소 방송통신·디지털경제센터장